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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원숭이
동물학적 인간론 50주년 기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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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감사의 말
추천사 어느 열렬한 관찰자의 ‘호모 사피엔스 동물학 보고서’
50주년 기념 한국어판 서문 반세기를 꿋꿋이,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저자 서문 우리가 타고난 동물적 특성은 특별하며, 따라서 우리는 특별한 동물이다
머리말 인간의 편견이라는 잠자는 거인을 깨우며
여는 글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

제1장 ORIGINS 기원 놀랄 만큼 강렬하고 극적인 진화
제1장 SEX 짝짓기 강력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성애
제1장 REARING 아이 기르기 가르치고 모방하는 탁월한 능력
제1장 EXPLORATION 탐험 새것 좋아하기와 새것 싫어하기
제1장 FIGHTING 싸움 달아나고 달려드는 충동
제1장 FEEDING 먹기 결코 변하지 않는 식습관
제1장 COMPORT 몸손질 털 손질의 독특한 대용품
제1장 ANIMALS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 공생과 경쟁, 애정과 증오심

옮긴이의 덧붙임
50주년 기념판 저자 인터뷰
참고문헌

저자 소개 2

데즈먼드 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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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mond John Morris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 1928년 영국 윌트셔주 퍼턴에서 태어나 버밍엄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동물 행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털 없는 원숭이』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동물 행동학 사상 보급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까지 4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그중 다수가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털 없는 원숭이』, 『피플워칭』, 『벌거벗은 여자』, 『바디워칭』 등 주로 동물 행동학의 관점으로 인간의 신체와 행동을 논한 저서와 『예술적 원숭이』, 『고양이는 예술이다』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쓴 책을 펴낸 그는 이후 초현실주의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 1928년 영국 윌트셔주 퍼턴에서 태어나 버밍엄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동물 행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털 없는 원숭이』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동물 행동학 사상 보급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까지 4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그중 다수가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털 없는 원숭이』, 『피플워칭』, 『벌거벗은 여자』, 『바디워칭』 등 주로 동물 행동학의 관점으로 인간의 신체와 행동을 논한 저서와 『예술적 원숭이』, 『고양이는 예술이다』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쓴 책을 펴낸 그는 이후 초현실주의 화가로 오랜 세월 활동해 온 경험을 토대로 『초현실주의자들의 삶』을 출간했다. 『포즈의 예술사』는 인간 행동의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까지 새롭게 조명한 데즈먼드 모리스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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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불어,일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 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를 펴냈으며, 1997년에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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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46g | 148*210*30mm
ISBN13
9788976044150

책 속으로

초고를 손 볼 새도 없이 나는 원고를 서류철에 넣어 출판 발행인이 어느 서점에서 주최한 사교 모임에 가져갔다. 복사본이 따로 없었기 때문 에 서류철을 서가에 올려두면서도 행여 원고가 분실되거나 발행인이 깜빡 잊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 발행인은 원고를 챙겨 집으로 가져갔고 성탄절에 이를 다 읽었다. 1967년 10월, 책이 출간되자 나는 세 곳의 주요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첫 번째 진영은 책에 참고 문헌 과 각주, 심지어 색인이 빠졌다고 지적한 학자들이었다. 사실 이 모두를 생략한 것에는 나름의 의도된 셈법이 있었다.
--- 19p, 저자 서문

인간은 왜 털을 벗어야만 했을까
새로운 종류의 다람쥐를 연구할 때처럼, 겉보기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다른 종과 비교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인간의 이와 손, 눈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해부학적 특징으로 미루어보아, 인간이 일종의 영장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주 기묘한 종류의 영장류 이다. 192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의 가죽을 한 줄로 길게 늘어놓고 인간의 피부를 어딘가 적당한 위치에 끼워 넣으려고 해보면, 인간이 얼마나 괴상한 영장류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어디에 집어넣어도 인간의 피부 는 잘못 놓인 것처럼 동떨어져 보인다. 결국 우리는 인간의 피부를 그 줄 의 맨 끝에,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꼬리 없는 유인원의 가죽 옆에 놓을 수밖에 없다.
--- 45p, 제1장 기원

사냥하는 원숭이에서 털 없는 원숭이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나중에 살펴볼 작정이지만, 우선 대 답해두어야 할 문제가 한 가지 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제기된 의문이 바 로 그것이다.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괴상한 종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그것이 다른 영장류의 표본과는 전혀 다른 두드러진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당장 알아보았다. 이 특징은 털 없는 벌거숭이 피부였고, 그래서 나는 동물학자로서 그 생물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 후 우리는 그 생물에게 적당한 이름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직립 한 원숭이, 연장을 만드는 원숭이, 영리한 원숭이, 텃세권을 가진 원숭이 등, 어떤 이름을 붙여도 좋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은 우리가 맨 처음 알아차린 것들이 아니었다. 단순히 박물관에 전시된 동물학적 표본으로만 바라보면 당장 눈에 띄는 특징은 털이 없다는 사실이고, 따라서 이 호칭이 다른 동물학적 연구와 조화를 이룬다면 끝까지 이 이름을 고수할 작정이 다. 게다가 ‘털 없는 원숭이’라는 호칭은 우리가 그 생물에 접근하고 있는 독특한 방식을 상기시켜준다. 그러나 이 이상야릇한 특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냥하는 원숭이는 털 없는 원숭이가 되어야 했을까?
--- 75p, 제1장 기원

