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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
이연자
bookin(북인)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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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책소개

목차

1부 빛나는 것들이 있다

돌미나리 · 13
소금의 길 · 14
오래 낮아지는 법 · 16
물비늘 성당 · 18
나의 지중해 · 20
새알 우체통 · 22
표범의 봄밤 · 24
책 속의 무덤 · 26
장미 폐차장 · 28
남방큰돌고래 · 30
하화도 소묘 · 32
호미곶의 재발견 · 34
북극 · 36
두물머리의 저녁 · 37
옥수수밭 카페 · 38

2부 흥얼거리는 나의 노래

숯불 · 43
금오도 비렁길 · 44
돌산도 사운드트랙 · 46
처음 본 것은 · 47
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 · 48
이층집 · 50
진흙 보석함 · 52
백야도 · 54
모래수도원 · 56
달 속의 새 · 58
나무 물고기는 죽지 않았다 · 60
거문오름 · 62
밀밭 허수아비 · 64
한눈파는 사이 · 65
홍시 은하계 · 66

3부 얘야, 듣고 있는 거니?

목어의 눈동자 · 71
붉가시나무 정원 · 72
정육점 이야기 · 73
오후 5시의 대능원 · 74
너구리 여럿이다 · 75
무당벌레의 등처럼 · 76
저녁비와 놀다 · 77
살구비 · 78
저수지의 육체 · 79
올빼미는 힘이 세다 · 80
옛 집에서 죽으리라 · 81
동행 · 82
소원 · 83
모란이 필 때 · 84
봄의 비상구 · 86

4부 빛이란 눈을 얻는다

사막 한 페이지 · 89
할미꽃 백두(白頭) · 90
너도밤나무 자벌레 · 91
마루 닦다가 · 92
남향집 · 93
모네의 수련들 · 94
여자만의 봄 · 95
오월에 대한 명상 · 96
곰소항에서 · 97
서쪽 · 98
굴참나무와 망종과 아버지 · 99
가을밤 · 100
호박꽃 스피커 · 101
아차산 모자이크 · 102

해설 소금의 길을 걷는 나귀처럼 / 조대한 · 104

저자 소개 1

1956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2019년 『문예바다』 시부문 신인상에 「달 속의 새」 외 4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여수해양문학상과 포항소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지혜문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인문학에 관한 책읽기와 시 쓰기를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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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2g | 153*224*20mm
ISBN13
9791165121211

책 속으로

나의 아름다운 연못엔 연꽃의 엽서가 있다
연꽃무늬를 입어야 하는 잉어가 있다

연꽃으로 된 이야기는 파문으로 사라진다니까
산 넘어온 국수비를 통해서
잉어는 연못의 그림자를 삼킨다
제 이마와 눈과 코가 빛나도록
반은 기이하게 어두운 그림자를 삼킨다

잉어가 입는 것은 빗소리가 아니다
연못이 입고 가는 구름 많은 계절이다

잉어의 빛으로 연못이 출렁거릴 때
연못의 등뼈가 되는 가시연꽃
고독이라는 가시를 키운다
한 치씩 불었다가 다시 내려앉은
새소리와 물소리와 바람소리는 부레가 되었다

세 개의 심장으로 빗소리를 타전하는 연못
잉어는 무지개를 뱉어낸다
연못 속에서 춤을 추는 꽃의 비늘이 아름답다
어지럽고 기분이 좋은 물방개들이 날아온다
---「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중에서

월식이 일었다 눈빛을 잃었다
나는 달 속에서 태어난 새다

자작나무는 그림자 짙게 서 있고
나는 부화하기도 전에
자작나무 뿌리에 둥지가 있음을 알았다

날개가 있으나 나는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귀가 있어도 소리가 없으니 문 밖 세상을 읽을 수 없다
나는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않았다
달항아리는 물빛으로 찰랑거린다
새는 달을 끌어올리는 도르래
발톱에 낀 애벌레의 냄새만
흥얼거리는 나의 노래를 알고 있을까?
달빛이 내 망막을 벗기기까지
도르래를 일곱 번 들어야 했다

그러나 달이 자작나무 숲을 지나오자
밤은 둥지에 박힌 날개를 접었다 폈다 했다
솔방울과 다람쥐는 빛의 후예가 아닌가?
새들의 부리에서 숲은 깊어진다고 믿는다
자작나무 숲은 달무리로 둥그러지고
씨앗들이 바람을 모아 먼 곳으로 날아간다
---「달 속의 새」중에서

나는 저 청평사,
해 그림자 속에서 새소리를 듣는다

저 산빛을 모아 수평선을 만들어놓았던 사람
청평사 목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풍경은 제 옆구리를 긁어 파도를 부른다
저녁도 푸르게 내려와 목어를 깨운다
청평한 돌들이 잠들지 않는 산길을 연다

귀먹는 것들과
눈먼 것들은 꽃창살무늬가 되었을까?
꽃빛을 끌고 가는 밤배를 생각한다

저 산문 바깥에 오래 서서
눈꺼풀로 깜박거리는 것은 고기잡이배 불빛일까?

