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이야기는 ‘곧’ 기체 이야기다. 사람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 p.21
“기체의 물리적 힘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우리는 갑자기 증기 기관을 만들고, 수십억 년이나 된 산들을 순식간에 폭파하게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기체의 화학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자, 마침내 우리는 고층 건물을 건설할 강철을 만들고, 수술의 고통을 없애고, 전 세계 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한 식량을 재배하게 되었다. 그러한 역사의 순간들은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처럼 늘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 p.21~22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불어올 때마다, 열기구가 하늘 높이 솟아오를 때마다, 라벤더나 박하 심지어 위에 찬 가스 냄새가 코를 자극할 때마다 우리는 그 역사에 흠뻑 젖는다. 입 앞에 손을 갖다 대고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라. 우리는 한 모금의 숨결에 온 세계를 담을 수 있다.”
--- p.22
“공기가 없다면, 기체가 없다면, 우리는 몇 분도 살 수 없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여러분은 자신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해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은 바로 이런 태도를 바꾸게 하려고 쓴 책이다. 순수한 공기는 색이 없고 (이상적으로는) 냄새도 없으며, 그 자체만으로는 무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공기가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즉, 아무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안달한다. 바로 그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 p.25
“20세기 초에 호모 사피엔스가 세균이 아닌 생물로서는 최초로 스스로 질소를 만드는 생물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 위업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운 두 사람은 이 발견으로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둘 다 훗날 국제 전범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을 미워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하늘에서 7번 원소를 끌어내려 우리 몸속으로 집어넣는 위업을 이루었다.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이룬 화학적 마술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공기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 p.72
“다년간 베도스는 영국 과학계에서 가장 괴상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쌓아갔다. 그는 결핵 환자에게 폐를 깨끗하게 한다며 소 방귀를 들이마시게 했다. 또, 그 안에 있는 전기의 ‘맛’을 보려고 은과 납 주괴를 빨기도 했다. … 가장 악명 높은 행동은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일산화이질소 같은 향정신성 약물의 사용을 권장한 것이었다.”
--- p.164
“외과의들은 곧 에테르 … 덕분에 몸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더 길고 복잡한 수술 절차를 개발할 수 있었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마취제는 외과 수술의 명성을 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수백 년 동안 다른 의사들은 외과의를 푸주한으로 취급하며 경멸했다. 그것은 부당했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평가였다. 그런데 마취제가 그런 평가를 뒤집어 외과 수술을 영웅적인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 p.190
“제임스 와트는 … 불행한 가정사(1773년에 아내가 사망한 사건)가 계기가 되어 마침내 살던 곳을 떠나 볼턴의 공장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와트는 슬픔을 달래는 방법을 한 가지밖에 몰랐는데, 기진맥진할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년 뒤에 딸 제시가 죽었을 때 기체 의약품을 연구하느라 매달린 것과 거의 비슷하게 버밍엄에서 증기 연구에 몰두했다. 와트가 그 유명한 증기 기관을 만든 것은 바로 이때였다.”
--- p.229
“과학자들은 미진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단지 어려움을 겪는 데 그치지 않고,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절망 상태에 내몰린 끝에, 자연의 법칙들을 완전히 새로 고쳐 써야만 했다. 원자물리학은 양자역학의 모순적 상황과 핵전쟁 공포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리고 믿기 어렵겠지만, 가장 따분한 과학 분야 중 하나인 기상학에서 20세기 과학의 가장 심오하고 곤혹스러운 연구 중 하나인 카오스 이론이 탄생했다.”
--- p.299~300
“스타카토처럼 울리던 확성기 소리가 우르릉거리는 소리로 변했다. 구 주변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이온화되어 파란 빛의 오로라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대글리언은 손으로 블록 성을 해체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다시 시도하다가 결국 그것을 와르르 넘어뜨렸다. 일순에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오로라도 사라졌고, 스피커는 침묵을 지켰다. 분명히 어떤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손이 따끔거리는 것만 빼고는 대글리언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방사능은 기존의 독과 달리 처음에는 아무 통증이 없다. 하지만 대글리언은 이미 자살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324
“핵무기 연구가 최초의 전자 컴퓨터 개발을 낳았다는 사실은 대다수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하찮은 냉장고가 간접적으로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26년 어느 날 아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신문을 읽다가 달걀이 목에 걸려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다. 며칠 전 베를린에서 냉장고의 밀봉 부분이 터져 독성 가스가 새어나오는 바람에 여러 어린이를 포함해 가족 전체가 질식사했다는 기사를 읽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47세의 물리학자는 그 비극적인 사고에 괴로워하다가 발명가이자 과학자인 레오 실라르드라는 젊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인슈타인은 ‘뭔가 더 나은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 p.348
“이제 우리의 지평을 더 넓혀 다른 행성들의 대기를 탐구할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풍부하고 연구할 보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대기는 그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한한 우주에는 또 어떤 종류의 공기들이 존재할까? 외계 생명체는 어떤 공기를 호흡할까? 그리고 만약 인간이 그 공기를 호흡하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p.407
“이 책 전체를 걸쳐 우리는 매초 우리 폐 속을 드나들면서 주변에 떠도는 수백만, 수십억, 수십해의 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단 한 번 들이쉬는 숨 속에도 세계의 모든 역사가 들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행성으로의 여행은, 아주 작은 규모에서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조금 더 오래 살아남게 할 것이다. 먼지는 먼지로, 기체는 기체로.”
--- p.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