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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圭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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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많아지고, 그와 함께 가정에서의 남녀의 역할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가사일을 돕는 정도일 뿐, 남자가 전적으로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는 모습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남자는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규희 선생님의 신작 동화 〈아빠의 앞치마〉는 가사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에게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이해시켜 줍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외할머니 손에서 크던 세나와 세영이는 외할머니가 갑작스레 미국으로 떠나게 되자 혼란에 빠집니다. 낯선 도우미 아줌마가 기다리는 집, 모든 것이 변화된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결국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또 스스로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전부터 꿈꾸어 오던 소설을 쓰며 집안일을 맡겠다고 선언합니다. 아빠 엄마가 어떤 의논을 거쳤건 간에 아이들의 눈에는 너무나 이상하고, 어찌 보면 당혹스럽기까지 한 결정입니다. 주부인 엄마라면 모를까 한 집안의 가장인 아빠가 직장을 내던지고 집 안에 들어앉아 살림을 하겠다니요! 흔히 볼 수 없지만, 있을 법한 일이기에 이야기는 더 흥미를 끕니다. 하지만 그 날부터 남모르는 세나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앞치마를 두른 아빠, 시장을 보는 아빠는 세나의 마음 속에서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급식 사건과 아빠와 함께 추억만들기 행사 등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세나는 당차게 자기 직업을 지켜 내는 엄마뿐만 아니라, 남들 눈을 아랑곳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가사일을 함께 해내는 아빠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됩니다. 그 자랑스러움과 존경심은 세나를 위해 대신 교통 사고를 당하고도 소설 쓰기를 멈추지 않는 아빠를 보며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아빠가 세나와 엄마와 세영이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노력을 다했던 것처럼, 세나 또한 어떻게든 아빠에게 도움이 되고자 초록색 요술 주전자를 선물하고 힘든 아빠의 곁을 말없이 지켜 줍니다. 최근 이규희 선생님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성 역할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이 작품은 탄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깊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아울러 강을순 선생님의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그림이 글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