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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국숫집
장은숙
bookin(북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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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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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별 짓는 밤 · 13
풍경소리 · 14
평창 이모집 · 15
배롱나무 아래서 · 16
쓸쓸한 날 · 17
4월 · 18
애인(愛人) · 19
길 위에서 · 20
詩, 꿈꾸다 · 21
오달지다 · 22
가르마 · 23
장마 · 24
마른 똥 한 무더기 · 25
덜컹거리며 가다 · 26
아내의 상자 · 27

2부

황사(黃砂) · 31
안부 · 32
전기 포트 · 33
그 여자네 국숫집 · 34
詩장수 · 36
쉰, 김치를 담그며 · 38
눈 내린 아침 · 39
분꽃 · 40
달 없는 밤 · 41
詩 · 42
동그라미 · 43
밭의 전설 · 44
공현진 등대 가는 길 · 45
꽃나무가 있던 자리 · 46
가을 손님 · 48

3부

달밤 · 51
감자꽃 당신 · 52
숯 목욕 · 53
詩 2 · 54
구멍 · 56
국수 삶는 날 · 57
가마 · 58
사북 · 59
4월, 벚꽃 아래서 · 60
놋주발 · 62
가을 전갈 · 63
개밥바라기 · 64
봄, 청첩장 · 65
애기똥풀 피어나는 강둑 · 66
달 영사기 · 67

4부

수수께끼 · 71
밥눈물 · 72
갱년기 · 74
수취인불명 · 75
달개비꽃 · 76
짱돌 · 78
접시点 · 79
곡우(穀雨) · 80
자반고등어 · 81
쪽마루 · 82
공공연한 비밀 · 83
노란 리본 · 84
생강나무 아래서 · 85
개화기(開花期) · 86
꽃감자 · 87

해설 담백한 언어로 피워낸 ‘사람 시학’ / 박완호 · 88

저자 소개 1

2014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 여자네 국숫집』이 있다. 춘천민예총문학협회 회원, 강원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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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69g | 153*224*7mm
ISBN13
9791187413615

책 속으로

간판은 없다
-
문 앞에 내놓은 이 빠진 국수 사발에
봄부터 가을까지 키 작은 꽃이 피어나고
겨울에는 눈밥이 고봉으로 쌓이는 집
-
비법의 육수도 없다
-
날씨 따라 계절 따라 간이 흔들리기도 하겠다
-
그날 판 첫 국수는
죄 없이 배고픈 이들의 몫으로 달항아리에 뗀다
-
마음이 마른 면같이 부서지는 날은
[주인장 노을 보러 갑니다] 써붙이고
저녁 장사 접는 날도 있다
-
허기보다 사람 고파 드는 손님
묻지 않아도 긴 안부 뽑아내면
경사(慶事)에도 조사(弔詞)에도 다 배불리 먹으라
국수사리 수북이 부조하는 주인
-
국숫물 다스리듯 마음 재우고
면이 익어가듯 늙어가면 되겠다
--- 「그 여자네 국숫집」중에서

세 평이면 되겠다!
-
낡은 샤시문 밀고 들어가니
보꾹 다락방 삐걱거리는 나무계단 내려와
콩 갈고 돼지 비곗살 썰어
빈대떡 한 접시 부쳐주는 이모네
시린 등 붙어 앉아도 두 테이블에 만석이라
서로 몸피 줄이자 들고온 보따리 눈치껏 작아진다
요선동 왁자하던 시절에는 시청 도청 술꾼들
벌렁주 한 짝씩 비우고 갔다고
그믐달처럼 이울어진 이모님 왕년 소환하자
어느새 시간은 한 순배 거꾸로 돌고
골목을 타고 울리는 망개떡 소리
초저녁부터 졸던 연탄 난롯불
화들짝 불구멍을 열어젖히고
막걸릿잔 부딪히며 마음 부딪친 자리
올겨울 처음 눈다운 눈이 내린다
-
* 평창이모집 : 춘천시 요선동에 있는 3평짜리 막걸리집.
--- 「평창이모집」중에서

