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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그것이 사랑이더라 흐르는 것은 폭설 같은 사랑 첫눈에 첫눈 내리던 날 장미 외사랑 야화(夜花) 술을 마시며 소나기 사랑해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은 촛불 같아요 들꽃으로 살게 해주오 맷돌 들국화 피던 날 도시의 밤거리 당신은 나의 애물단지야 능소화 눈에 네가 들어오면 노란 고무줄 그림자 금계국 그것이 사랑이더라 2부 버려진 껌딱지 감(感) 떨어진 날 다이어트 당의정(糖衣錠) 딱밤 모기 민들레 홀씨 버려진 껌딱지 별 헤는 밤 보름달 새치 선풍기 다시 돌다 신용카드 어머니의 장독대 오월의 장미 와이퍼 의심(義心) 잉꼬 새가 미워라 자동이체 잠 오지 않는 밤 축구공 코로나 19 조끼를 뜨다 천장(天障)과 바닥 표절(剽竊) 한여름 소나기 홍시 횡재 3부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 걸 그랬어 겨울비 그리운 너 그리움 꽃 꽃비 내리던 날 낙엽이 지네 네가 그리운 날에는 눈 오는 날에 달맞이꽃 동백꽃이 필 때면 봄비에 꽃잎 지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비를 기다리며 사랑한다 말하지 말 걸 그랬어 상처 싸락눈 내리는 날 아버지의 의자 아쉬운 미련 임 떠난 후에 지울 수 없는 그리움 첫눈 4부 어머니도 내가 미웠을까 간밤에 강아지가 죽었다 그대 지금 행복하신가 기회 김밥을 먹으며 꺾인 갈대의 꿈 꽃샘추위 꽃을 보면 꽃이 나이트클럽에서 늦가을 길목에서 들꽃처럼 살아야지 삶에서 죽음까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소나무 어머니도 내가 미웠을까 옆집 할머니 저울과 자 천장(天障) |
樹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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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오 헤엄치듯 흘러가는 강물이 그렇고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세월이 그렇고 당신을 향해 흘러가는 내 마음이 그렇다오 흐르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오 --- 「흐르는 것은」중에서 어쩌자고 너의 가슴 한복판에 푹 빠져버렸을까 헤어나 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더 깊이 빠져버린 마음 차라리 너의 가슴속에 파묻혀서 영원히 살고 싶구나 폭설아! 내려라 더 높이 쌓여라, 내 마음이 영영 못 빠져나오도록…. --- 「폭설 같은 사랑」중에서 그 누구의 입안에서 달콤한 사랑놀이 즐기다가 쓸쓸하게 버림받은 껌일까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술 취한 노숙자처럼 드러누워 늘어진 몸뚱어리 주체 못하네 뜨거운 태양이 반쯤 기운 오후 휘청거리듯 걷는 아가씨 하이힐 뒤꿈치에 달라붙었다 “이번엔 버림받지 말아야지 절대로 떨어지면 안 돼” 결심처럼 껌이 굳어간다 --- 「버려진 껌딱지」중에서 마당에 피워놓은 모깃불이 매캐한 향기를 내뿜으며 너울너울 춤추는 여름밤 마당에 멍석 깔고 드러누워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니 보석같이 박혀있는 수천 개의 별 우수수 쏟아져 내리더니 내 까만 눈동자에 박히고 펄떡이는 심장에도 박혔다 밤하늘이 된 넓은 마당 내 몸에선 별이 반짝이고 하늘에는 모깃불 하나가 타고 있다 --- 「별 헤는 밤」중에서 춘삼월 가지마다 꽃피고 새잎 돋을 때 너와 나의 가슴에도 수줍게 꽃은 피고 꽃 진 자리마다 알알이 열매 맺혔지 밤마다 달빛에 목욕하고 한여름 소낙비도 손잡고 맞으니 행복했는데 어느 바람결에 틈이 생긴 것일까 곱게 물든 단풍잎은 바람 따라 떠나가는데 너와 나의 가슴엔 익지 않는 열매만 잔뜩 맺혀 대롱이는구나 빨갛게 익을 줄 모르는 열매는 새들도 마다하고 가시 같이 돋아난 그리움 앙가슴만 찌르는데 어느 햇살이 살갑게 다가와 우리 열매 익혀줄까 --- 「아쉬운 미련」중에서 비 오는 날 밤 번개처럼 다가와 붉은 입술 훔치더니 망설일 틈도 없이 내 마음 뺏어간 임 영원히 함께하자던 약속은 거짓말이었던가 나만 홀로 남겨두고 저 멀리 떠나갔네 임 떠난 자리마다 향기로 피어나는 추억들은 춘삼월 그 날만 같은데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은 어느 바람결에 식었을까 눈물 자국 위로 차가운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네 --- 「임 떠난 후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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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의 늦가을쯤이었을 거예요. 이른 아침 등굣길에 논둑을 따라서 걷다가 서리 맞은 하얀 소국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꽃도 예뻤지만, 소국에서 풍기던 진한 향기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누군가가 제게 가장 좋아하는 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전 그때의 소국을 말하곤 한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자리에 소국은 사라지고 없지만, 제 마음속엔 지지 않는 소국 정원이 하나 들어서 있답니다. 글 향도 마찬가지겠지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제 글이 독자님의 가슴에 향기로 남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꽃은 피고 지고 사랑은 울고 웃고 꽃이 핀다고 무조건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요 사랑이 깊다 하여 모두 맺어지는 것도 아니더라 꽃은 져도 향기는 기억되고 사랑은 떠나도 추억은 남는 것 질 것을 미리 염려하지 않고 피는 꽃처럼 아플 줄 알면서도 또다시 빠지게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이더라 그것이 인생이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