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들에게 진심을 다해 건넬 뿐이다.
“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만 써주세요. 무엇이든 쓰면 그다음은 제가 정리해볼게요.”
답은 쓰는 사람에게 있다. 그걸 살짝 꺼내 보여달라고 속삭이는 존재, 보여주었을 때 비난하지 않을 누군가가 우리는 늘 필요하다. 거기서부터 편집자는 시작하면 된다.
--- p.29, 「다정한 기억에 기대어 오늘도」 중에서
출판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아직 상상되지 않을 누군가에게 나는 그래도 힘주어 말하고 싶다. 책을 만드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책을 만드는 일에는 헤어날 수 없는 마성이 있다고. (중략) 한 사람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만드는 일, 그렇게 만들기 위해 작가와 신뢰를 쌓는 일, 책 한 권이 탄생하기 위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성을 쌓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뿌듯하고 기쁘다고. 그중 제일 좋은 건 세상에 없던 책이 탄생하면서 내 인생의 마디를 하나씩 채워넣는 일이라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당신을 이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 p.35~36, 「책이 밥 먹여주냐고요?」 중에서
편집자는 “혹시 책 한번 써보시겠어요?”라는, 의외로 누구라도 혹할 만한 제안을 마음껏 던질 수 있다. 편집자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분에게 편집자로서 관심과 환심을 살 만한 열쇠를 이미 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내 세계는 점점 넓어진다.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좋아하라고 세상이 등을 밀어주는, 덕업일치가 가능한 편집자라는 직업만큼 좋은 직업이 또 있을까.
--- p.66~67, 「덕질이 나의 직업이라고요」 중에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어렵더라도 오랜 시간 들여다보며 이번이 아니면 다음번에라도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 고민하기로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정성을 들이는 긴 시간이야말로 내 인생임을 잊지 않기로 다짐하며.
--- p.80~81,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재미있다」 중에서
기획의 시작은 편집자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면서도 매력부터 캐치해내는 마음이 원동력이 된다. 세상에 내어놓은 정보들을 모아서 제멋대로 그 사람을 상상하고, 그 사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적는다.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미팅 제안 메일을 쓴다.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은 기획의 순간이고, 그 타율이 정확해질 때마다 조금씩 기획자로 완성되어간다.
--- p.85, 「마음을 쓰고 또 써야 만져지는 책 한 권」 중에서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가. 누구의 삶이 궁금한가. 우리는 누가 되고 싶은가. 가성비의 시대에 책값을 기꺼이 지불하고 읽을 만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을 찾았다면 우리는 그의 책을 낼 수 있다. 이 시대의 독자들이 읽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 나는 그것이 기획이라 배웠다. 저자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증명해낸 무언가를 찾을 수만 있다면, 책이 출간되어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 p.123, 「팬들은 ‘찐’을 알아봤다」 중에서
편집자가 책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자면 하나의 판을 벌였다가, 완벽하게 세계를 구현해낸 뒤, 그 판을 닫는 장면이 떠오른다.
--- p.130, 「맛있는 책을 만드는 일」 중에서
좋은 책을 만나는 건 옆에 두고두고 지낼 소중한 친구를 만난 것만큼 든든한 일이다. 오늘도 그런 책을 만들고 있는지, 나에게 틈틈이 물어봐야지. 지금을 함께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만들고 싶다. 반짝하는 영감을 주는 책을, 한발 내디뎌보는 용기를 주는 책을, 다시 도전해볼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책을 만들고 싶다. 그런 소망으로 아직까지 책을 만들고 있다.
--- p.139, 「서점에서 우연히 좋은 책과 마주칠 확률」 중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입사한다. 책을 마음껏 읽고 싶고 원고에 얼굴을 파묻고 일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수없이 상상하면서…….
그러나 현실의 편집자는 매우 다르다. 원고 하나를 책으로 내기까지 저자와의 소통, 편집부 내부와의 소통, 디자이너와의 소통, 마케터와의 소통, 제작 담당자와의 소통……. 이만큼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책을 만드는 일은 ‘협업’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 p.140, 「서로에게 친절하기로 약속합시다」 중에서
헷갈리면 안 된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 만났다는 것을. 아무리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었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서서히 멀어진다. 저자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줄 편집자, 회사를 찾아간다. 회사도 마찬가지. 팔리지 않는 작가를 오래 지켜보지 않는다. 편집자는 설득할 힘이 사라진다. 그런 일들에 일일이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일이란 그런 성질의 것이기에.
--- p.159~160, 「판권에 새겨진 이름의 의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