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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파이 이야기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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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76쪽 | 536g | 135*195*33mm
ISBN13 9791160262780
ISBN10 116026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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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례였다. 사탄을 물리칠 시간. 메디나야, 내가 간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서둘러 칠판으로 나갔다.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분필을 들고 적어 내려갔다.
내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입니다
이름의 철자 밑에 두 줄을 그었다.
간단히 부르면
파이 파텔
인심 쓰는 셈 치고, 이렇게 덧붙였다.
π = 3.14
--- p.43~44

신부는 이렇게 물었다.
“아드님이 이슬람 사원에 뭐 하러 가지요?”
힌두교 사제는 말했다.
“아드님이 교회에서 성호를 긋는 걸 봤습니다.”
이슬람 지도자가 나섰다.
“아드님은 이슬람교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부모님은 한꺼번에 이런 말을 듣고 어리벙벙해졌다. 그분들은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몰랐다. 내가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예배를 다 본다는 걸 몰랐다. 십 대들이야 늘 부모에게 비밀이 있게 마련 아닌가? 열여섯 살 청소년 중 비밀 없는 아이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운명은 부모님과 나, 세 종교의 ‘현자들’ ? 그들을 그렇게 불러야겠다 ? 이 같은 날, 구베르트 살라이 해변 산책길에서 한꺼번에 만나 내 비밀이 탄로 나게 만들었다.
--- p.102~103

왜 사람들은 이동할까?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왜 스스로를 거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겉치레투성이인 곳에 오르려 할까? 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겨운 이국의 정글로 들어갈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 p.123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었다. 몸은 노에 매달려 있고,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있고, 밑에는 상어가 다니고, 폭풍우가 몸 위로 쏟아졌다. 이성적으로 이런 상황을 보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물에 빠져 죽기를 바라리라. 하지만 노를 방수포에 끼우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밀려든 잠시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동이 트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힘껏 노에 매달렸다. 그냥 매달렸다. 왜 그랬는지는 하느님이나 아시겠지.
--- p.163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 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 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래, 신이 나와 함께하는 한 난 죽지 않아. 아멘.”
--- p.219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리라는 희망을 너무 많이 갖는 것도 그만둬야 했다. 외부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었다. 생존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내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게으른 희망을 품는 것은 저만치에 있는 삶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46~247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 p.339~340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은 ? 영어든 일본어든 언어를 사용해서 ? 이미 창작의 요소가 들어 있지 않나요?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도 이미 창작의 요소가 있지 않나요?”
“저…….”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 p.433~43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인도에 간 작가는 “신을 믿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한 노인을 만나 ‘파이’라는 인물을 소개받는다. 그리고 파이는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운동밖에 모르는 형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고, 사랑과 종교, 세상의 이야기들을 열렬히 탐구하던 소년이었다. 파이가 열여섯이 되던 해 인도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점차 불안해지자 아버지는 캐나다로의 이민을 결심하고, 온 가족과 동물들은 커다란 화물선에 오른다.
태평양으로 접어든 지 나흘째가 되던 날, 배가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파이는 구사일생으로 구명보트에 오르지만 가족의 생사는 알 길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한 배에 오른 것은 네 마리의 동물, 다리를 다친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200킬로그램이 넘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다. 생존을 향한 잔혹한 쟁투 끝에 배 안에 남은 생물체는 이제 파이와 리처드 파커뿐. 파이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리처드 파커를 길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허기와 갈증, 공포와 절망과 싸우며 227일이 흘러간다.
멕시코 해안에 다다른 후 파이 가족이 탔던 일본 화물선 회사에서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직원들이 파이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파이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을 잇는 최고의 모험소설.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 저자)
신의 존재에 대한 우아한 증거이면서,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는 책.
- 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
소설이라는 예술이 죽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얀 마텔의 소설을 읽어보라.
- 알베르토 망겔 (『밤의 도서관』 『독서의 역사』 저자)
사람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일종의 명상록.
- 고영직 (문학평론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혹은 그렇게 믿는 것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 속에 구원이 있다고.
- 구경미 (소설가)
‘있는 그대로’의 의미는 ‘개별자가 본 대로’가 되기 일쑤이다. 이런 철학적 사유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삶의 방식과 종교 문제 및 인간의 본성 등,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온갖 것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 김살로메 (소설가)
종교, 동물의 속성, 삶에 대한 것 등을 다양하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어쩌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수학적인 원리로 풀어내고자 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불가해한 세계에 맞서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이 소설이 가진 또 하나의 주제일 수도 있다.
- 김중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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