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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2. 바다에 떨어진 모자 3.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찾아서 4. 거북이 아줌마와 토끼 아줌마 5. 구불구불 뱀과 깡총깡총 토끼, 그리고 떡갈나무 6. 우리 방이 동물원이 되었어요 |
蔡仁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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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고요한 순간이 있어요. 차 소리, 사람 소리, 바람 소리, 개 짖는 소리, 죄다 잦아 들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때가 있어요. 소리뿐이 아니에요. 어떤 움직임도 어떤 냄새도, 기척도 없이 그냥 시간이 고여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시간이 흐르지 않고 집안에 고여 있는 때 말이에요.
그럴 때 문득 고개를 들면, 누가 방금 문을 똑똑 두드린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거실 유리창에 코를 들이대고 헤헤 웃으며 똑똑 창을 두드린 것 같아요. 정말이지 꼭 누가 올 것 같아요. 아니, 이미 와 있는 것 같아요. 뜨개질하는 도마뱀이 '나 모자 다 떴어. 예쁘지?' 하며 말을 걸어 오거나, 거북이 아줌마랑 토끼 아줌마가 과자를 먹다 '채인선 아줌마도 하나 드실라우?' 하며 건네 줄 것 같아요. 우리 집 뜰 작은 나무 밑에 여전히 토끼랑 뱀이 티격태격하며 놀고 있고 그 와중에 도마뱀 소이소이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고 배낭에 짐을 꾸리고 있고요. 저는 이것이 훤히 보여요. 너무 잘 보여서 어떤 때는 무척 혼동이 된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어느 골목길에서 도마뱀을 만나면 {안녕, 너 뜨개질 잘 하니?} 하고 인사를 건네겠죠. 또 바람에 실려 어디선가 모자가 날아오면 {너도 자유를 찾아 날아온 거구나.} 하고 말을 건네세요. 그러면 도마뱀이랑 모자랑은 여러분한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거예요. 우리가 동화를 읽는 건 나중에 그 책의 주인공들이 소곤소곤 재미난 이야기들을 마음 속으로 들려 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책을 읽는 거지요. 솔직히 말해 저는 아이들을 보면 샘이 나요. 자꾸 어려지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 세상을 보면 세상이 삼키기 힘든 알약처럼 쓰고 딱딱하답니다. 다시 아이가 될 수는 없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동화를 쓰는 거예요! 아이인 척하고, 아이 때 기분을 다시 즐기려고, 아이 손으로 세상을 말랑말랑한 젤리처럼 만지고 싶어서요. 여러분은 즐거이 저의 동화를 읽고, 저는 여러분처럼 되고 싶어 동화를 쓰고…… 오른발 왼발처럼 우리는 아주 튼튼한 다리 한 쌍이죠. 자, 걸어갑시다. 뚜벅뚜벅, 책 속으로. 덧붙이는 말: 이 책은 저의 열 번째 책입니다. 아니, 벌써! 하지만 책을 낼 때는 늘 처음 내는 기분이 들어요. 첫눈 온 날 곱게 깔린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 말이에요. --- 1999년 12월 채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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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섬에서 만난 도마뱀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면서 친구가 되는 아이(`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자유를 찾아 바다를 떠돌다가 뜨개질을 배운 도마뱀의 친구가 되는 모자 (`바다에 떨어진 모자`), 작다고 놀림만 받다가 자신의 조상이 큰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용감한 도마뱀 소이소이(`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찾아서`), 느려 터진 거북이와 성미 급한 토끼 두 친구의 하루(`거북이 아줌마와 토끼 아줌마`), 동물을 의인화시켜 아이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역할극 대본 형식의 이야기(`구불구불 뱀과 깡총깡총 토끼, 그리고 떡갈나무`), 책을 읽다 알게 된 동물들이 모조리 집으로 찾아와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우리 방이 동물원이 되었어요`) 등 6편의 이야기가 마치 만화영화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기존 동화의 문법을 과감히 벗어나 약간은 과장된 듯한 만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작품들로, `영상세대`인 요즘 아이들의 감수성을 한껏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인선은 1997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주관한 제1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공모에서 '전봇대 아저씨'로 대상을 받으면서 90년대 동화문학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이전의 동화들이 발랄한 90년대 아이들의 일상과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기존 아동문학의 틀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받을 때,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나 `학교에 간 할머니`(두 편 모두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온 '전봇대 아저씨'에 수록되어 있다) 같이 어른들에 의해 억압받는 아이들의 심정을 판타지 기법을 통해 통쾌하게 대변한 작품들을 내놓았고, 곧이어 나온 '내 짝꿍 최영대'(정순희 그림, 재미마주 1997)를 통해서는 사실성에 기반한 진한 감동을 던져주었다. 그 밖에도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이억배 그림, 재미마주 1998)나 '아기 오리 열두 마리는 너무 많아'(유승하 그림, 길벗어린이 1999) 같은 그림책에서도 그만의 특장인 발랄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등,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도 어느 것 하나 태작이 없는 뛰어난 동화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새 동화집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은 저학년 어린이들에 딱 맞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문체 또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다정하고 리듬감이 있어 저절로 책 속으로 이끌리게 되며, 편안하게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눈앞에 환하게 이미지들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각 단편마다 각기 다른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 강을순씨의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이 책의 돋보이는 요소이다. 채인선 동화의 경쾌한 분위기에 걸맞게 화려하고 밝은 색조와 사랑스런 캐릭터를 창조해내 그림을 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