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마음에 위로와 알아차림이 필요할 때 동네 한 바퀴 여행을 떠난다. 우리 부부는 빗소리가 내 마음 소리 같을 때 시를 찾아 동네 책방 여행을 떠난다. 오늘은, 책을 읽기에 날씨와 마음이 그러해서 그리움을 찾아 떠난 동네 책방, 동네 한 바퀴 속에서, 우리 부부의 사랑 한 바퀴를 만나고 돌아왔다.
--- p.19, 「동네 책방, 동네 한 바퀴. 사랑 한 바퀴」 중에서
“이런 책방을 이런 곳에서 한다는 건, 사람에게 애착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지. 단순히 책만 좋아해서 하기엔 어려운 선택일 것 같아서요. 여하튼 고맙게 생각해요. 외진 지역에 책방을 열어 줘서. 찾아올 곳이 생겨서 좋군요. 또 봅시다.”
--- p.22, 「퇴촌이니까 책방」 중에서
코끼리 이야기를 하던 사장님은 코끼리의 속도처럼 나아가고 싶어 서점에 오키로북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회색 소파에 앉아 흰 티를 입은 낯선 사장님의 코끼리 이야기는 그렇게 내게 뜬금없이 전해졌다. 오키로북스와 나의 첫 만남, 우연은 새로운 ‘시작’을 물어다주었다.
--- p.33, 「코끼리가 한 시간 동안 걷는 거리」 중에서
그러한 주말에 많은 한국 작가를 만났다. 한강의 《검은 사슴》, 불안한 영혼에 대한 그 시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김훈은 사극도 좋지만 《공터에서》가 가장 울림이 있었다. 김연수의 문장은 하나하나 새파랗게 빛이 났다. 오정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 《중국인 거리》와 《적요》는 읽고 난 여운으로 한밤을 지새웠다. 김영하와 정유정, 그리고 천명관에겐 서사의 기쁨을 많이 배웠다.
--- p.58, 「스무고개」 중에서
동네에 싸고 맛있는 통닭집에서 남편은 반반과 생맥 두 잔 시키고 물끄러미 내내 아무 말 안 하더니 불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책방을 해야겠어.” “엉? 책방을 한다고? 무슨 책방?” “책 파는 데 말이야. 책도 팔고 술도 팔고, 서울을 벗어나자.”
--- p.79, 「김포에서 책방을 하겠다고?」 중에서
나는 책방에 온 손님의 취향이나 독서 습관, 관심 분야에 따라 큐레이션을 하듯 책을 추천한다. 스스로가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에세이집은 친구랑 편안한 차림으로 오솔길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이에 비해 대하소설은 긴 호흡으로 천천히 마라톤하는 느낌이며, 인문서나 경제서는 바위가 많아서 올라가기 힘든 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세심하게 추천해서 책을 사갔던 손님이 지난번 책이 도움이 됐다며 다시 한번 방문했을 때 정말 기쁘다.
--- p.97, 「책방을 지키는 고양이」 중에서
“어서 오세요.”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브로콜리숲의 첫인상이 되어주었다. 그녀의 인사 덕에 안에 있던 모든 사람과 사물까지 전부 다정해 보였다.
--- p.107, 「모두 똑같을 필요는 없잖아」 중에서
주인장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내놓고는 큰 탁자 끝에 있는 당신 책상에 앉았다. 타자 치는 소리가 나는 걸 보아 글을 쓰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동네에 저 사람은 무얼 얻기 위해 찾아온 것일까? 이 멋진 공간은 저 사람이 꿈꾸었던 공간일까? 어쩌면 이 동네는 생각보다 멋지고, 많은 걸 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 p.117, 「시골로 와버렸습니다. 책방이 생긴」 중에서
책을 고를 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더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고, 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것이 동네 책방의 불편한 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난 그게 동네 책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로지 나의 취향과 기준에 맞추어 책을 고를 수 있기에, 동네 책방에 자주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책의 주제라든가 장르에 대해 점점 알 수 있게 된다.
--- p.143, 「동네 책방에서의 하루」 중에서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참고 또 참으면 알아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깊은 속내까지 알아야 할 이유도, 알 수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러니 스스로를 돌봐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하게 했다.
--- p.162, 「그렇게 천천히 스미듯」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