‘네오필리아’ 충동과 ‘네오포비아’ 충동의 갈등
나는 이 논의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생략했는데, 그것은 주로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무기) 먹고(농업) 보금자리를 짓고(건축) 편안함을 얻는 (의학) 기본적인 목표를 달성할 때 사용하는 특수한 방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과학기술의 발전이 서로 맞물리게 됨 에 따라, 과학 분야에도 순수한 탐구욕이 침입해 들어온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과학 탐구 - 찾고 뒤진다는 이 명칭 자체로 그것이 놀이라는 것 이 드러나고 있다 - 는 대부분 앞에서 열거한 놀이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순수한’ 탐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는 사실상 예술가와 똑같은 방식으로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써의 실험이 아니라 아름다운 실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탐험 자체를 위한 탐험에 관심을 갖는다. 연구 결과가 실용적인 특수한 목적에 유용하게 쓰이면 더욱 좋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예술가든 과학자든 탐험 행위를 할 때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충동 (네오필리아 충동)과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충동(네오포비아 충동)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새것을 좋아하는 충동은 우리를 새로운 경험으로 내몰 고, 우리는 새로움을 갈망한다. 새것을 싫어하는 충동은 우리를 억제하 고, 우리는 낯익은 것에 안주하고 싶어 한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새로운 자극과 우호적인 낯익은 자극이 우리를 양쪽에서 끌어당긴다. 우리는 그 사이에 끼여서 끊임없이 이쪽저쪽으로 오락가락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새것을 좋아하는 충동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침체할 것이다. 새것을 싫어하는 충동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곧장 재난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런 갈등상태는 머리 모양과 옷, 가구와 자동차의 유행이 끊임없이 바뀌는 이유를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적 진보의 토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탐험하고 후퇴하고, 조사하고 안주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조금씩 넓혀간다.
--- 192p, 제4장 탐험

위협 신호와 항복 신호
패배자가 백기를 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적의 공격 성을 자극했던 위협 신호를 거두는 소극적인 방법과 비공격적인 신호를 보내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단순히 우세한 동물을 진정시킬 뿐이지만, 두 번째 부류는 우세한 동물의 기분을 적극 적으로 바꾸어준다. 가장 유치한 형태의 복종은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꼼짝도 하지 않는 완전한 무저항이다. 공격은 격렬한 움직임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지 자세는 자동적으로 비공격의 신호가 된다. 완전한 무저항은 땅에 엎드려 웅크리는 자세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공격하려면 몸을 최대한으로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거꾸로 몸을 움츠리는 것은 적을 달래는 작용을 한다. 공격자에게 등을 보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정면 공격 자세와 반대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 p. 215 제5장 싸움 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느 열렬한 관찰자의 ‘호모 사피엔스 동물학 보고서’
격렬한 논란의 중심에서 이 시대의 고전이 되기까지


『털 없는 원숭이』가 처음 출판된 후 사람들이 당황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들에게 가장 큰 거부감을 준 것은 이 책이 인간을 마치 동물학의 연구 대상인 일개 동물 종처럼 다루었다는 점이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데즈먼드 모리스의 독특한 표현은 대중과 언론을 사로잡았으나 또 한편으로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 책들을 판매 금지했고, 교회는 이 책을 몰수해 불태우기까지 했다. 저자에게는 종교적?성적 금기를 깨뜨렸을 뿐 아니라, 인류가 선천적인 강력한 충동에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을 마치 짐승처럼 ?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저자는 인류를 동물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털 없는 원숭이’라는 호칭이 타당하다고 주장했고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그의 관점과 접근 방식은 많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졌고,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과 행동 양식을 성찰한 이 책은 반세기가 넘도록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동물행동학의 권위자인 데즈먼드 모리스의 대표작인 이 책은 1967년 출간된 당시부터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8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타임지 <최고의 논픽션 100>에 선정되었고,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 등의 명저를 낳게 한 대중 과학서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느 고전들이 그런 것처럼 『털 없는 원숭이』 또한 이 책을 읽는 시대 상황과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새롭게 재해석되거나 이전보다 더 명확하게 부각되는 내용들을 보게 되는데, 반세기가 지났어도 저자의 예리한 통찰과 분석, 위트 있는 비유와 알기 쉬운 해설은 여전히 탁월하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상상력과 학문적 성찰의 결합이 빚어낸 의미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의 기원과 섹스, 아이 기르기, 탐험, 싸움, 먹기, 몸 손질, 다른 동물과의 관계 등의 행동과 문화적 의미를 분석하여 인간의 몸속에 숨겨진 본능적인 동물의 파일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이라는 이름의 근원을 찾아가는 충격과 감탄의 지적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50주년 기념판은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진정한 우리 시대의 고전을 소개하는 취지와 더불어 기존 독자들을 위한 배려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재천 석좌교수가 진행한 저자와의 50주년 기념 특별대담 전문이 그것인데, 이 자리에서 두 석학은 책을 집필했던 50년 전과 현재를 넘나들며 이 책이 갖는 의미를 비판적 시각으로 되짚어보는 한편, 인공지능과 페미니즘, 고령화·도시화에 따른 삶의 변화 등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이슈와 쟁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책에 관한 내용 외에도 유학 시절 최재천 교수가 이 책을 읽고 진로를 바꾼 배경과 동물학자이자 동시에 예술가의 삶을 살아온 저자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들어볼 수 있다.