초록이 청평사를 빽빽하게 채울 때
나는 목어 눈동자가 두꺼워지는 소리를 듣는다

---「목어의 눈동자」중에서

출판사 리뷰

길 위의 풍경 수집해 삶의 다채로운 문양 그려내는 이연자의 시편들

2017년 여수해양문학상과 포항소재문학상을 수상하고 2019년 『문예바다』 신인상을 받은 이연자 시인이 첫 시집 『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121로 출간했다. 이연자 시인의 첫 시집 『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 속엔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뭍과 물 등 상반되는 두 영역이 포개어지는 풍경들이 빈번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맞물리는 순간 양쪽의 힘이 부딪치며 발생하는 그 시적 힘겨루기를 시인은 “끝과 끝이 만나는 소름”(「시인의 말」)이라고 부른다. 쉽게 포착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의 경계선과 어느 한쪽으로 허물어지지 않는 시적 긴장감 속에서 시인의 독특한 미학은 탄생하는 듯싶다.

또 『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에는 세계의 경계에서 고행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시적 화자가 종종 발견된다. 가령 시집의 두 번째 시 「소금의 길」에는 어딘가로 한없는 길을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등장한다. 당나귀에 가마니를 얹고 떠나는 그 “소금의 길”은 바리데기가 아버지의 죽음을 짊어지고 떠났던 고난의 길처럼, 차안과 피안의 경계에 놓인 도정처럼 보인다. 그 길에 소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그렇기에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소금은 “오래 전에 죽었던 메밀꽃들이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목숨값을 다시 틔우는 일”을 맡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 기적 같은 소금 길은 이 세계에서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 후미진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어스름질 때만 보인다는/ 소금의 길”,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그 희미한 경계의 길은 시인의 예민한 감각과 소명과도 같은 끈기로서만 걸어갈 수 있는 길인 듯싶다.

세계의 경계에 놓인 그 희미한 발자국들은 신기루처럼 이내 다 사라지고 말겠지만, 자꾸만 지워지는 “저 물의 발자국을 쫓아가”(「두물머리의 저녁」)다보면 “세상 풍광을 바꾸는데 능하다는 소금”(「소금의 길」)처럼 언젠가 이연자의 시들도 세계의 풍경을 잠시나마 뒤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 찰나에 생을 걸고 시인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어두운 그림자를 삼키고 나서야 아름다운 무지개를 뱉어내는 연못처럼(「세 개의 심장이 뛰는 연못」), 화려한 꽃과 열매의 이면에 나뭇잎과 나이테의 그늘이 있다는 것을(「나무 물고기는 죽지 않았다」) 인지할 때 새로운 감각의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일 시인은 “여기 길 위에서 풍경을 수집하는 시인이 있다. 시인은 크고 작은 사물과 생명들과 교감하면서 삶의 다채로운 문양을 그려낸다. ‘검은 침묵을 뒤집어쓰고’(「남방큰돌고래」) ‘소금이 만든 피가 발굽의 뒤꿈치까지 휘돌고 있’(「소금의 길」)는 풍광 속으로 들어간다. ‘절벽무늬 모여 어미 눈썹’으로 그려놓은 ‘아름다운 태몽’(「하화도 소묘」)과 조우하면서 시인은 침묵조차도 하나의 말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 시 전편마다 고리타분한 비유 하나가 없다. 잘 벼려 있는 삶의 이야기가 곡진하다. 그동안 세밀한 관찰력과 사물에 대한 조응력으로 시를 써왔다는 증거다. 그렇게 시인은 ‘백지에 시를 쓰는 올빼미’(「올빼미는 힘이 세다」)를 닮고자 한다. 그의 비행이 매혹의 광휘를 낚아챌 수 있도록 정신의 타성화와 싸우는 법을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연자 시인의 첫 시집 출간에 축하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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