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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책소개

목차

오자에 관한 증명
감정가
허가증
허가증
허가증
허가증
특허장
아라곤의 특허장
책머리에
레모스 백작에게 바치는 헌사
알까니세스 후작이 미겔 데 세르반떼스에게
페르난도 베르무데스 이 까르바할 세사 공작의 시종이 미겔 데 세르반떼스에게
돈 페르난도 데 로데냐가 미겔 데 세르반떼스에게
후안 데 솔리스 메히아 궁중의 선비가 독자들에게

집시 소녀에 관한 소설
마음씨 좋은 연인에 관한 소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에 관한 소설
에스빠냐 태생 영국 여자에 관한 소설

발간사

저자 소개2

미겔 데 세르반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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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uel de Cervantes Saavedra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극작가이자 시인이라 불린다. 1547년 9월 29일 성 미겔의 날에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대학도시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일곱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인 로드리고 데 세르반테스는 가난한 외과의사 겸 접골사였으며 어머니 레오노르 데 코르티나스는 코르도바 출신이었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몇 달간 투옥되었던 세르반테스는 19세가 되던 해 유명한 에라스무스주의자 후안 로페스 데 오요스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 들어가고, 1568년 펠리페 2세의 왕비인 이사벨 데 발부아가 사망하자 오요스가 발간한 문집에 시 네 편을 수록한다. 이는 세르반테스의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극작가이자 시인이라 불린다. 1547년 9월 29일 성 미겔의 날에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대학도시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일곱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인 로드리고 데 세르반테스는 가난한 외과의사 겸 접골사였으며 어머니 레오노르 데 코르티나스는 코르도바 출신이었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몇 달간 투옥되었던 세르반테스는 19세가 되던 해 유명한 에라스무스주의자 후안 로페스 데 오요스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 들어가고, 1568년 펠리페 2세의 왕비인 이사벨 데 발부아가 사망하자 오요스가 발간한 문집에 시 네 편을 수록한다. 이는 세르반테스의 문학적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

1569년 로마로 떠난 세르반테스는 교황청 소속 신부의 시종으로 일하다 이듬해 나폴리에서 스페인군에 입대한다. 스페인이 주도하는 기독교 연합군과 터키 사이에 벌어진 레판토 해전에서 그는 왼쪽 가슴과 팔에 총상을 입어 왼팔을 쓸 수 없게 된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한 후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르네상스 말기의 문화에 심취했으며, 1575년 에스파냐 해군 총사령관이며 왕제(王弟)인 돈 후안의 표창장을 받고 동생과 함께 스페인으로 귀환하는 갤리선에 오르지만 터키 해적의 공격을 받고 포로가 되어 알제리로 끌려간다. 1576년 세르반테스의 주도로 포로 13명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길잡이의 배반으로 실패하고, 이후 세 번이나 더 탈출에 실패한다. 1580년 마침내 5년이라는 긴 포로 생활에서 해방된 세르반테스는 마드리드에서 가족과 재회한다. 그때부터 희곡 집필에 전념하기 시작한 그는 1583년 배우와 극작가들이 자주 다니는 타베르나에서 유부녀인 아나 비야프랑카와 사랑에 빠진다.1585년 9월 아나 비야프랑카는 딸 이사벨을 낳고, 그해 12월 37세의 세르반테스는 19세의 카탈리나 데 팔라시오스와 결혼한다. 첫 작품인 목가소설 『라 갈라테아』를 출판한 것도 이때였다. 이후 1587년까지 20∼30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1592년 징수된 곡물을 허가 없이 판매한 혐의로 세비야 감방에 투옥된 세르반테스는 옥중에서 『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를 구상한다. 1605년 출간한 『돈키호테』 1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돈 키호테』의 정식명칭은 『재치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로, 작가 자신이 “유행하고 있는 기사(騎士)이야기의 인기를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에스파냐에서 유행한 기사 이야기의 패러디에서 출발되었다.