인간, 그 안에 숨겨진 ‘동물의 파일’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이 책『털 없는 원숭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인류의 진화 발전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동물적 특성이라는 점이다. 그런 동물적 특성은 특별하며, 따라서 인류는 특별한 동물이고 이것은 우리에게 모욕적 언사가 아닌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동물 종 가운데 가장 성공한 비범하고 놀라운 종의 일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권하고 있다.

사회적 물의(‘털 없는’이란 단어는 출간 당시에도 여전히 외설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를 일으킨 멋진 제목과는 별도로 책의 논조 역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모리스는 이를 ‘고단했던 격정의 4주’로 묘사된 글에 담아냈다. 4주는 책 한 권을 완성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짧은 기간이다. 저자의 글쓰기가 숨 막힐 만큼 빠르게 전개됐다는 사실을 독자는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글쓰기는 대개 연구 자료에 대한 참조가 아니라 직접 얻은 지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노벨상을 수상한 니코 틴버겐에게서 동물 행동학자로 훈련받은 모리스는 대개의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물 종의 특이한 습관을 정확히 묘사한다. 그는 마치 이방인이 된 것처럼 독자가 객관적 시각으로 자신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색다르면서도 더욱 진지한 의미에서 고전에 속한다. 가령 모리스는 인간의 잡담이 사회적 유대와 결속을 유지하는 데 있어 영장류의 털 손질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그의 이런 생각은 진화가 어떻게 털 손질을 수다로 대체시키고 언어 발전을 촉진했는지 설명해주는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모리스는 암수 한 쌍의 결합 관계가 무리의 암컷을 수컷에게 동등하게 분배함으로써 포악한 우두머리 수컷에 대응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수컷들이 함께 사냥하러 나가거나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암컷에 대한 경쟁이 줄어든 것으로 여겨졌다. 수년 전 아르디피테쿠스(약 4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의 줄어든 송곳니가 일부일처제를 암시하는 평화의 상징으로 간주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생각은 인류학 분야에서 여전히 엄청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런 진화론적 견해는 『털 없는 원숭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공로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필독서로 읽혀 왔으나 과학의 주류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보노보(으리으리한 남근을 가진 또 다른 원숭이)의 성적 습성, 협동과 이타성이 진화해온 다양한 방식처럼 우리의 지식은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최신의 지식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출간 반세기를 맞은 책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전히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데, 이는 책의 주요 동력이 수집된 자료나 이론에 있기보다는 앞으로 설명할 사고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는 생존과 번식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근거로 인간의 행동 양식을 설명하는 진화 생물학자처럼 생각한다. 그는 몸에 털이 없어지고 직립보행을 하게 된 기원, 여성이 느끼는 성적 쾌감과 동성애의 기원, 예술과 문화에서 놀이의 역할에 관한 의문처럼 여느 생물학자라면 해결해보고 싶은 일련의 문제를 통해 인간종이 보여주는 특이한 사회적, 성적 습성을 제시한다. 이 모든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도출된 결론보다는 이런 식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근래에 다시 읽어보더라도 생물학적 성별에 대해 고찰하는 부분에서처럼 저자가 천성을 양육보다 중시한다고는 좀처럼 의식하기 어렵다. 생물학이 당연시되다 못해 대수롭지 않게 돼버린 오늘날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털 없는 원숭이』가 출간될 당시만 해도 유전자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거나 인간의 성성향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내놓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인간성은 스스로 창조된다고 여겨졌다. 문화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며 인간이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유전학은 이러한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런 금기 사항을 깨는 일은 모리스 같은 생물학자에게 진일보한 조치였으며 이 점이야말로 『털 없는 원숭이』가 남긴 가장 큰 공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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