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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 천리陳黎·4
타이베이 역·10 바다의 인상·11 정부情婦·12 눈 위의 발자국·13 마술사 아내의 애인·14 동물 자장가·16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19 우리의 가장 가난한 현縣·20 먼 산·21 봄밤에 「겨울 나그네」를 듣다·22 2월·24 독재·26 파·27 타이루거太魯閣 1989년·31 벽·47 봄·49 그림자의 강·50 마술사·52 허무주의자를 그리기 위해 설치한 판매기·56 섬나라 대만·57 소우주 1·59 가을 노래·63 밤의 물고기·65 전쟁교향곡·67 줄타기하는 사람·71 가구는 음악·74 근설根雪 3편·76 고속 기계 위의 짧은 여행·77 섬에서·78 질투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탱고·84 알루미늄 호일·86 소방대장이 꿈에서 본 이집트 풍경사진·87 우리들 생활의 한쪽구석·88 쿠빌라이 칸의 땀·94 나비 미혹의 기록·96 혀·98 연재소설 ‘황차오黃巢 살인 팔백만’·99 소우주 2·101 밤의 노래 2편·106 슬로우 시티·108 펄펄 날다·110 곤충학·112 남은 시문·113 아이슬란드·114 진나라·115 베이징·117 미래 북방의 강·118 연꽃가게·122 공작새·124 중앙분지를 꿈꾸며·127 장미빛 성모마리아 교회당·134 한 줄기 하늘·136 피망록被忘錄·138 아리아·139 놘놘暖暖·140 자오시礁溪·142 보통의 향수?愁·144 화롄花蓮·147 자습 시간·148 스케이트 수업·150 해설 | 한성례 대만 모더니즘 시를 완성한 천재시인 천리陳黎·154 옮긴이의 말 | 김상호 새로움을 창조하는 대만의 음유시인·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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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역은 동서남북으로 큰 문 네 개가 꼿꼿이 서 있다
사방을 향해 열린 한 장의 시각표 메모리 카드가 시간지도로 펼쳐져 있다 “저는 쥐꽝* 호에서 내려 푸요우마普悠瑪* 호로 갈아타고 북부로 향하는 베이난卑南족* 청년인데 존귀한 북부에 비계를 세워 날개를 치고 높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월남에서 온 신부인데 시아버지 가게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 말에 의하면 북쪽으로 갈수록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고 했어요.” “대만 꼬리의 한 길에서 대만 머리까지 흔들어 머리 길과 주인을 찾고 있어요. 히히하하 버전 〈엄마, 건강 조심하세요〉를 다운로드 받아 내게도 알려주세요.” (2013) 〈옮긴이 주〉 *쥐꽝 호 : 대만 철도국 2급열차. *푸요우마(普悠瑪) 호 : 대만 철도국 특급열차. *베이난(卑南)족 : 대만 동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으로 인구는 14,425명. --- 「타이베이 역」중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침대에 휘감겨서 그 바람난 여자는 하루 종일 떠돌이 남자와 밝은 청색에 줄무늬의 거대한 이불을 밀치고 들어왔다가 밀치고 나갔다 (1974) --- 「바다의 인상」중에서 나의 정부는 느슨해진 기타 케이스에 들어 있는 매끄러운 몸체 달빛조차 닿지 않는다 이따금 그녀를 꺼내 끌어안고 가만히 차가운 목 언저리를 어루만져본다 왼손으로 누르면서 오른손으로 소리를 낸다 여러 줄을 조이며 조율을 한다 그러면 그녀는 팽팽한 육현악기六弦樂器가 되어 일촉즉발의 긴장한 자태 연주를 시작하자 갑자기 줄이 뚝 끊어졌다 (1974) --- 「정부情婦」중에서 추워서 잠을 자야만 한다 깊고 깊은 잠 부드러운 백조의 느낌이 필요하다 살짝 눈 위에 남겨진 조잡한 글 한줄 게다가 하얀 잉크 마음이 얼어붙어 조잡하게 써 넣은 하얀 눈 1976) --- 「눈 위의 발자국」중에서 이 아침의 풍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렌지주스는 과일나무에서 떨어져 작은 강을 따라 컵에 흘러들고 있다 샌드위치는 아름다운 두 마리의 수탉이 변한 것 달의 냄새가 몇 겹이지만 태양은 언제나 계란껍질의 반대편에서 떠오른다 탁자와 의자는 근처 숲속에서 막 잘라낸 것 나뭇잎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양탄자 아래에 호두가 숨겨져 있는 걸 누가 알까 그저 침대만은 탄탄하다 다만 그녀는 바하의 푸가를 아주 좋아하지 세상 사람들이 의심이 많아 변덕스러워진 마술사의 아내 당신은 밤새워 그녀와 도망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마도 초죽음이 되어 뒤를 쫓아가겠지) 잠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풍금을 치고 커피를 마시고 미용체조를 하고 있으리라 에구! 