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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7
내 이름은 환타 23 거짓말 41 일요일 오후 다섯 시 그림자가 61 타이밍 79 지은이의 말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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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흐느끼면서 뭐라고 말을 한다. 정재현 이름 석 자만 제대로 들리고 나머지 말들은 울음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미안하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미 그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냥 등을 토닥토닥 쳐 줬다. 다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중에서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나를 때려. 참으려고 해도 너무 아파서 울음이 터져 나와. 너처럼 잘 참고 용감해졌으면 좋겠어.” 은창이가 내 귓가에 소곤거렸다. 나는 은창이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혀로 핥았다. ---「내 이름은 환타」중에서 아빠는 나한테 창피해서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엄마 아빠 아들인 나도 종종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언젠가 사실을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안다. 아빠도 그 순간이 오면 나한테 사실을 말해 줄지 모른다. ---「거짓말」중에서 그루가 떠난 날 나는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탔어요.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어서 맘껏 탈 수 있었어요. 이제 아픈 동생도 없으니 마음껏 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놀이터에 갈 수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놀이터에서 놀던 내가 너무 미웠어요. ---「일요일 오후 다섯 시 그림자가」중에서 나도 모르게 아론이 얘기가 나왔다. 아무에게라도 답답한 속을 털어놓고 싶었다. “차라리 오늘 연습하다가 발목이라도 살짝 삐끗하면 좋겠다. 지금으로선 우리 반이 이길 방법은 그거밖에 없는 거 같아. 괜히 애들한테 큰소리쳐서…….” --- 「타이밍」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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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자신을 괴롭혔던 김기태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본 정재현. 통쾌해야 할 타이밍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내 이름은 환타」 아픈 개를 대신해서 먼저 수술을 받는 실험견 환타, 술 마시고 들어오는 아빠에게 폭력을 당하는 은창이. 안 아픈 척 참아내는 것이 용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환타와 은창이의 반란. 「거짓말」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서 황폐한 시골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관우는 창피한 마음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한다. 하지만 관우가 좋아했던 여진이 앞에서만큼은 담담하게 진실을 고백하는데……. 「일요일 오후 다섯 시 그림자가」 동생 그루가 죽던 날 놀이터에서 논 미루는 죄책감과 아픔으로 마음이 닫힌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우연히 만나 따라간 그림자를 통해 그토록 그리던 미루를 만난다. 그루는 미루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내미는데 ……. 「타이밍」 체육을 잘하지 못하는 아론이가 대회에 낙오되지 않도록 밤낮으로 줄넘기 연습을 도운 지노. 하지만 체육 대회 전날까지도 부진한 아론이를 보며 부상당하는 걸 바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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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마주한 아이들이 오히려 아프지 않은 이유
작가가 전하는 단단한 위로! 독깨비 67권. 이혜령 작가의 첫 단편집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에는 상처의 결도 아픔의 정도도 모두 다른 아이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오랫동안 내면에 품고 위로하며 위로받았던 존재들이다. 작년에는 괴롭히고 올해에는 괴롭힘당하는 아이, 고통을 참아내야만 하는 실험견과 학대당하는 아이, 상황과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하는 아이, 동생이 죽은 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체육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약한 친구가 다치길 바라는 아이. 작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애써 외면하고 티 내지 않으려 꼭꼭 숨겨 둔 상처를 스스로 들여다보게 한다. 친구, 부모님과의 갈등, 가정폭력, 죽음에 대한 죄책감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아이들은 작가의 응원을 받아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금씩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다. 상처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는 법! 미움, 증오, 죄책감 등 방치할수록 다양한 감정의 이물질로 곪아가는 상처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온전히 헤아리고 이해하는데 서툴러 화해의 과정도 더디다. 그래서 삶과 밀착된 관계에서 주고받은 상처가 때로는 위로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지독한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작가는 의미 없이 내뱉는 한 마디의 사과나 위로가 아닌, 진짜 이해와 화해를 위해 다양한 상황 앞에 인물들을 데려다 놓는다. 약한 존재와 강한 존재의 경계가 뚜렷했던 대립 관계가 속절없이 허물어지면서 비로소 서로를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는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아픔과 슬픔을 참고 견디는 것이 ‘용감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사실은 내면의 외로움과 두려움의 크기를 키우고 있던「내 이름은 환타」와「일요일 오후 다섯 시 그림자가」, 우승 경쟁 앞에서 무력해지는 아이들의 우정과 양심을 그린「타이밍」, 거짓말로 자신을 지켜온 관우가 진실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거짓말」. 이렇게 아이들이 꺼내놓은 상처 받은 내면을 평범한 일상에서 혹은 환상의 장면을 통해 섬세하게 살피며 다독여준다. 그 방식이 어른이나 타인이 전면에 나서서 조언해 주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이해하며 풀어내도록 길을 닦아준다. 다섯 편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언젠가 맞닥뜨릴 어려움 앞에서도 의연하게 위로를 건네고, 상처 난 마음을 다스려 건강한 새살을 돋아나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