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4년 10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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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0쪽 | 443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26217 |
ISBN10 | 8954626211 |
출간일 | 2014년 10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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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0쪽 | 443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26217 |
ISBN10 | 8954626211 |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향연! 김훈 산문의 정수(精髓)라 할 산문 『자전거여행』이 재출간된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길과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김훈 말의 풍경을 다시 확인해본다. |
프롤로그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ㆍ경주 감포 여름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하여ㆍ경기만 등대를 찾아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ㆍ영일만 산하의 흐름에는 경계가 없다ㆍ중부전선에서 10만 년 된 수평과 30년 된 수직 사이에서ㆍ고양 일산 신도시 유토피아를 그리는 사람들의 오래된 꿈ㆍ가평 산골마을 고귀한 것은 마땅히 강력하다ㆍ여주 고달사 옛터 길들의 표정ㆍ덕산재에서 물한리까지 문경새재는 몇 굽이냐ㆍ하늘재, 지름재, 소조령, 문경새재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ㆍ도산서원과 안동 하회마을 지옥 속의 낙원ㆍ식영정, 소쇄원, 면앙정 고해 속의 무한강산ㆍ부석사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ㆍ남한산성 기행 전쟁기념비의 들판을 건너가는 경의선 도로ㆍ파주에서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ㆍ진도대교 마음속의 왕도가 땅 위의 성곽으로ㆍ수원 화성 가마 속의 고요한 불ㆍ관음리에서 망월동의 봄ㆍ광주 그리운 것들 쪽으로ㆍ선암사 인간의 마을로 내려온 미륵의 손ㆍ안성 돌미륵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ㆍ광주 얼굴박물관 권력화되지 않은 유통의 풍경ㆍ모란시장 산간마을 사람들ㆍ도마령 조동마을 원형의 섬ㆍ진도 소포리 책을 펴내며 다시 펴내며 |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설레임을 준다.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라는 이동수단은 좀 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자동차보다 더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그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공기 속에 섞여들어가는 느낌
더 느리기 때문에 천천히 바라보는 시선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명확하고 예쁜 문장이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조금은 천천히 사람들 속으로, 내가 모르는 낯선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자전거 여행 2
김훈
문학동네/ 2018.9.21.
sanbaram
“몸의 힘은 체인을 따라 흐르고, 기어는 땅의 저항을 나누고 또 합쳐서 허벅지에 전한다. 몸의 힘이 흐르는 체인의 마디에서 봄빛이 빛나고, 몸을 지나온 시간이 바퀴로 퍼져서 흙 속으로 스민다. 다가오는 시간과 사라지는 시간이 체인의 마디에서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바퀴는 구른다.(p.11)”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 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배는 엔진의 힘으로 나아가지 않고, 저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아는 힘으로 간다. 엔진은 동력을 생산해내지만 이 동력이 방향성의 인도를 받지 못하면 동력은 눈먼 동력일 뿐, 추진력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엔진이 생산하는 동력은 이동의 잠재적 가능성일 뿐이다. 여기에 방향이 부여되었을 때 이 잠재적 힘은 물 위에서 배를 작동시키는 현실적 추진력으로 작동한다. (p.24)” 배에게 방향을 부여하기 위해 등대가 필요하다. 등대는 저마다의 고유한 신호를 쏘아대며 등대 자신의 위치를 선박에게 가르쳐준다. 항해사는 등대의 위치와 등대의 이름을 알아야 비로소 바다 위에 뜬 저 자신의 위치를 알 수가 있다. 내 밖에 존재하는 타자의 위치와 그 타자의 이름을 알아야만 나는 나를 확인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모든 등대가 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깜박이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다.
