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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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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66년 전북 순창에서 출생하여 강원 화천에서 성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전자공학과와 고려대학교 대학원(문예창작 전공)을 졸업했다. 2011년 시 전문 계간지 『발견』에서 신인상 수상하며 시인으로, 제3회 ‘목포문학상’ 평론 본상과 2012년 『포엠포엠』 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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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80g | 153*224*20mm
ISBN13
9788997150403

출판사 리뷰

인간에 대한 줄기찬 사랑과 따뜻한 연민 선보인 이철경 시인 첫 시집 발간

시 전문 계간지『발견』에서 시 부문 신인상, 계간『포엠포엠』에서 문학평론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시단에 이름을 올린 이철경 시인의 첫 시집『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에서 이철경 시인이 보여주는 힘은 “인간에 대한 줄기찬 사랑과 따뜻한 연민”이라고 선배 시인 이승하는 말한다. 또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아픈 그대와 슬픈 그들이 있다. 그들의 삶의 세목과 굴절된 꿈을 소상히 살펴 내가 손을 내밀어 체온을 전하려는 시도가 곧 이철경의 시 쓰기이다. 힘들게 통과했던 시인의 성장기는 세상과 타협케 하거나 굴복케 하지 않고 이 비정한 세상을 힘껏 감싸안게 하는 ‘용기’를 키워주었다. 용기는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승화된다. 오늘날 대다수 시인이 자신의 내면세계 탐색에 골몰할 때 세상과의 유대 확인과 관계 정립, 그리고 용서와 화해와 사랑 고백으로 나아간 이철경 시의 튼튼한 골격이 믿음직스럽다”고 격려했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경호는 이철경 시인의 첫 시집에는 “세 가지 삶의 상흔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것들은 허기와 외로움과 마비의 상흔이”라고 말한다. “이 상처의 흔적들은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이 형성되기 전에 이미 각인되어 버린 것들이다. (중략) 성인이 된 그의 삶을 따라다니고, 시인으로서의 자의식과 세계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고아의 눈빛엔 움푹 팬/ 허기가 서려 있다/ 아……. 그 굶주림의 세월/ 살려달라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며/ 에티오피아 아이처럼/ 무엇이든 입구녕에 넣어야만 한다”(「고아가 아닌 나」)와 같은 맥락 속의 허기란 유년시절에 겪은 육신의 허기, 즉 배고픔을 가리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시절의 허기가 성인이 되면서 다른 성격의 정신적 허기로 전이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이채롭다.

무한경쟁시대의 허기짐은
하루살이가 위태롭고
걸을 때마다 불안하다

왼발이 허공에 들려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는 찰나는 불안하다

또다시 힘겹게
오른발을 들어
왼발보다 앞서야 한다는
사실에 미안하다

때로는 멈추어 서서
서로 마주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수상하다

달릴 수 있다면
날 수 있다면
거대한 잠수함처럼 떠오를 수 있다면,
―「무한경쟁」전문

이 작품에서 정신적 허기는 ‘무한경쟁’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표현되고 있다. “왼발이 허공에 들려” 있는 상태를 불안한 것으로 여기는 마음이나 ‘왼발’과 ‘오른발’의 나아감을 경쟁관계로 의식해야 하는 마음들이 모두 그러한 불안감의 소산이다. 무한경쟁의 현실을 의식해야 하는 불안감이 “멈추어 서” 있는 상태를 “수상”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달릴 수 있”는 상태를 욕구하게 만들고 있다.

불우하고 누추한 이웃의 삶으로 확산되는 ‘질박한 공감의 미덕’ 지녀

이철경의 시집『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에 드러나는 삶의 세 가지 상흔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마비’의 상흔이다. 마비의 상흔도 허기처럼 유년시절에 비롯되었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오래된 기억처럼 안개 낀 날
하늘만치 높다란 담장 사이를 한참을 걸었어요
잠시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는 사이
깜깜한 골목 어귀에
귀신들이 어디론가 그림자처럼 바삐 스쳐지나 갑니다
종일 굶주린 채 걸었더니 잠이 쏟아져 내립니다
넓은 방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거울 보며 서로 흉내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낯선 방 안엔 수많은 아이가
혼기 없는 물체처럼 차갑게만 느껴졌지요
누군가 다가와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젖히고
아이들과 똑같이 검고 축축한 옷으로 갈아 입혔어요
무리에 섞이자 나도 핏기 없는 아이가 되어갑니다
한낮에도 종달새가 금붕어처럼 입만 뻐금거리고
햇살은 사이프러스*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사이
딱딱하게 굳은 솜사탕처럼 오그라들었지요
큰 방 안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누구도 웃지 않았습니다
―「꿈 속의 방」부분

유년시절의 체험에서 마비 상태를 유발하는 원인은 감금과 굶주림이다. “하늘처럼 높다란 담장”이 감금의 조건을 암시하고 있다면 마비의 공간인 꿈속의 상황을 유발하는 원인은 굶주림이다. 마비 역시 허기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육신의 허기가 잠을 불러오고 꿈속의 상황인지 실제 상황인지 분명치 않은 채로 유년시절의 화자는 “넓은 방에 아이들”과 한 무리로 섞인다. 한 무리를 이루는 것들은 아이들과 유년시절의 화자뿐만이 아니다. 종달새와 햇살 같은 자연의 사물들도 한 무리를 이루는데 이 무리들의 존재 양태가 모두 마비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마비의 분위기를 최초로 보여주는 존재는 “귀신들”이다.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존재들, 그것들은 존재의 활력을 상실해버린 상태에 놓여 있다. 다음으로 “거울 보며 서로 흉내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거울 보며” 스스로의 행위를 복제하는 아이들의 몸짓은 “혼기 없는 물체처럼 느껴”진다. “검고 축축한 옷으로 갈아 입”혀져서 “핏기 없는 아이가 되어”가는 모습도 마비의 상태를 일깨운다. 마비의 상태는 아이들에게서 자연의 존재들에게로 전이되기까지 한다. “금붕어처럼 입만 뻐금거”리는 “종달새”와 “딱딱하게 굳은 솜사탕처럼 오그라들”어버린 “햇살”에 이르기까지.

이런 아픈 삶의 상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철경의 첫 시집『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는 “사금파리같이 욱신거리는 기억들이 박혀 있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고통을 가하는 기억들을 견디는 방식으로 그는 그것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훤히 벌어져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처는 즉물적 실감을 확보한다. 기억의 지층에 육박하는 선연한 언어는 비애를 넘어서 위안을 이끈다. 자신의 상처에 갇히지 않고 불우하고 누추한 이웃의 삶으로 확산될 때 그의 시는 질박한 공감의 미덕을 발휘한다”라는 문학평론가 이혜원 고려대 교수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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