모자 속에 끓고 있는 것이 커피라는 걸 누가 알까 말 많고 시구를 가지고 노는 앵무새는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1976) --- 「마술사 아내의 애인」중에서 시간을 표범의 얼룩처럼 고정시키자 피곤한 물새가 물위를 미끄러지며 흘리는 눈물은 가만히 떨어지는 화살과 같다 화원花園, 음악이 없는 화원, 회색 코끼리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곁에 와서 벌이 없는 벌집을 위해 망을 보라고 당부한다 별이 천천히 하늘에 떠오르고 입구를 지나는 기린보다 높이 떠올랐을 때 나는 밤에 옷이 없는 풀을 위해 이슬을 털리라 젖을 먹이고 있는 엄마에게서 억지로 떼어놓은 아기는 한 마리 기린과 같다 활처럼 굽은 고양이가 긴장을 푸는데 사랑이나 색, 꿈의 고도에 대해 두 번 다시 추상적으로 응하지 않도록 여기는 화원, 음악이 없는 화원이다. 우둔한 당나귀가 걸어가면서 하는 하품을 흉내 내지 마라 시간을 멈춰라, 죽은 척 숨죽이고 있는 곰처럼 그 속눈썹에 닿은 하얀 꽃처럼 나비처럼 외양간을 위해 처마 없는 제비를 위해 문패를 닦으리라 회색 코끼리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곁을 지나가다 부서진 기둥 슬픔이 없는 부서진 기둥을 고치라고 당부할 때 여기는 화원, 음악이 없는 화원 위를 맴도는 매여! 수색을 멈춰라, 사냥개여 천사의 이마처럼 뛰지 마라 그 넓이는 50곳 성城과 7백 개의 마차가 들어갈 만큼 넓다 엄마와 멀리 떨어졌던 아이들을 엄마 곁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그 오랜 동안 소멸된 신화나 종교가 다시 발견되어 신앙되는 것처럼 나는 과일나무를 위해, 열매가 다 떨어진 과일나무를 위해 찬미하고 기도하리라 시간을 표범의 얼룩처럼 고정시키자 하얀 꽃들이 그 속눈썹으로 나비를 툭툭 친다 깊이 잠든 사자는 그들의 분노에 놀라지 않는다 여기는 화원, 음악이 없는 화원, 회색 코끼리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곁에 와서 어서 빨리 진흙으로 발자국을 감추라고 당부한다 (1977) --- 「동물 자장가」중에서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에서 나는 들었다 나쁜 마음을 가진 천 마리 자칼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판사의 우는 소리를 들었고 목사의 참회하는 소리를 들었다 수갑이 신문지에서 튀어나오고 칠판이 똥구덩이에 떨어졌다고 들었다 문인은 호미를 내려놓았고 농민은 안경을 벗었고 뚱뚱한 상인이 크림과 고약의 옷을 차례차례 벗었다고 들었다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에서 사창가의 호객꾼 노파가 무릎을 꿇고 음부를 딸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보았다 (1978) ---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중에서 ― 1월 28일 대보름날 도교 행사에서 본 것 2억 달러의 대만 화폐 4천 마리의 큰 수컷 돼지 46개의 아치형 장식 23개의 기도하는 제단 사흘간의 채식재계 닭, 오리, 생선을 잡을 칼이 바쳐졌다 5만여 명의 멀리서 온 인파들 11명의 현지 거지들 (1980) --- 「우리의 가장 가난한 현縣」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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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陳黎) 시집 『섬나라 대만島/國』의 특징
천리는 중화권 시단에서 가장 새로움을 창조하며 놀람과 기쁨을 주는 시인 중 한사람이다. 작품은 탈바꿈하는 대만 역사의 변천을 노래하고 있고 왕성한 실험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어감의 폭이 넒은 천리의 시 세계는 설화와 문언, 고전과 현대, 서정과 사실, 풍성함과 함축, 화려와 통속을 넘나들고 있다. 서양의 시 예술로 대만의 주제를 독특하게 처리하고 있는 이 시집은 대만에서 소위 시대를 넘나드는 음유시인 최고의 작품으로 우리를 시인이 창조한 언어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다. 대만 시인 위광중(余光中, 1928-2017)은 천리의 시를 “영미문학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서양의 시 예술을 구사해서 대만이라는 주제를 처리하는 데 뛰어나며, 거칠면서도 섬세함이 있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겸비한 품격을 지녔다”라고 극찬했다. 