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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배가 되는 마음들] 서점인이 직접 뽑는 2019 일본서점대상 2위를 수상한 소설. 혼자가 된 스무 살 외톨이 세이스케. 지갑을 털어 사려 한 크로켓을 양보하는 마음을 더 큰마음으로 돌려받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삶은 천천히 변화한다. 함께 나누면 배가 되는 마음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 소설M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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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가을
혼자만의 겨울 혼자만의 봄 여름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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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때, 오랜만에 사람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야말로, 돗토리대학 학생 식당에서 비토 씨와 얘기를 나눈 후로 처음인지도 모른다.
말을 하겠다고 생각지 않으면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은 채 지낼 수 있다. 혼자라는 건, 요컨대 그런 것이다. 돈을 내는 손님으로서나 입을 연다. 아, 젓가락 부탁합니다, 특제 말고 그냥 싼 고기만두 주세요. 그런 말밖에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건 무서운 일이다. 그 무서움에 짓눌리고서야 겨우 앞을 조금씩 보게 되었다. --- 「혼자만의 가을」 중에서 역시 이 베이스를 팔아 버릴까. 3,000엔이라도 있으면 보탬이 된다. 엿새치 식비가 될 수 있다. 아니, 과연. 엿새치 식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할까. 자작곡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차곡차곡 쌓아 둔 프레이즈들을 반복해서 친다. 잊지 않았다. 아니, 치면 바로 떠오른다. 다만,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벌써 다섯 달이나 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왼손의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과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 그리고 오른손의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딱딱하게 군살이 앉았던 손가락이 야들야들해졌다. 앞으로는 손가락 전체 피부가 두꺼워져야 한다. 어느 정도 열에 견딜 수 있으려면, 도쿠지 씨의 손가락처럼 되어야 한다. 베이시스트의 손가락을 요리인의 손가락으로 바꾸는 것이다. 앰프 없이 베이스를 붕붕 친다. 작심하고 치면, 이 붕붕거리는 소리도 커질 수 있다. 가장 굵은 네 번째 현의 저음부에서 가장 가는 첫 번째 현의 고음부로 휘리릭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 현의 E 음을 퉁긴다. 두둥우우우웅. 그 음에 덮어씌우듯, 후우우우 길게 숨을 내쉰다. “끝.” 마지막 연주다. --- 「혼자만의 겨울」 중에서 “너, 일할 마음이 있는 거야, 뭐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냐고. 일할 마음이 있는지 묻고 있잖아.” “네.” “있는지 없는지 대답해 봐.” “있습니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질책이 과하다는 기분이 든다. 라면 맛도 덩달아 떨어진다. 맛을 즐길 수 없다.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하고 생각하고 만다. 가령 라면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이런 가게에는 가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환경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 「혼자만의 봄」 중에서 “이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뚱이.” “뚱이.” “처음에는 다른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이 쪘잖아. 그래서 뚱이.” “살이 쪄서 이름을 바꾼 거예요?” “응. 몸집하고 이름이 어울려야 부르기 쉽잖아. 세이스케 씨도 딱이라고 생각했지? 뚱이.” “생각했어요. 뚱이네요.” “그러니, 저기에 쩍 늘어져서 움직이지 않지. 큰일이야. 그 대신, 이렇게 가게에 데리고 나와도 밖에 나갈 염려는 없지만.” 고양이 뚱이를 처음 만져 본다. 오른 손바닥으로 등을 쓰다듬는다. 뚱이는 마다하지 않는다. 만지는 거야, 하면서 이쪽을 돌아보지는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고양이라면 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밤에 차 앞으로 튀어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역시 이쪽을 돌아보지 않지만, 슬며시 눈을 감는다. 그러다, 뜬다. 그러고는 또, 감는다. 음냐, 하품을 한다. 졸린 모양이다. 뚱이. 귀엽다. --- 「여름」 중에서 ‘혼자라는 건’, 쉽지 않다. 그것도 성인의 문턱을 겨우 밟은 스무 살 청년에게 불쑥 찾아온다면, 더욱이 쉽지 않다. (중략) 남겨진 유산도 거의 없어 절망의 벼랑 끝에 몰린 세이스케는 어떻게 삶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고단한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이런 때, 인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비굴함으로 무장하고 주변에 기대어 현재의 사회적 위치를 계속하려는 선택도 가능하다. 또는 ‘혼자가 된’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선택도 가능하다. 이 선택의 기로에서 소설의 주인공 세이스케는 참 눈부시다. 그가 사회적인 가치와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비굴해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다. 그의 선택에 작용한 것은 삶을 지향하는 동물적인 감각과 균형을 이룬 선한 의지뿐이었다. 배고픔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끈한 크로켓 한 개 앞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었던 선한 의지야말로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어 준 열쇠였던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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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가을, 나는 혼자가 되었다
가시와기 세이스케, 스무 살, 남자, 여자 친구 없음, 고향은 돗토리, 도쿄에서 대학을 다녔음. 지금은 세상에 혼자 남은 외톨이. 지갑에 있는 돈은 55엔이 전부. 대학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시던 어머니가 도쿄로 대학을 보내 주셨다. 그리고 어느 날 홀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가까운 친척도 없다. 남은 것은 약간의 유산과 검은 베이스 기타 한 대뿐. 학자금 대출을 감당할 수 없어 대학은 중퇴했다. 혼자가 된 도쿄에서 아무런 생각조차 못 하고 그저 다리만 움직였다. 문득 느낀 허기, 문득 다가오는 튀김 냄새. 저도 모르게 발길이 움직인다. 배가 고팠다. 제대로 된 음식이 그리웠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이, 사람과 사이에 쌓이는 인연이 그리웠던 건 아니었는지. 그렇게, 쉽게, 운명은 다가왔다 요즘, 계속 이렇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늘 멍하니 있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밖에 나가면, 그저 터벅터벅 걷는다. 느릿한, 힘없는 걸음이 호흡으로 스미어 온다. 허기진 배가 이끌고 간 반찬가게 앞에서, 지갑을 열어 본다. 55엔. 살 수 있는 거라고는 50엔짜리 크로켓뿐. 그러나 세이스케는 자신보다 늦게 걸음 한 할머니에게 마지막 하나 남은 크로켓을 양보한다. 그 작은 행동이 운명을 바꾸는 열쇠가 되어 줄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