이 작품의 중심은 돈 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두 성격의 창조로, 기사의 고매한 이상은 산초 판자의 실제적이고 비속한 물질주의와는 대조적이다. 21세기 먼 타국에서조차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돈키호테는 독자들 나름대로의 잣대로 인해 현실감각 없는 인물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주위의 시선과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그 시대까지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소설의 다양한 형식을 집결하여 문체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개방식에서도 참신함이 돋보이는 훌륭한 걸작을 만들어냄으로써 유럽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이후 『돈키호테』 2편, 『모범소설집』(1613), 『파르나소에의 여행』(1614), 『여덟 편의 희극과 여덟 편의 막간극』(1615)을 출간하였다. 만년에는 종교적인 결사에 가담하고, 1611년 프란시스코 데 실바가 창립한 아카데미아 셀바헤라는 작가 단체에 가입하였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 마드리드에서 수종으로 69세의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유해는 마드리드의 트리니타리아스 이 데스칼사스 수도원에 매장되었다고 전해지나 무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다른 상품

1968년 《창작과 비평》으로 시인 등단. 1969년 「Fabula(우화)」라는 스페인어 시로 마드리드에서 “Machado 형제 시문학상” 수상. 시집 『시간의 손』(문학사상), 『시비시』(민음사), 『풀어쓰기』(고려원), 『푸닥거리』(문학사상), 『나무나비나라』(문학사상), 『ㅅ과 ㅈ 사이』(문학아카데미), 『봄비는 나폴리에서 온다』(문학아카데미), 『바람개비에는 의자가 없다』(천년의 시작), 『파도가 바다에게』(서정시학), 『하늘 짊어질 무지개 하나』(문학아카데미). 스페인어 시집 : 『A cuerpo limpio(맨 몸으로)』 『Tierra azul(푸른 대지)』
1968년 《창작과 비평》으로 시인 등단.

1969년 「Fabula(우화)」라는 스페인어 시로 마드리드에서 “Machado 형제 시문학상” 수상.
시집 『시간의 손』(문학사상), 『시비시』(민음사), 『풀어쓰기』(고려원), 『푸닥거리』(문학사상), 『나무나비나라』(문학사상), 『ㅅ과 ㅈ 사이』(문학아카데미), 『봄비는 나폴리에서 온다』(문학아카데미), 『바람개비에는 의자가 없다』(천년의 시작), 『파도가 바다에게』(서정시학), 『하늘 짊어질 무지개 하나』(문학아카데미).
스페인어 시집 : 『A cuerpo limpio(맨 몸으로)』 『Tierra azul(푸른 대지)』 『Isla(섬)』 『Obra poetica(시선집)』 『Rio de viento(바람의 강)』 『Azares y azahares(인연과 연꽃)』 『Versos del rio de viento(바람의 강 노래)』 등 스페인, 멕시코에서 펴냄.

저서 『서양 문학 속의 동양』 『세계문예사조의 이해』 등 20여 권.
번역 한국 시선집들로 1975년-2016년 사이 스페인어로 번역, 스페인, 중남미, 멕시코에서 펴냄.
『Versos coreanos』 『Poesia Coreana Actual』 『Flor y Oro de la Poesia Coreana』를 비롯한 10여 권의 황지우, 최승호, 김동길 등의 스페인어 개인 시집
번역판. 우리말 번역으로 『돈 끼호떼 1, 2권』 완역, 세르반테스의 『모범 소설집』 등 30여 권.
수상 한국시문학상(2002), 영랑문학상(2016), 유럽한림원 Mihai Eminescu 세계시인상(2016).

현재 시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아시아스페인어문학회 회장, 스페인왕립한림원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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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18쪽 | 418g | 145*210*15mm
ISBN13
9788936464769

책 속으로

“이분들이 나의 몸을 그대에게 넘겨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니 내가 원하는 한 늘 자유로울 겁니다. (…) 나는 당신이 쫓던 토끼를 따라가 잡으면 곧 놓아주고 달아나는 다른 토끼를 잡으러 뛰어가는 사냥꾼처럼 나와 그런 사냥놀이를 하길 바라지 않으니까요. 눈은 잘 속는 것이어서 첫눈에는 가짜 금이 순금처럼 보여도 조금 지나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게 되지요. 당신이 말하는 내 아름다움도, 그것을 해 위에 놓고 더욱 밝다고, 황금 위에 놓고 더욱 반짝인다고 추켜세우다가 가까이에서 보아 어둡거나 더럽게 보이면 당신은 무슨 연금술에 속은 게 아니냐고 할지 누가 알겠어요?”