천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여 벨러 버르토크, 드뷔시, 안톤 웨베른, 레오시 야나체크, 올리비에 메시앙, 루차노 베리오 등을 즐겨 들었고, 음악에서 시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 대학 때는 큐비즘(입체주의), 쉬르리얼리즘,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등의 여러 화가, 예를 들면 피카소, 조르주 블라크, 실바도로 달리, 르네 마그리트, 제임스 앙소르,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화가의 작품에 매료되어, 그들에게서 미학적인 영향을 받았다. 대학교 때 우연히 도서관 직원이 준 낡은 『시카고 리뷰』(1969년 9월에 출간된 형상시 특집)를 접하고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때의 영향으로 후에 형상시를 썼다. 이처럼 천리는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쉬르리얼리즘 등의 서양 시에서 영향을 받아 1970년대 초부터 시 창작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는 사회적, 정치적 테마가 농후한 작품으로 변모한다. 1990년대부터는 주제도 스타일도 다양화하여 중국 본토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언어, 표현 방식 등 실험적인 작품에 의한 새로운 대만 의식의 창출을 시도했다. 서양 문학의 이식이 주를 이뤘던 근대기의 대만 시인들에 비해 전후에 태어난 이들 세대는 서양과 동양(일본) 양쪽을 수용하여 중국 시의 전통을 살린 대만 문학의 재 정의를 행했는데 그 중심에 천리가 있다. 그는 하이쿠나 단카 등 일본의 전통 시를 탐색하여 정형시 형태의 시를 쓰기도 했다. 천리의 시는 언어와 언어 사이 혹은 수많은 언어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다, 언어의 숲을 여행하는 언어의 방랑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 역사를 살펴보면 천리 시가 가진 언어의 다양성을 짐작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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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만의 자연이 형형색색의 색깔이라고들 하지만 천리 시인은 기차를 타고 대만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 대만 섬은 동서남북이 전체적으로 같은 색조를 띄고 있고, 산과 바다도 그러하며, 같은 정서, 즉 어디서나 맛있는 음식과 놀이문화가 있고, 같은 눈물과 웃음이 있음을 시에 표현했다. 그럼에도 미묘하게 변화한 섬의 각기 다른 시대의 심정을 시인은 노래한다. 천리 시인은 가장 새로움을 창조하며 놀람과 기쁨을 주는 중견시인이라고 중화권 시단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만 최고의 음유시인인 그는 탈바꿈하는 대만 역사의 변천을 노래하고, 왕성한 실험정신을 펼쳐왔다. 어감 폭이 넓은 천리의 시 세계는 문언과 설화, 고전과 현대, 서정과 사실, 풍성함과 함축, 화려와 통속을 넘나든다. 서양의 시 예술을 바탕으로 섬나라 대만이란 주제를 독특하게 표현한 이 시집은 독자를 시인이 창조한 언어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 김상호 (대만 슈핑修平 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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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 천리는 시속에 여러 장치를 사용한다. 그것들은 활성화되어 점차 역동감이 증가해간다. 이를테면 시인과 독자와의 공동제작인 셈이다. 그럴 경우 다종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독자는 각각 다른 공감을 갖게 되고 각각 다른 상상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허구와 모순이 혼재하고 이미지가 교차한다. 허구 속에 진실이 표출되어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다. 시인이 실제로 체험을 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행위의 필연성이 허구세계 속에서 개연성을 갖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그 소리 없는 소리를 전하는 일이 시인의 몫이며, 독자를 인간의 원초적인 본질로 이끄는 것이 언어 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공을 뛰어넘어 근원적인 생의 원천을 공동체 속에서 개척하려는 힘이 천리 시가 가진 특징 중 하나이다. - 한성례 (시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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