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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그날의 인간 병기〉
이경화 〈미(米)마켓 습격 사건〉 이선경 〈찌질이〉 김민령 〈편의점 앞으로〉 임그루 〈복탄고를 사수하라!〉 듀 나 〈마지막 테스트〉 최상희 〈그래도 될까?〉 《복수는 나의 것》을 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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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쫄쫄이. 배달 왔냐? 못 보던 놈인데.”
순간 경수는 제 머리를 더듬어 보았다. 헬멧이 느껴졌다. 방에서 급히 달려 나오느라 모자 같은 걸 챙겨 쓸 시간이 없었던 거다. 그래도 그렇지 인간 병기 T-998에게 ‘배달’이라니. 쪽팔린 기분에 슬며시 전투 의지가 사라지려는 찰나, 희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희대는 오줌이 마려운 듯 자꾸 바지를 추스르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희대의 얼굴을 보자 전투 의지가 다시 불타올랐다. 이제 경수는 그 무엇도 참지 않기로 했다. 맘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뭐든 할 참이었다. 지금 경수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PC방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는 거였다. “으으으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악! 아아아악!” 오래 묵은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경수는 헐크가 왜 소리를 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심히 열 받았다는 뜻이다. 경수가 악을 쓰는 소리가 기계음이 되어 헬멧 밖으로 퍼져 나왔다. - 〈그날의 인간 병기〉 “미마켓 습격 사건에서 가장 본질적인 건 용기야. 저 정도 했다는 게 대단한 놈들인 거지. 누가 대기업을 상대로 저런 짓을 하겠냐? 간이 엄청 큰 놈들일 게 분명해. 거의 테러리스트 수준이랄까?”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해.” 평소 모범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희망이가 덧붙이자 아이들은 마치 모범 답안을 얻은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근데 이거 우리도 한번 해 보고 싶지 않냐?” 반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을 누가 했냐고? 바로 나, 염세적인 황치훈 아니면 누구겠어. “할 수 있어?” “못할 건 뭐야?” 나는 빠르게 덧붙였다. “우리가 용기가 모자라? 아니면 창의력이 부족해? 우리가 하면 훨씬 더 나을걸.” - 〈미(米)마켓 습격 사건〉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준수에게 쏠렸다. 세미나실 안이 따뜻해서인지, 준수의 얼굴에서 열이 나는 건지, 준수의 안경알에 뿌옇게 김이 서렸다. 준수는 안경을 벗으며 엉거주춤 일어섰다. “저기 난…… 어른, 어른들이 우리를 위한다고 복탄고를 자공고로 바꾼 건 진짜 우리를 위한 게 아닌 것 같아. 복탄고는 우리가 다닐 고등학교인데 우리한테 좋냐, 싫냐 묻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 자공고로 바꿔 버렸잖아, 우리 아빠도 그렇고……. 난 어른들이 우리를 꼭두각시 취급하면서 휘, 휘두르는 거 더 이상은 못 참아. 그래서 온 거야, 너희랑 같이 행동하고 싶어서.” “준수 말이 맞아. 왜 우릴 성적으로 자르고 붙이고 지네들 맘대로 하려고 하냐고. 복탄고는 복탄시에 살고 있는 우리의 고등학교여야 돼, 무조건!” 준수의 말에 탄력을 받은 형국이가 ‘무조건’을 외치며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 〈복탄고를 사수하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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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복수를 선언한다!
이제 그 무엇도 참지 않아, 맘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 우리는 청소년 특유의 건강하고 유쾌한 힘을 믿어! 《복수는 나의 것》은 탐 청소년 문학이 선보이는 두 번째 단편집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분노, 그와 동반된 복수심에 주목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젠 새삼스럽게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으며, 때로는 그들 안에 응축된 분노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칼날을 들이밀기도 한다. 이 작품집의 출발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여기 모인 일곱 명의 작가는 그들을 마주보고, 그들 안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현재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현명하게 살아 내는 청소년 특유의 건강하고 유쾌한 힘을 확인하고자 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그 힘을 믿는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어도 좋아!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고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청소년기를 조금은 덜 힘들게, 또 이 땅의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에서 벗어나 가벼워졌으면 한다. ◎ 내가 꿈꾸는 혹은 욕망하는 복수를 마음껏 상상해 보자! 청소년의 분노와 복수심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아니, 그러한 감정이 싹트기도 전에 폐기 처분되기 일쑤다. 마음속 저 깊이 숨겨 둔 나를 괴롭힌 누군가를 비웃고, 부서뜨리고, 욕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감정을 두드려 깨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이버 웨어를 입게 되자 그간 자신과 친구를 괴롭혀 왔던 희대를 시원하게 응징한 경수 - 〈그날의 인간 병기〉, 염세적인 십 대의 미래를 유쾌한 방법으로 거부한 치훈이와 친구들 - 〈미(米)마켓 습격 사건〉, 첫사랑을 향한 고백부터 복수까지 친구가 대신해 준 우주 최강 찌질이 - 〈찌질이〉, 우정의 미묘한 균열을 복잡한 감정으로 지켜보는 진이 - 〈편의점 앞으로〉, 자신들을 꼭두각시 취급하는 어른을 강력하게 응징하는 복탄고 아이들 - 〈복탄고를 사수하라!〉, 지옥문이 열렸던 그날부터 오로지 복수 하나로 자신을 몰고 간 인호 - 〈마지막 테스트〉, 현실에 발 디딜 곳이 없어 무언가로 변할 수밖에 없던 우주와 친구들 - 〈그래도 될까?〉처럼. 때로는 흥겹고 재기발랄하게, 때로는 거칠고 사납게 자신의 마음을 폭발시켜도 좋다. 아주 사소하고 찌질한 복수의 선언이라도 창피할 것 없다. 내가 꿈꾸는 혹은 욕망하는 복수를 마음껏 상상해 보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