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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성탄제 설날 아침에 . . . 2 자전거 저녁 해 매화 . . . 3 오천 년 고향에 돌아와서 석포에서 . . . 4 새벽에 잠이 깨어 부부 아픔 . . . 5 태백산을 오르며 허난설헌 생가에서 토함산 고갯길 . . . |
본명 : 김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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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聖誕祭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본문 중에서 중년中年 계절은 늘 비가 안내해 오는 손님 홍안紅顔의 소년이기도 하고, 볕에 탄 장정이기도 하고, 우수憂愁에 찌들은 중년인가 하면 이마에 눈을 얹은 노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른 손님이 아닌 같은 손님. 처마에 걸린 빗발의 주렴珠簾 밖으로 이제 몇 번이나 그 손님을 맞이하는 셈일까? 이 우수에 찌들은 중년의 나그네는 무엇이 안내하여 일찍 홍안의 소년으로, 볕에 탄 장정으로 어느 처마 밑을 서성거렸던 것일까? 차운 가을비가 황급히 뿌리고 가면 어느 날 이마엔 흰 눈발이 흩날리리라! 지금 빗발의 주렴 밖을 서성대는 저 홍안의 소년처럼 이 나그네도 다시 애띤 볼을 붉히며 어느 창밖을 서성댈 날은 영영 없는 것일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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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대학 교단에서 물러날 때까지 45년 동안 도합 세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선집을 냈을 뿐이다 .. ..... 선집 ‘천지현황’은 그때까지 내가 쓴 전작품을 수록한 셈이니 내게는 전집과 다를 배 없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나로서는 등단 65년 만에 처음 내는 선집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