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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에 나부끼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
도서2팀 신은지 (222gi@yes24.com)
어릴 때는 내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꼼꼼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 천재일 수도 있다고 으스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기억의 총량이 적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고등학생 시절도 벌써 10년 전이고, 전국민이 열광한 2002 월드컵은 어느새 17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쯤되니 옛날 기억이라는 게 모두 뒤섞여서 가물가물해지는데,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건 개인적인 기록들이다.
그래서 가끔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자신의 흑역사를 스스로 들춰내는 재밌는 일을 하러 간다. 부모님이 살뜰히 모아놓은 초등학교 일기장이나 대학교 시절 필기노트를 본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난 세월을 생각없이 산 게 아니라 빽빽하게 살았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해 진다. 이 귀여운 그림책의 저자는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답례품 수건에서 개인의 역사를 읽어냈다. 한여름 낡은 수건들을 푹푹 삶아 말리며 손녀의 돌잔치, 아들의 입사, 남편 고희연의 추억들을 회상한다. 할머니의 긴 인생은 가족의 경사를 축하하던 수건에 오롯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책을 보다보면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 있는 아빠의 무사고 10년 수건이나 엄마 동창회 수건 같은 게 생각난다. 애써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인생의 한 꼭지였던 부분들을 우리 주변의 사물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 모 대학에서 진행한 개인의 일상을 수집하는 미시사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예컨대 6월 17일에 있었던 사소한 사건들, 그 때의 생각들을 A4 한장 내외로 제출하면 후대의 연구를 위해 기록보관을 해주는 식이었다. 우리의 사소한 나날들은 그렇게 역사가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반짝이며 흘러가는 작은 일상들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여름을 맞아 오래된 수건을 푹푹 삶으며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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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쓰이고 버려지는 물건인 수건을 의인화하여 공감을 이끌고 추억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특히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기억을 간직한 수건이라는 상반된 설정을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지요.
때로는 작고 사소한 것에도 아주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세요.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수건 속 글자들처럼 숨겨진 보물들이 하나둘 보일 테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때때로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도, 매일같이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지요. 너무나도 쉽게 변하고,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만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가끔은 ‘김옥분’ 할머니의 평범한 하루처럼 일상 속 숨겨진 보물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나온 시간들과 오늘을 돌이켜 보고, 다가오는 미래에 더욱 눈부신 꿈을 꿀 수 있도록 말이지요. ≪춤추는 수건≫을 통해 아이와 함께 가족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겨 보세요. 아울러 주변을 돌아보며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따뜻한 품성을 기르도록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