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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06
페퍼민트 오일과 만나다 12 시간을 만드는 일 20 Omne initium est difficile 26 수험생을 위한 아로마 32 엄마에서 사업가로 38 블루보틀이 될 줄 알고 46 ‘개’ 좋은 냄새 52 악동들을 만나다 58 안녕, 난 까만 카멜레온이야 64 자연과 연결되는 법 70 식물은 향기로 소통해요 78 짜이티와 프로스트 84 비오는 날의 아로마 92 향식(香食) 프로젝트 98 생리통 껴안기 104 행복이란 잘 자는 것 112 통증은 마음이야 120 어린이를 위한 아로마 126 작은 숲속의 달빛 132 아로마 오일 끝까지 사용하는 법 138 아로마 오일 구입법 148 나오며 155 하고 싶은 대로, 마음먹은 대로 부록 165 향기를 처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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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어느새 이렇게 컸지?’ 훌쩍 커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는 성큼성큼 자라는데 나만 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나도 아이처럼 성장하고 싶었다. 더 이상 진통제에 의지하지 않고 내 안의 힘을 키우겠다고 결심한 날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둘러싼 100% 농도의 우울하고 무기력한 공기를 깨고 싶었다. --- p.13
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페퍼민트 오일을 머리에 바르면 두통이, 명치에 바르면 체기가, 향을 흡입하면 비염이 나아진다고 했다. ‘뭐야? 만병통치약이야?’ 하고 웃었지만 어쩌면 매일 먹는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사용했던 페퍼민트 오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15 매일매일 커피숍으로 출근해 9시부터 12시까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하루 세 시간씩 보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계속된 루틴이었다. 어쩌면 시간을 보냈다기보다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 p.21 내가 만들어 놓은 시간에,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아로마테라피공부였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내 몸에 직접 적용하면서 나름 임상 실험도 해 보고, 오일을 오남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마저도 즐기며 아로마 오일들에 푹 빠졌다. 아로마 에센셜 오일의 효능과 효과를 하나하나 느끼면서 알아가니 아로마테라피의 매력에 더 빠져 들었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 시간이 좋았다. 무엇보다 각각의 식물이 가진 고유한 치유 능력이 사람 몸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 p.23 아무튼 이 세 가지 오일을 나만의 황금 비율로 블렌딩하고 호호바 오일에 희석해 갈색 병에 담았다. 그리고 비장한 마음으로 라벨을 붙였다. 그 블렌딩 오일의 이름은 ‘합격’이었다. 어떠한 은유나 비유도 없이 그저 간절함을 담은 직관적인 네이밍이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목 뒤와 어깨, 손에 발라 마사지를 하고 손바닥에 남은 향을 깊게 흡입했다. 그리고 ‘한 번에 합격한다’라고 나즈막이 읊조렸다. 자기 최면이랄까. 나는 그 해 한 번에 합격했다. --- p.35 로즈마리는 나폴레옹이 가장 좋아했던 향으로도 유명하다. 전쟁 중 전략을 짤 때 로즈마리 화분을 곁에 두고 항상 향을 맡았으며, 작은 키 때문에 생긴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는 데도 로즈마리 오일을 이용했다. 로즈마리 향을 맡은 학생과 아무 향도 맡지 않은 학생들을 비교한 실험에서 로즈마리 향을 맡은 학생들의 성적이 더 높게 나왔고,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점수가 더 높았다. 아로마 램프에 떨어뜨려 향을 확산시키거나 휴대용 흡입기(인헤일러)에 담아 수시로 향을 맡아도 좋다. 다만, 로즈마리 오일의 향은 매우 강해서 소량만 사용해도 효과적이다. --- p.36 경기도 광명시 구름산 아래 아주 작은 창고에서 시작했지만 너무 큰 사랑을 받은 나머지 내 제품을 사러 온 사람들이 금뎅 마을(작업실이 위치한 마을의 이름) 밖까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러나 그 달콤한 상상은 하루 만에 끝이 났다. --- p.48 이렇게 아이들에게 툭 던지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향을 설명하는 정답은 없다. 후각이란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이어서 느끼는 대로, 기억하는대로, 표현하는 대로, 그게 그 사람에게 정답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면 평가받는다는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더 편하게 표현한다. 언제나 정답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보면 향에 대한 자신의 취향이 드러난다. --- p.57 나는 항상 수업의 첫 시간을 오렌지 향으로 열었다. 여태껏 오렌지 향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 향긋하고 상큼한 향을 맡는 순간 딱딱하던 표정이 무장해제 되는 걸 많이 봐왔다. 특히 모임의 첫 시간에는 사람들이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에 오렌지 향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렌지 향은 차가운 기운을 풀어 주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이완시켜 준다. --- p.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