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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브륄라르의 생애

앙리 브륄라르의 생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89이동
스탕달 저 / 원윤수 | 민음사 | 2021년 09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2.0 리뷰 1건 | 판매지수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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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00쪽 | 646g | 132*225*28mm
ISBN13 9788937463891
ISBN10 89374638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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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년 10월 16일 아침나절에, 나는 로마 자니콜로 언덕 위 산피에트로 인 몬토리오 성당에 있었다. 햇살이 매우 아름다웠다.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시로코가 몇 조각의 작은 구름들 을 알바노산 위에 떠 있게 했다. 상쾌한 따스함이 대기를 지배했고, 나는 살아 있는 것이 행복했다. --- p.11

-몰락한 후, 공부하는 사람, 저술가, 사랑에 푹 빠진 사람으로 1817년 『이탈리아 회화사』를 출판했다. 나의 아버지는 과격론자가 되었고, 파산했고, 내 기억으로는 1819년에 사망했 다. 나는 1821년 6월에 파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메틸드 때문에 절망에 빠졌다. 그녀는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부정(不貞)한 그녀보다는 죽어 버린 그녀를 더 사랑했다. --- p.32

-내 삶의 평범한 상태는 음악과 그림을 사랑하는 불행한 연인의 상태였다. 다시 말해 그런 에술작품들을 즐기는 삶이지, 스스로 서툴게 그것을 해 보려고 시도하는 삶이 아니었다. 나는 섬세한 감수성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자 했다. 여행을 한 것은 오직 그 때문이다. 풍경은 내 영혼 위에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활과 같았다. --- p.34

-그가 나를 사랑하기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내가 자기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나는 필요할 때가 아니면 결코 그에게 말을 하지 않았 다. 내가 외할아버지에게 하는 질문, 그리고 그 사랑스러운 노인의 훌륭한 답변의 기초가 되는 모든 아름다운 문학적, 철학적 사상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와 마주하는 일이 무척 드물었다. 아버지를 뜻하는 그르노블을 떠나고 싶어 하는 나의 열망, 그리고 수학에 대한 정열, 나는 내가 몹시 싫어하며 아직도 싫어하는 그 도시에서 인간에 대해 배웠지만, 수학에 대한 정열이 그 도시를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1797년에서 1799년까지 나를 깊은 고독 속에 던져 버렸다. 그 이 년 동안, 그리고 1796년의 한동안 나는 마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서 일한 것처럼 공부를 했다. --- p.100-101

-그러나 고백하건대, 우리 집안의 친구였던 레이 부주교 및 다른 신부들이 루이 16세의 운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의 죽음을 바라기에 충분했다. 아버지나 세라피 이모에게 들릴 위험이 없을 때 내가 부르곤 했던 노래의 구절 덕분에, 나는 필요할 때는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이 엄격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밀 편지를 보내 그르네트 광장을 지나가는 모습을 내가 보곤 하던 훌륭한 연대 하나를 참살하려 한 그 배반자의 목숨이 도대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 우리 가족과 나의 입장 차이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왔다. 흰 플란넬 천으로 된 프록코트를 입은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버지는 두 걸음이면 가는 역참(驛站)에 가기 위해 그 프록코트를 벗지 않았다.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끝장이야. 그자들이 국왕을 암살해버렸어.” 나는 평생 느낀 중 가장 열렬한 즐거움에 사로잡혔다. 독자 여러분은 아마 내가 잔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열 살 때나 쉰두 살인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 p.148-149

-만약 1795년경에 내가 글을 쓴다는 나의 계획을 이야기했다면, 양식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을 것이다. “매일 두 시간씩 글을 쓰도록 해, 천재적 영감이 있건 없건 간에.” 그 말은 천재적 영감을 기다리느라 어리석게 낭비한 내 생애의 십 년을 내가 보람 있게 사용하도록 해 주었으리라. 나의 상상력은 압제자들이 나에게 하는 악한 짓을 예측하고 그들을 저주하는 데 쓰였다. --- p.237

-가끔 기억이 떠오르면 조금씩 적어 놓는다. 나는 책 한 권 갖고 있지 않고, 어떤 책도 읽고 싶지 않다. 뢰브-베마르 씨라는 교활하고 무미건조한 사람의 이름이 붙은 얼빠진 연표에서 나는 거의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 마렝고 전투(1800년), 1809년의 전투, 모스크바 전투, 내가 사강(슐레지엔 보베르 강변의)에서 보급관으로 일했던 1813년의 전투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다. 나는 역사에 관해 쓴다는 자부심 같은 것은 조금도 없다. 그저 아주 단순하게 내 추억에 관해 쓰면서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알아내려고 한다. 바보인가 아니면 재치 있는 인간인가, 겁쟁이인가 아니면 용감한가 등등 말이다. 그것이 저 위대한 말 “너 자신을 알라.(Gnoti seauton.)”에 대한 답변인 것이다. --- p.265~266

-사실, 연애는 나에게 항상 가장 큰일이었다. 아니, 유일한 일이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내 경쟁자를 친밀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는 것 말고는 그 무엇에도 결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 나는 경쟁자에게 아주 약간 울화가 치밀 뿐이다. 이 친구 일이 잘 풀리는군, 하고 생각할 따름이다. 하지만 나의 고통은 끝이 없고 가슴을 에는 듯했다. 연인의 집 문가의 돌로 된 벤치에 주저앉아 버릴 정도로 말이다. 나는 성공을 거둔 경쟁자의 모든 것에 감탄한다.(밀라노의 아기솔라 궁전에서 기병대 소령 지보리와 마르탱 부인의 관계처럼.) 다른 어떤 슬픔도 나에게 그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p.304

-하지만 친애하는 독자여, 사실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잘 모른다. 선량한지 고약스러운지, 재치가 있는지 바보인지 말이다. 내가 온전하게 아는 것은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것, 나에게 쾌락을 주는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증오하는 것들이다. --- p.347

-저녁에 그 일을 곰곰이 생각하며, 나는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이것밖에 안 되나?’라고 나는 생각했다. 조금 어리석은 이 놀라움의 외침은 평생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상상력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발견한 것은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1836년인 지금 이 글을 쓰면서이다. 여담으로 말하는데, 나는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난 얼마나 좋은 기회들을 놓쳤는가! 난 부자가 되었을 테고, 적어도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1836년인 지금 내가 깨닫는 것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꿈꾸는 것이라는 점이다. --- p.540

-나는 자기 그림의 한 모서리를 묘사할 용기를 잃은 화가와 같다. 그 화가는 다른 전체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자신이 묘사할 수 없는 것의 윤곽을 가능한 한 잘 잡아 소묘하는 것이다. 오, 냉정한 독자여, 나의 기억력을 용서해 주길. 그보다는 차라리 오십 페이지를 건너뛰고 읽어 주길. 다음은 삼십육 년이 흐른 뒤 그것을 몹시 망가뜨리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의 개요이다. 앞으로 내가 오 년,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지독한 고통 속에 산다 하더라도, 나는 죽어가면서 ‘되풀이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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