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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5
1부 발자국 · 13 그러니까 결국 · 14 초보운전 · 16 장미는 어느 길로 꽃을 내는가 · 18 꿈이 벽을 지나 · 20 길을 가는 꽃들에게 · 22 소음의 간격 · 24 창틀 · 26 늦은 귀가 · 28 풍란 · 29 환승역 · 30 눈물 · 32 생일 · 34 무관심 혹은 관심 · 36 SCHOOL ZONE · 37 진입로 CCTV · 38 어댑터가 되고 싶어요 · 39 햇살의 각도 · 40 불혹 · 42 낙엽 시편 · 43 설거지 · 44 2부 기다림 · 49 노랗게 질리다 · 50 마을버스 · 51 빨간 입술 · 52 고모의 빨간 구두 · 54 크리스마스 이브 · 55 동백 탭댄스 · 56 미루나무 · 58 수국이 필 때 · 60 어디로 가는 걸까 · 61 라일락 지는 저녁 · 62 소쿠리 · 63 떠나지 않기 · 64 수놓는 남자 · 65 이별 · 66 문득 · 67 양말 · 68 그에 관한 삽화 · 69 이팝나무 · 70 블루베리 딸 때 · 71 첫사랑 추억 · 72 3부 염전에 들다 · 77 주정을 달래다 · 78 사는 다른 방식 · 80 이유는 있다 · 81 실마리 · 82 닮은꼴에 대한 반감 · 84 바지 · 85 지하도 · 86 옛 집 · 88 흙의 진격 · 90 달팽이관 역(驛) · 91 꽃은 피고 지고 · 92 거품 · 94 작은 손 · 96 남매 · 97 사과 · 98 아침 · 100 수리수리 마수리 · 102 환절기 · 103 라면 · 104 혁명의 본질 · 106 해설 생의 기로(岐路)들과 기억의 합엽(合葉)/ 백인덕·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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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어느 길로 꽃을 내는가
-- 넝쿨장미가 방향을 어떻게 정했는지 저마다 줄기로 중학교 담장 울타리를 감아오른다 - 길 건너 왼쪽 오른쪽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과 구치소가 있다 - 많은 길은 선택할 수 있으나 모든 길을 선택할 수는 없다 장미 터널을 지나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 소음처럼 섞여오는 이파리가 장미를 흔들고 있다 바람이 결정한 향기는 이내 운동장으로 흩어진다 - 몽우리 같은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혼합 속에서 섞이는 개별 - 그러나 아직은 이 질서가 어지럽다 그러나 아직은 너희의 계절을 알 수 없다 - 호송차량이 길을 따라 구치소에 가닿을 때마다 몇몇 꽃들이 그늘에서 시들 것이다 - 이미 떠나온 곳에서 멀어져갔지만 떠나갈 길이 더 위태로운 거라고 넝쿨이 꽃의 중심에서 줄줄이 휘고 있다 - 천천하고도 오래, 담장 너머 꽃 피는 소리가 시끄럽다 -- [대표시] 창틀 -- 오래된 눈물을 가두고 있는 얼룩 결국 창문의 기록은 창틀 사이에 남는다 - 눈물도 고이면 먼지를 끌어들이며 딱지처럼 딱딱하게 굳어간다 엉켜진 얼룩은 수많은 눈물의 검은 유적이다 - 사람에게는 저마다 창이 있는 것일까 창틀 없는 창은 넘치도록 많은 것을 보느라 볼 수 없다 - 눈물이 투명하다고 정해져 있다면 검다는 것은 빛이 자글자글 타들어간 흔적이 아니었을까 - 창을 닦으며 창틈 꼬깃꼬깃 박힌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응어리를 송곳으로 긁어낸다 - 보이지 않는 차이를 품고도 어느 쪽으로 내어야 창은 눈물을 감출 것인가 - 오래된 얼룩에서 눈물 냄새가 난다 -- 떠나지 않기 -- 저녁쌀 씻어 압력밥솥에 앉히다가 - 아침부터 서두르던 엄마 외가에 가시고 나는 온종일 혼자서 구슬치기 사방치기 핀치기를 앞마당에 앉혀놓고 졸았네 해 그림자 슬그머니 걸어와 솥 안을 기웃거리다가 기대놓은 싸리비 넘어뜨리면 화들짝 깨어 눈 비비며 일어난 밥때, 손등 반쯤 올라오게 물 붓고 자작자작 기다림 높이만큼 밥을 짓네 연탄불이 솥을 달랠 때 모락모락 김 새는 뚜껑을 몇 번이고 열어보네 엄마의 얼굴처럼 뽀얗게 웃는 밥알들, 큰길가로 연기를 모락모락 실어나르네 그 냄새 따라 밤이 오고 엄마도 잘 따라올까, 내가 밥 다 했어 머리 쓰다듬어주고 밥솥 열더니 시장해서 더 해야겠다 쌀 일어 솥뚜껑 덮고 불 다시 지폈지 - 치익칙, 밥솥이 김을 내뿜자, 삼층밥처럼 일어서는 엄마 생각 --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