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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니에…… 베르너 후작과 밥을 먹고 왔다고? 단둘이?”
“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말이 이어질수록 엘레나의 음량이 점점 줄어들었다. 아니, 내가 왜 눈치를 보고 있는 거지? 물론 약속 시간에 늦은 건 그녀가 백번 잘못했지만 그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르니에는 약속대로 그녀를 새벽의 궁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져 있었다. 마음 같아선 여기가 아니라 내원 연무장에 내려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곳에서 그녀가 황실 기사단 수습 기사와 갖는 회담은 비밀 회담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이 장소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큰일이었다. 이곳은 엄연히 황가의 비밀스런 사적 공간이었으니까. 결국 새벽의 궁에서 내린 엘레나는 침실로 올라가 로브만 챙기고 바로 내원 연무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수가 없으려니 한도 끝도 없었다. 오는 길 도중에 점점 빗줄기가 굵어졌고 결국 이렇게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것이다.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레이를 기다리게 하긴 했지만, 본인도 오늘은 늦었다고 했고 자신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 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적어도 머리로는. 그런데 레이저가 발사될 것처럼 강렬한 그의 눈빛이나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입만 굳게 다물고 있는 그의 태도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아드레이는 그녀가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것보다는 르니에와 함께 밥을 먹었다는 사실에 더 열받은 것 같았다. “일단 미안해요, 진심으로. 다시는 안 늦을게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엘레나가 말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뭐라고 대답이라도 할 줄 알았던 아드레이가 아랫입술을 꾹 다물더니 한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졸지에 엘레나는 그의 옆얼굴밖에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이건 마치, 마치 그가……. ‘삐, 삐진 것 같잖아…….’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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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조연이었다고 영원히 조연이리라는 법은 없다.
주연을 걷어차는 강단 있는 조연을 둘러싼 남자들의 폭풍! 누구나 한 번쯤 소설 같은 꿈을 꾼다. 여교사가 되어 말 안 듣는 어린 소년을 휘어잡는 ‘유능한 언니’가 되는 꿈을. 덤으로 딸려 오는 잘생기고 능력 있는 시크한 학부모와의 로맨스는 물론 땡큐베리감사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은 다른 법. 우리는 소설 속의 여주인공 로잘린느, 동료 여교사 평범녀 ‘A’가 겪은 그녀의 실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작의 주인공 로잘린느가 날뛸수록 스포트라이트는 조연일 뿐이었던 엘레나에게 향한다. 부담 없이 치고 들어오는 엘레나의 소박하고 진솔한 매력은 로잘린느와 대비되어 주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어린 황자마저 길들인 엘레나의 반향에 남자들이 쓰러지는 모습은 내면의 판타지를 깊이 만족시킨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강아지처럼 해사하게 웃는 착한 남자의 순정적인 눈망울에 기울다가도, 다음 순간 풍랑과 같이 몰아치는 흑막에게 휩쓸리게 될 테고, 결국 그녀 앞에서는 인생사가 무덤덤한 사내인 척할 수 없고 카리스마도 뿜어낼 수 없어진 황제 앞에서 쓰러지게 될 것이다. 『영원한 조연은 없다』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췄다. 미친 여자 그리고 어린 놈, 독실한 놈, 알 수 없는 놈, 마지막으로 (수습 기사인 척하느라 골이 아픈) 내 남자까지. 희대의 ‘나쁜 년’이 지배하는 원작의 흐름을 바꿀 초강력 조연의 등장에 긴장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