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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
“으음…….” “무엇이든 힘이 닿는 대로 도와주지.” 아드레이는 정말로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레이. 나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돼요?” “얼마든지.” 엘레나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기쁨에 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기대감까지 일었다. “그러면…….” 그녀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마지막까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엘레나?” 조바심이 난 아드레이가 그녀를 불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엘레나는 가까이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아, 예쁘다!’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하늘 높게 뜬 달이 주변을 밝게 비췄다. 아드레이의 검은 머리카락 위에도 달빛이 내렸다.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긴 속눈썹 끝에 그 반짝임이 맺혀 눈앞의 광경을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만들었다. “정말로 해요, 나?” 엘레나의 물음에 아드레이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눈 감아 줘요.” “눈? 그게 부탁인가?” “네, 얼른요.” 어리둥절해하던 아드레이는 이내 순순히 눈을 감았다. 참 묘한 기분이었다. 아드레이처럼 크고 단단한 검사가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른다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엘레나는 잠시 그의 눈 감은 모습을 감상했다. 그동안 아드레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렇게 눈을 감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흡사 잠든 것 같은 얼굴에, 문득 그가 자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널뛰었다. 꿀꺽. 한 번 건너면 돌이킬 수 없는 다리였다. 이건 다 레이가 너무 잘생겨서야. 누가 이렇게 예쁘래. 그를 탓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이건 레이가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지난 가면 축제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이든, 가장 큰 동기는 결국 ‘이 남자가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비록 경쟁자가 있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마에 와 닿았던 그의 입술은 그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였다. 조금 용기를 내어도 되지 않을까. 마침내 결심한 엘레나는 양손을 뻗어 아드레이의 옷을 잡고 살짝 아래로 당기며 있는 힘껏 까치발을 들었다. 쪽. 작은 소리와 함께 입술에 와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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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조연이었다고 영원히 조연이리라는 법은 없다.
주연을 걷어차는 강단 있는 조연을 둘러싼 남자들의 폭풍! 누구나 한 번쯤 소설 같은 꿈을 꾼다. 여교사가 되어 말 안 듣는 어린 소년을 휘어잡는 ‘유능한 언니’가 되는 꿈을. 덤으로 딸려 오는 잘생기고 능력 있는 시크한 학부모와의 로맨스는 물론 땡큐베리감사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은 다른 법. 우리는 소설 속의 여주인공 로잘린느, 동료 여교사 평범녀 ‘A’가 겪은 그녀의 실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작의 주인공 로잘린느가 날뛸수록 스포트라이트는 조연일 뿐이었던 엘레나에게 향한다. 부담 없이 치고 들어오는 엘레나의 소박하고 진솔한 매력은 로잘린느와 대비되어 주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어린 황자마저 길들인 엘레나의 반향에 남자들이 쓰러지는 모습은 내면의 판타지를 깊이 만족시킨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강아지처럼 해사하게 웃는 착한 남자의 순정적인 눈망울에 기울다가도, 다음 순간 풍랑과 같이 몰아치는 흑막에게 휩쓸리게 될 테고, 결국 그녀 앞에서는 인생사가 무덤덤한 사내인 척할 수 없고 카리스마도 뿜어낼 수 없어진 황제 앞에서 쓰러지게 될 것이다. 『영원한 조연은 없다』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췄다. 미친 여자 그리고 어린 놈, 독실한 놈, 알 수 없는 놈, 마지막으로 (수습 기사인 척하느라 골이 아픈) 내 남자까지. 희대의 ‘나쁜 년’이 지배하는 원작의 흐름을 바꿀 초강력 조연의 등장에 긴장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