--- 「집시 소녀에 관한 소설」 중에서

줄거리

「집시 소녀에 관한 소설」
귀족 청년 안드레스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쁘레시오사에게 반해 청혼하자, 쁘레시오사는 자기와 결혼하려면 2년간 집시가 되어 집시들과 함께 생활해야 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안드레스는 그 조건을 받아들여 집시들과 생활하게 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당당한 집시 여성 쁘레시오사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며, 집시들의 풍습과 생활상을 가장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마음씨 좋은 연인에 관한 소설」
세르반떼스의 실제 포로생활 경험과 허구의 사랑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귀족 청년 리까르도는 아름다운 귀족 영예 레오니사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집안에서 짝지어준 그보다 더 부유한 정혼자가 있다. 그러나 리까르도와 레오니사가 터키 해적들에게 포로로 잡히면서 이 둘의 기구하고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에 관한 소설」
가난한 소년 린꼰과 꼬르따도는 성공의 기회를 잡고자 대도시 세비야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경찰을 매수해 뒤를 봐주는 대신 이익을 나눠 갖는 범죄조직망이다. 자신들만의 엄격한 규율과 계급,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허무맹랑한 논리를 접하고 두 사람은 환멸을 느낀다.

「에스빠냐 태생 영국 여자에 관한 소설」
영국 해군장교 끌로딸도는 에스빠냐와의 해전 때 이사벨라라는 여자아이를 납치해 런던으로 데려와 자기 딸처럼 키운다. 눈부시게 성장한 이사벨라는 끌로딸도의 아들 리까레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사벨라를 흠모하는 아르네스또 백작 어머니의 간계로 독약을 마시고 추한 외모로 변하고 만다. 이에 리까레도의 부모는 다른 아가씨를 아들의 정혼자로 짝지어주지만, 리까레도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이사벨라를 진심으로 사랑함을 깨닫고 그녀를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출판사 리뷰

르네상스적 이상을 품은 사랑과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


1613년에 출간된 『모범소설집』은 크게 귀족을 주인공으로 이상주의적 교훈을 담은 소설과 도시 서민과 날품팔이, 떠돌이 악사, 건달, 도둑 같은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로 나뉜다. 두 부류의 문체와 소설의 짜임새 및 완성도에서 보이는 차이는 이들이 긴 시간에 걸쳐 쓰인 작품들임을 알려준다. 여러 우여곡절이 얽혀 전개되며 르네상스적 사랑을 주제로 하는 전자에 비해 리얼리즘적 시각에서 생동감 넘치는 문체로 펼쳐지는 후자가 더 나중에 쓰인 작품들이다. 이는 세르반떼스가 작가로서 보이는 발전 양상일 뿐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르의 발전상을 드러내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집시 소녀에 관한 소설」 「에스빠냐 태생 영국 여자에 관한 소설」 「핏줄의 힘에 관한 소설」 「고명한 식모 아가씨에 관한 소설」 「두 아가씨에 관한 소설」 「꼬르넬리아 아씨에 관한 소설」 등이 전자에 속하는 작품들로, 귀족 여성이 우연한 일로 신분에 걸맞지 않게 살다가 사랑을 통해 신분을 회복하는 줄거리가 주를 이룬다. 신분의 급격한 추락과 상승은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드는 요소이자 때로는 이 과정에서 다른 계급 사람들과 섞이며 이들의 생활상을 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작품은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귀족 여성의 사랑 이야기로, 그녀를 사모하는 귀족 남성이 구원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엄격한 사회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 여성이 마냥 수동적 존재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집시 소녀에 관한 소설」에서 집시로 키워진 소녀 쁘레시오사는 뛰어난 미모와 춤과 노래 솜씨에 반해 그녀와 결혼해서 그녀를 자신과 동등한 ‘고귀한’ 신분으로 높여주고 싶다는 귀족 청년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집시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워 그에게 자신과 함께 2년간 집시로 생활한다면 그 사랑을 믿겠노라는 조건을 내건다. 「두 아가씨에 관한 소설」에서 두 여성은 자신들을 한때의 즐거움으로 삼다가 떠나버린 연인을 찾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용감하게 길을 나서며, 갖가지 모험을 겪은 끝에 결실을 쟁취한다. 여성이 가문과 남성에 종속된 존재이던 시절에 소설 속 여성들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갖가지 금기를 어기고 사랑을 나누며, 그로 인한 시련을 자신의 의지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한결같이 흥미진진하다. 뒤틀린 일은 바로잡히며 악행은 선행으로 구제된다는 교훈과 더불어 귀족의 도덕률로 제시되는 신분에 걸맞은 의무와 명예심, 예의 바름과 선행 등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이상적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매력적인 악한(惡漢)들의 세계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세르반떼스 리얼리즘의 묘미