“풍수에서, 길의 상징과 물의 상징은 같다. 그것은 모두 공적 소통의 조건들이다. 그래서 길의 표정은 그 길이 거느린 물의 표정을 닮는다. 산맥을 넘어가는 길은 골과 골을 휘돌아 흐르는 계곡물의 표정을 닮고, 큰 강의 하류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는 점점 넓어지는 세계로 나아가는 자유의 완만함이 있다.(p.95)” 하회의 집들은 서로 정면으로 마주 보지도 않고 서로 등을 돌리고 있지도 않다. 서로 어슷어슷하게 좌향을 양보하면서 모두 자연 경관을 향하여 집의 전면을 활짝 개방하고 있다. 길은 그 집들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가 각 집의 대문에 닿는다. 차단과 연결이 함께 길을 따라 흐른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감추어져야 하고 또 드러나야 하는 것을 하회마을의 오래된 길에서 깨닫는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죽순이 나와서 50일 안에 다 자라버린다. 더 이상은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 다만 단단해진다.(p.126)”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왕대는 9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 눈이 내리듯이 흰 꽃이 핀다. 꽃이 피고 나면 대나무는 모조리 죽는다. 꽃 속으로 모든 힘이 다 들어가서 대나무는 더 살 수가 없다. 이와 같이 우리의 생도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량해협의 폭은 가장 좁은 거리가 293미터이고 최고 유속은 10노트이다. 여기가 한반도 전 해역에서 가장 사나운 물길이다. 이 물길은 하루에 네 번 역류한다. 해남반도에서 목포 쪽으로 달려가던 북서해류는 돌연 거꾸로 방향을 바꾸어 남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명량해협은 하루에 네 차레 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한다.(p.169)” 물길이 거꾸로 돌아서는 사이마다 바다는 문득 잔물결 한 점 없이 거울처럼 고요해지고, 질풍노도를 예비하는 이 적막한 순간에 바다는 더욱 무섭다. 이 바다에서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글은 영웅다운 호탕함이나 과장이 없고 무협의 장쾌함이 없다. 그는 악전고투 끝에 겨우겨우 이긴다. 영웅 된 자의 억눌림의 비극을 진술할 때는 단호하게도 말을 아끼고, 온갖 정한에 몸을 떠는 한 필부의 내면을 진술할 때는 말을 덜 아낀다고 이순신의 인간됨을 평한다. 하나의 자연현상에서도 그곳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의 성품을 연상해 내는 상상력이 대단하다.
“현대도시의 공간 속에서 옛 왕도의 자취가 이처럼 확연히 살아서 작동되고 있는 도시는 수원 말고는 없다. 그래서 수원은 서울이나 경주나 부여나 안동보다도 더 오래된 마을이라는 느낌을 준다.(p.185)” 신라 왕관이나 백제 금동향로나 고려청자처럼 박물관 진열장 안에 들어 있는 문화재가 아니라 대도시의 일상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수원 화성은 가장 활발하게 살아 있는 문화재이다. 이 성을 지을 때 석수, 목수, 기와장이, 대장자이, 화공 등 22개 전문분야의 장인 1,800여 명이 이 공사에 기술직으로 참여했고 그밖에 자재운반이나 땅다지기 등의 노역에 수많은 백성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물론 국가의 명령에 따라 동원된 인력들이었지만, 기술숙련도와 노동의 강도, 노동시간에 따라서 정확하고도 차등 있는 노임을 지급받았고, 축성에 필요한 모든 자재는 백성의 것을 징발하지 않고 모두 정확한 값을 쳐주고 사들였다는 것을 <화성성역의궤>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진도의 식당에서는 눈밭에서 뽑아온 겨울 배추와 대파들을 얼마든지 준다. 된장에 찍어서 날로 먹는다. 그 맛은 달고도 아리다. 눈속에서 견디느라고 배추의 섬유질은 완강해져 있다. 씹을 때는 와삭와삭 소리가 나면서 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p.263)” 겨울배추는 잎맥 사이에 월동용 당분을 저장한다. 겨울 파는 흰 밑동 부문에 끈적거리는 진액이 많다. 이것을 날로 씹어먹는 것은 겨울과 봄을 함께 씹어 먹는 일이다. 이처럼 자연 환경에 적응한 식물의 특성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란 깊은 통찰 없이는 힘든 일이라 생각되었다.
<자전거 여행 2>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것들에 대한 것을 전국 방방곡곡을 자전거 타고 두 발로 누비면서 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보고 생각해 본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은 책이다. 우리의 옛 것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마음이 글 곳곳에 배어 있다. 오랜 세월 단련한 글쓰기의 힘으로 마음속의 생각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듯이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가히 김훈작가의 최고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작품이 떨어진다기 보다 김훈작가의 발검음, 관찰이 제일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묘사하는 여행지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내가 거기에 같이 있다는 걸 떠나서 그 상황을 세세히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관찰, 관심, 자연과 하나된 생각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의 글쓰기 능력은 영원한 부러움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