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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우리 삶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_ 5 1장. 일상으로부터 기억을 깨우는 사물, 모나미153 _ 12 오래도록 사랑받는 디자인의 비결 _ 17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사물_ 22 평범하기에 더욱 비범한 _ 30 도시 환경을 위한 새로운 제안_ 35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_ 41 2장. 디자인이 밝혀온 세상 모두를 위한 색, 팬톤 _ 48 삶을 가꾸는 디자인의 힘 _ 54 모두를 위한 디자인 _ 59 세대를 연결하다 _ 65 읽기 쉬운 도시의 조건 _ 70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 _ 75 3장. 디자인으로 소통하다 기능을 넘어 소통할 수 있다면_ 82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_ 88 햅틱, 더 가까워질 권리 _ 93 호모 무지쿠스와 사운드 디자인 _ 98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 _ 103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_ 109 4장. 결핍에서 시작되는 디자인 혁신 A4종이와 바우하우스 정신 _ 116 멤피스 디자인이 선택한 디자인의 무기_ 122 놀이하는 인간이 만드는 미래 _ 128 혁신을 추동하는 메이커 운동 _ 134 업사이클 디자인의 가능성 _ 140 멕시코의 빗물을 파는 가게 _ 146 5장. 나중에 올 사람들을 위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공의 힘 _ 156 과정이 아름다운 디자인 _ 162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_ 166CCCC 실천을 이끄는 디자이너들 _ 171 자율성을 위한 최소한의 디자인 _ 177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도전_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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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엿보기
볼펜이 생산될 당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쟁의 상흔을 치료하기에도 벅찼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자조차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 개인의 취향을 일일이 반영하며 다양하게 디자인할 여력이 없었지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장 중요한 기능만을 탑재해 생산해야 했으니까요. 대부분 꼭 필요한 자원이나 사용 목적이 분명한 물건들이었습니다. 기호품이라기보다는 필수품에 가까웠죠.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삶 속에서도 기록을 통해서 삶을 다시 희망할 수 있는 매개물이었던 모나미의 153볼펜은, 당시 시내버스 요금과 신문 한 부의 값과 동일한 15원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최소한 누려야 하는 도구의 최저 가격이 15원이었던 셈이죠. 153볼펜의 현재 가격은 시내버스 요금보다 낮은 300원에 불과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예전의 모양 그대로 여전히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_15쪽. 1902년 가을,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냥터에서 다친 어미 곰을 풀어준 일화가 워싱턴포스트지에 삽화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위협은커녕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가엾은 곰의 모습은 곰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깨고, 전 세계인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는 인형 업계까지 전해져 발 빠른 어느 사업가에 의해 곰 인형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어린 시절 애칭인 ‘테디’라는 이름을 따서 말이죠.테디 베어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스위스의 산업 분석가 월터 스타헬Walter Stahel은 테디 베어 인자teddy bear factor라는 개념을 통해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디자인의 비결을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테디 베어를 돌보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테디 베어가 단순히 귀여운 사물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친교의 대상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_20쪽. 네이비 의자의 소재는 코카콜라 페트병을 재활용한 것입니다. 코카콜라 페트병의 생산량 중에서 단 3%만 6개월 이상 사용되고 나머지는 버려지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만든 것이었죠. 개발 기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일반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만든 것보다 4배 이상 들었지만,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디자인과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데 일조했습니다. _24쪽.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생리식염수가 담긴 유리병 하나를 샀습니다. 유리병을 비우고는 생리식염수 대신 파리의 공기를 담았습니다. 자신의 막역한 친구이자 후견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던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파리의 공기 50cc50cc of Paris Air>입니다. 일상의 사물들을 예술의 지위로 끌어올린 예술가의 명성만큼이나 엉뚱 발랄한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일 파리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누군가가 이런 선물을 받았다면 어떤 상상을 할까요? _41쪽.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도 대부분 팬톤의 컬러매칭시스템에 의해서 생산된 것들입니다. 디자인 교육자 존 마에다John Maeda는 “예술은 질문을 내놓지만, 디자인은 해결책을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팬톤은 제작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색채를 동일한 품질로 유지할 수 있는 색채의 표준 시스템을 제공해 생산자들의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어떤 색으로든 자신의 감정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_53쪽. 레몬즙을 짜는 도구인 주시 살리프Juciy Salif는 필립 스탁의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탈리아 주방제품 제조회사인 알레시Alessi를 위해서 디자인한 주시 살리프가 1990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 사방이 들썩였습니다. 이 도전적인 디자인 사물의 용도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한편에서는 레몬이 잘 짜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능성이라는 엄청난 허들을 단번에 뛰어넘어 주방의 오브제로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흥미로워했죠. 우주에서 온 외계 물체처럼 생긴 이 주방 도구가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혼란스러움 덕택입니다. 주시 살리프는 그 이름처럼 세상의 어떤 과즙 짜는 기구보다 앞선 디자인이었으니까요. 지금까지도 이 디자인 사물의 감성적 기능을 능가하는 디자인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_83쪽. 1993년에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프라이탁 형제에 의해서 개발된 프라이탁 가방은 생활의 필요에 의해 생긴 우연한 탄생이었습니다. 두 형제는 취리히의 교외에 살면서 늘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는데요. 그곳의 날씨 탓에 방수성이 뛰어난 가방이 필요했다고 해요. 그러다 그들의 눈에 띈 것은 방수 천으로 덮힌 트럭이었습니다. 이들은 폐방수천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방 본체의 소재는 폐방수천이고요. 어깨끈은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이용했습니다. 프라이탁의 가방은 수거한 폐방수천의 원형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디자인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뭐든 하나밖에 없기에 개인의 선택에 따라 독자적인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거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브랜드의 차별성과 폐방수천의 내구성, 그리고 환경을 고려한 생산에 대한 자부심까지 더해져 프라이탁은 전 세계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_144쪽.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시각을 조금 돌려 보면 흩어진 많은 조각이 보입니다. 도시 속에서 살고, 도시와 함께 변화를 겪으면서 덮어버린 과거의 흔적들, 무심히 지나치는 매일의 일상들, 그리고 달성한 혹은 달성하지 못했기에 잊힌 꿈들. 이런 것들은 위대한 건축가나 디자이너도 발견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도시 속에서 숨 쉬며 매일을 살고 있는 우리만이 찾을 수 있는 것이죠. 우리 동네를 밝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동네 사진관 아저씨이고, 우리 동네 떡볶이 집 아줌마이고, 그리고 ‘나’라는 존재이니까요. 그 존재들이 좋은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그 모든 조건들을 위해서 충분한 배려를 담은 최소한의 디자인입니다. _18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