이에 비해 떠돌이 악사, 날품팔이 일꾼, 도둑과 건달 무리 등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한층 무르익은 필치로 다양한 인간상을 그려낸다. 사소한 속임수와 다툼이 일상인 세계, 투박한 말투와 거친 생활 속에서 피어나는 왁자한 활기, 때로는 무시당해서 눈물짓고 때로는 작은 재주에 환호하며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 400여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생생하다. 이들을 통해 신화와 역사 속 상상의 존재가 아니라 심장이 뛰고 온기가 느껴지는 살아 있는 사람의 세계가 세르반떼스의 손에서 태어난 것이다. 이것이 그때까지 답습해오던 고전문학의 전통을 거부하고 “지금 나의 이 단편소설들은 내 스스로 창조한 것이며, 어디서 모방하거나 표절해온 것들이 아니”라는(2권 434면) 자부심 가득한 그의 발언의 진짜 의미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에 관한 소설」은 악자(惡者)소설풍이면서도 특정 인물의 일대기가 아니라 세비야 건달패의 집단적 생활을 묘사한 점에서 세태소설의 성격도 갖는 작품이다. 희한한 미신들에 둘러싸여 그들만의 규범을 만들고 지키며 살아가는 ‘도둑놈’들의 모습이 위트와 유머로 그려진다. 「유리 석사에 관한 소설」은 자신을 유리로 만들어진 존재라 생각하는 광기를 보이는 석사(碩士)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천재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현대사회 작가(예술가)의 존재를 연상시킨다. 광증을 보일 때 그토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유리 석사가 막상 광증에서 해방되자 세상에서의 쓸모가 없어져 무사로 전장에 나간다는 결말은 존재의 아이러니를 곱씹게 한다.

“반쯤은 진실이고 반쯤은 거짓”이라는(2권 446면) 평을 듣는 세르반떼스의 소설세계는 그의 독특한 리얼리즘 덕분이다. 그는 전능한 존재로서 소설 속 모든 인물과 구성을 통제하는 작가의 자리에 있지 않다. 스스로 만든 이야기의 뼈대를 흔들고 불쑥불쑥 이야기 중간에 작가의 목소리로 끼어들기도 한다. ‘열린 소설’로서 독자들이 주어진 상황을 마주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게 이끄는 것이다. 우연히 사람처럼 말하는 능력을 얻게 된 개들이 밤새 나눈 대화를 한 사람이 엿듣는 형식으로 서술된 「개들의 대화」는 그런 특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여기에는 이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그대로’ 받아 적은 이야기꾼이 등장하며, 그 이야기를 읽고 그것이 허구인지 사실인지 판단을 내리는 ‘독자’가 존재한다. 소설, 즉 이야기가 순전한 허구인가 혹은 허구를 통해 창조된(발견된) 진실인가의 문제는 소설의 본질에 닿아 있는 질문이며, 현대 작가의 존재를 예비한 듯한 이 소설 속 이야기꾼의 존재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세르반떼스는 거짓 같은 사실, 사실 같은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면서 소설의 개념을 새로이 연 것이다.

『모범소설집』은 소설사적 의의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작품이지만 다채로운 인간들의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 교묘한 언어유희, 넘치는 익살과 유머로도 소설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세르반떼스의 문체적 특성을 평생 탐구해온 역자의 번역이 그 재미를 더한다. 400여년 전 작품으로서 몇몇 풍습과 여성관 등은 오늘의 독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겠지만, 그 한계 안에서도 놀랍도록 모던한 사고를 보여주는 여성들과 세상의 금기를 유희하는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사람들의 입체적인 삶을 통해 이야기의 참맛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

세르반떼스와 함께 르네상스의 귀족 중심 문학, 특히 고전 모방에 연연하던 서사시의 전통은 서민층 독자군을 확보하면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실성을 얻는다. 그때까지 통속적 단편으로 경시되던 ‘소설’이라는 장르가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전통과 중세 민중서사시와 접합하면서 전무후무한 새로운 장르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세르반떼스는 그 이전의 모든 이야기 장르를 통합하고 아우름으로써 서사시의 숭고성과 산문서사시의 우여곡절 많은 재미, 또한 당시 유행하던 세속적 이야기 장르인 목가소설·악자소설·기사소설 등을 모두 자기 것으로 흡수해 새로운 형태의 리얼리즘 이야기 형식을 창출한다. 이렇게 근대소설의 효시는 처음부터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냈던 것이다. _민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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