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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좋아하는 소설을 끌어안고, ‘쓰는 인간’으로 버틴다 20p 나의 해방 소설 24p 유산소 소설, 무산소 소설 30p 나만의 리듬을 찾아서 36p 감정 훈련소 42p 그럴 수도 있지 48p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54p 이기적인 위안 60p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로 고작 한 권을 산다 64p 불순한 의도 66p 잘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해 72p 제 꿈은 거짓말쟁이입니다 78p 소설의 유통기한 84p 계절성 질병, 신춘문예병 90p 욕망의 가방 96p 좋아하는 것으로 호들갑을 떨 친구가 필요해 102p 비밀이 많은 당신 소설을 써라 108p 소설 쓰기 클럽 114p 소설 쓰고 앉아 있네 120p 난 슬플 때 메모앱을 켜 126p 멋진 작업실을 갖고 싶어 132p 통통한 소설가는 멋이 없을까 138p 이렇게 살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144p 궁둥이로 쓰는 소설 1 150p 궁둥이로 쓰는 소설 2 156p 혼자 글 쓰면 외로울까? 162p 무명작가들의 모임 168p 욕망, 욕망, 욕망 174p 에필로그 소설 뒤에 웅크리고 숨어 실컷 떠들고 싶었다 180p 부록 김슬기 작가의 소설 『변온동물』 일부 수록 18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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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결말에 이르면, 단거리 달리기 결승점처럼 속도를 줄이지 못해 한참이고 더 뛰어나가야 하는 마음이 되었다. 먹먹하게 남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을 내려놓고 빈방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 p.34 그 후 며칠 동안 소설과 출퇴근을 함께했다.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나, 점심시간 혼자 남게 된 시간에 나는 틈틈이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로 도망쳤다. 사랑이 가져다 주는 낭만에 빠졌다가, 사랑이 사라진 빈자리에 차오른 갈등과 유혹, 요동치는 감정들에서 실컷 허우적거렸다. --- p.45 소설책 몇 권과 포카칩과 오징어땅콩 한 봉지씩을 사다가 침대 위에서 부스러기를 잔뜩 흘리며 킬킬대고 엉엉 울며 소설을 온전히 소비하고 싶어지는 그런 때. --- p.55 좋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누군가가 내뿜는 따뜻한 입김 근처에 오래도록 머물다 온 것만 같다. 만약 나의 메신저창에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이 떠오른다면, 나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이들처럼 주저 하지 않고 메시지 한 통을 보냈을 것이다. --- p.57 “잘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제 글에서 어떤 점이 잘못되었을까요,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요 하고 묻는 말에 홍희정 선생님은 잘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 p.76 “오늘이 ‘소설(小雪)’이래요. 작은 눈, 그러니까 첫눈이 내리는 날이래요. 소설에 부치는 소설들. 뭔가 예감이 좋죠.” 창구 앞에서 봉투를 들고 어색하게 웃으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소설 농사를 함께 지은 글 친구이자, 서로의 첫 독자. 우리의 손을 떠나 씩씩하게 봄을 향해 떠나가는 소설의 안녕을 함께 빌었다. --- p.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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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난시대에 소설을 읽고 쓴다는 것
“소설을 더 읽지 않는다는 시대에, 나는 저항군처럼 역행한다. 소설 읽기의 참맛에 더 푹 빠진다. 마치 금기된 것 같은 일에 열성을 다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은 소설을 쓰고, 읽으며 비로소 ‘자유’라는 단어를 가까이 두게 됐다는 여행 에세이 『금요일 퇴사 화요일 몽골』, 소설 『변온동물』을 쓰고 펴낸 김슬기 작가와 함께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은 월급 대신 산 시간을 좋아하는 소설을 쓰고 읽는데 쓰며, 의도적으로 게으르고 느리게 살고 있는 김슬기 작가의 스물일곱 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소설 뒤에 숨어 웅크린 채 발견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시간 동안 작가는 자신의 삶이 깊어지고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소설가 북토크를 아이돌 콘서트에 가는 마음으로 참석했던 이야기, 무미건조한 출퇴근 길에 단비가 되어준 소설 이야기,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小雪)에 문우들과 함께 1년 농사 지은 소설을 응모하는 이야기, ‘소설 쓰기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실컷 소설로 떠드는 이야기,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로 고작 소설책 한 권을 사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 소설 쓰는 제1원칙은 ‘궁둥이’라는 이야기, 멋진 작업실 없이 가난하고 소박한 공간에서 어찌어찌 쓰는 이야기까지. 소설을 읽고 쓰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김슬기 작가는 소설을 통해 큰돈을 벌거나 유명해지지 않을지라도, 소설 속 허구의 세계에서 더 솔직하게 나를 들여다 보는 과정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나 자신을 더 아낀다는 것이 어떤 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소설의 ‘시옷’자도 몰랐지만, 소설 뒤에서 숨고 싶어 무작정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뒤에 웅크리고 숨어 실컷 떠들고 싶었다. ‘네가 어떻게 이런 망측한 생각을!’ 하며 혀를 끌끌 차고 손가락질하면 ‘다 지어낸 것인데 무슨 상관이냐’ 어깨를 쫙 펴고 배를 내밀며 말하고 싶었다.” 김슬기 작가는 “올 여름은 참 고독하게 글 쓰는 시간을 보냈다. 에세이 쓰는 게 부끄러워 소설을 썼는데, 아이러니하게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썼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내 마음, 내가 가장 잘 아는 줄 알았는데 써보니 달랐다.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막막하고, 멀고 가까운 무수한 단어들이 남았다. 글을 마주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내 마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김슬기 작가의 소설 『변온동물』 일부를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