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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310g | 152*210*11mm
ISBN13 9788952237361
ISBN10 895223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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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누구신가요? 사람입니까, 아니면 귀신입니까? 제발 나를 좀 구해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니다. 나는 저 옛날 아우구스투스 치하에서 살았던 시인이다. 나는 안키세스의 아들 아이네이아스를 노래했다. 트로이로부터 이곳으로 온 그를 나는 노래로 써 찬양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저 고통스러운 곳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어찌하여 모든 기쁨의 근원인 저 산에 오르려 하지 않는가?”
“아, 그대는 바로 베르길리우스! 모든 시민들의 영광이며 빛인 그대! 당신은 나의 스승입니다. 내가 시인으로 이름을 날 릴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대의 문장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저기 저 늑대를 보십시오. 고결한 성현이여, 저를 도와주소서! 저놈이 제 피를 두려움에 얼어붙게 만듭니다.”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가 대답했다.
“그대가 이 숲을 벗어나고 싶다면 이 길로 가면 안 된다. 저 짐승들은 길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하는 놈들이다. 저놈들은 먹으면 먹을수록 더 배고픔을 느끼는 놈들이다. 조금 더 있으면 비슷한 놈들이 수없이 나타날 것이니 그대는 어서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 내 그대의 길잡이가 되어 그대를 영원의 세계로 이끌리라.
그대는 죄를 지은 영혼들이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여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옥에서 언젠가 구원을 받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거기까지는 내가 너를 인도하리라.
그 후 그대가 진정으로 축복받은 영혼들을 만나고 싶다면 나는 그대를 다른 이에게 맡기고 떠날 것이다. 그곳을 다스리는 왕께서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내가 살아 있을 때는 아직 그분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시인이시여!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하나이다. 이 사악한 곳에서 나를 구하셔서 그대가 말한 곳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그러자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 p.16~17

“여기 있는 자들은 살면서 죄도 짓지 않았고 오히려 공을 세운 훌륭한 사람들이란다. 단 한 가지를 이루지 못했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지. 바로 세례란다.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관문이 세례인데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기에 세례를 받지 못한 거야. 나도 그들 중 하나이지. 다른 잘못은 저지르지 않았어. 그 죄 하나만으로 우리는 버림받은 거야. 무서운 형벌은 없지만 언제까지나 희망 없이 산다는 것 자체가 형벌인 거지.”
나는 가슴이 쓰려 왔다. 참으로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이 림보에 붙잡혀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승님에게 물었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건 남의 도움을 받아서건 여기에서 벗어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있나요?”
스승님이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머리에 승리의 관을 쓰시고 그리스도가 이곳에 오셨다. 그분은 인류 최초의 아버지인 아담의 영혼을 끌어내고 이어 그의 아들 아벨의 영혼을 구해주셨다. 그리고 노아의 영혼과 모세의 영혼을 끌어내셨지. 이어서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이삭과 그 자손 들을 끌어내셨단다. 그때 다른 선택받은 영혼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었지. 하지만 딱 한 번뿐이었어.”
스승님이 말을 하는 동안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나는 그곳에서 호메로스를 비롯한 시인들을 만났다. 트로이의 헥토르도 만났고 로마의 아버지 아이네이아스도 만났으며 아이네이아스의 장인인 라티누스와 그의 딸 라비니아도 만났다. 또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났다. 거기서 본 이들을 이루 다 열거할 수 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그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뒤로 하며 스승님을 따라 빛이 전혀 없는 곳으로 향했다 --- p.27~28

“스승님, 이들은 다 뭡니까? 그리고 저기 저 왼쪽에 수없이 많은 대머리들은 또 뭡니까?”
“이들은 모두 돈을 열심히 번 다음에 잘못 쓴 자들이다. 한쪽은 탐욕스럽게 모으기만 했고 한쪽은 절제를 모르고 낭비했지. 서로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똑같은 놈들이란다. 그러니 똑같은 벌을 받는 거야. 그러고는 어쩌다 만나면 저렇게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거란다.
참, 머리카락 없는 자들에 대해 물었지? 정말 많기도 하지? 놀라지 마라. 저들은 교황들과 추기경들이란다. 하느님을 섬기기보다는 개인적 탐욕으로 재물에 눈이 멀었던 자들이지. 성직자도 탐욕 때문에 여기서 저렇게 벌을 받고 있으니 일반 신도야 더 말할 게 뭐 있겠니? 교회에 가서 입으로 열심히 하느님만 되뇐다고 구원을 받는 게 아니다.”
--- p.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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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진형준 교수는 30년 넘게 문학교수와 비평가로서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작품을 장악하는 비상한 정신과 그 정신을 우리말로 살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다른 이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축역본을 만들어내었다.
_ 채수환 (홍익대학교 문과대 영문과 교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업적이다. 어른들 자신도 읽기 힘들어하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버리기 때문이다.
_ 이영목 (서울대학교 인문대 교수)

고전을 더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이 놀라운 시리즈는, 많은 청소년에게 책 읽는 즐거움과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기쁨을 누리게 해줄 것이다.
_ 최복현 (시인ㆍ소설가ㆍ번역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학생들이 자주하는 질문이다. 이제는 입시용 목적 독서가 아닌 순수 독서가 필요하다. 양서(良書)를 찾아 읽어야 한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_ 신홍규 (서울중등독서토론논술연구회 부회장)

세계 명작들은 영양분은 많지만 물로 삼키기 좋은 알약이 아니다.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이 고전 축역본은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활기와 힘을 주는 비타민이 될 것이다.
_ 김지나 (청소년인문교양지 「유레카」 발행인)

우리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마음 깊이에 꼭 알맞은 문학전집. 신선하고 잘 짜인, 청소년들의 마음을 여물게 하고 영혼을 살찌워줄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_ 서형오 (부산 지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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