마수걸이도 못한 장삿집에 詩를 사라 들어선다 안 산다고 내몰아도 한번 보기라도 하라며 밀고 들어선다 나가면 개나 소나 다 시인이더라고 하자 사기꾼이 많은 세상보다 낫지 않냐며 손 빠르게 詩를 펼쳐놓는다 칫솔도 아니고 때수건도 아니고 쟁여놓고 먹을 수 있는 마른 멸치도 아닌 것이 개도 못 끓여주는 詩 사서 무엇에 쓰겠냐 해도 소똥 말똥 개똥도 사두면 다 쓰임새가 생기게 마련이니 걱정은 바람 말뚝에 매두란다 그럼 귀퉁이 떨어지고 없는 것 한 장 주고 가라고 하니 장사꾼 아니랄까 덤은 있어도 공짜는 없노라 단칼에 잘라버린다 마지못해 詩 한 장 집어 읽는 시늉하고는 내 취향 아니라고 슬그머니 내려놓으니 큰 서점 나가봐도 이만한 물 좋은 詩 보기 드물다며 다른 놈을 들이댄다 그 틈을 잡고 詩 한 편 팔면 이문이 얼마나 떨어지냐 물으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것이 장사란다 삭힌 홍어처럼 호불호가 강한 것이 詩라서 인건비는 고사하고 종잇값도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며 긴 한숨 뽑아낸다 피장파장 시도 팔리지 않는 세상 꽃이라고 팔리겠냐며 오전 내 개시도 못하고 있으니 다음 장에 들러보라 하자 그때서야 주섬주섬 詩보따리를 챙겨 나간다 휘적휘적 걸어가는 詩장수 뒤로 플라타너스 마른 잎 마침점 되어 떨어진다
-
손님 없어 군둥내 나던 입이 화하다

--- 「詩장수」중에서

출판사 리뷰

담백한 언어로 피어낸 ‘사람의 시학’ 펼치는 장은숙의 『그 여자네 국숫집』

2014년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한 후 강원도 춘천 [시문] [춘천문학] 동인으로 활동해온 장은숙 시인이 등단 5년 만에 첫 시집 『그 여자네 국숫집』을 출간했다.

장은숙 시인의 첫 시집 『그 여자네 국숫집』의 시들은 일상에서 길어올린 담백한 언어로 빚어낸 ‘사람’과 ‘삶’을 향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 주변의 자연과 평범한 삶에서 마주치는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반짝이는 속성’을 지닌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적 발상을 바탕으로 독특하게 형상화한 ‘낯섦’의 방식이 크게 돋보인다.

‘詩’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담아낸 「詩」는 시쓰기에 임하는 자세를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런저런 시들을 “다 읽어봐도” 시란 결국 다 ‘사람’이고 ‘삶’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장은숙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듣고 배웠을 ‘낯설게 하기’, ‘비틀기’ 같은 시쓰기 방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기 자신을 향해 “어렵게 쓰지 말자!”라며 다른 이야기를 꺼내든다. 사실 삶이란, 제아무리 ‘비틀고’ ‘낯설게’ 해가며 멋을 부려봐야 결국 ‘입에 밥 들어가는’ 것에 불과한 일이기 때문이다.

장은숙 시인이 말하는 ‘어렵게 쓰지 않는 시’는 쉽게 읽히면서도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는 시를 의미한다, 또 어떤 면에서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만드는 시’가 아닌 ‘우러나는 시’를 이른다. 사람들 대부분이 시가 어렵다며 진지하게 마주하기를 꺼리고, 여기저기 시인들이 넘쳐나는데도 독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면 그 말은 자신뿐 아니라 모든 시인에게 던지는 화두라 해야 할 것이다.

장은숙 시인의 시에서 하늘, 땅, 바람, 꽃 같은 자연물은 사람과 더불어 세상을 이루는 것들이면서 사람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러한 ‘자연-사람論’은 그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바탕을 형성하게 해준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그 여자네 국숫집」은 ‘간판 없고’ ‘비법의 육수도 없고’ ‘날씨나 계절 따라 간이 흔들리기도 하는’에서 떠올려지듯, 허름하고도 특별나지 않은, 오히려 어딘지 모자라는 구석을 지닌 ‘그 여자네 국숫집’을 통해 “그날 판 첫 국수는/ 죄 없이 배고픈 이들의 몫으로 떼”어두고, “허기보다 사람 고파 드는 손님/ (…) / 다 배불리 먹으라 국수사리 수북이 부조하는”에서 볼 수 있듯 ‘넉넉하고 인심 좋으며, 돈벌이에 목매지 않고, 한편 낭만적’이기까지 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존재 속에 깃들어 있는 시적 의미를 찾아내어 독특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자신만의 언어로 형상화하려는 장은숙 시인의 시들은 『그 여자네 국숫집』과 함께 독자들에게 뜻깊은 목소리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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