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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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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36g | 150*210*11mm
ISBN13 9791188510566
ISBN10 118851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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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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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는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는 그를 가둬 두지 않는다. 바다는 경계선을 긋지 않는다. 땅은 경계를 긋고 그 안에 그를 가둔다. 순전히 환상일 뿐이지만. 땅이 끝나면 바다가 시작되고 빼앗긴 것을 돌려받는다. 바다는 그를 가두지 않으니까. --- p.43

다리오는 앤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앙상하고 구부러진 작은 체구가 전혀 바보 같지 않았다.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미의 개념이라는 것이 참 이상했다. 각자 나름의 기준이 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다리오의 눈에 앤디는 아름다운 것이었다. 연약해서일지 모른다. 크리스털로 된 물건이나 한 송이의 꽃처럼. 자세히 보면 앤디는 락이 냉장고에 넣어 둔 꽃 같기도 하다. 그 꽃과 정말 닮았다. 둘 다 연약하고 앙상했고, 빛과 공기로 만들어진 작고 비밀스러운 세계에 갇혀 있다. 그게 그들의 운명이었다. --- p.77

“내게 파란색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다리오가 말했다.
“닿을 수 없는 색이야. 하늘을 봐. 파란색이잖아. 하늘에 갈 수 있니? 바다도 파란색이야. 실제로 파란 바다엔 갈 수 없어. 가까이 가더라도 막상 가 보면 파란색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파란색은 저 멀리, 네가 있는 곳보다 더 멀리 있어.”
그러면서 손으로 저 너머를 가리켰다.
“이제 파란색이 어떤 건지 알겠지?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들의 색이야.” --- p.124

“어서, 앤디. 빌어먹을 휠체어는 치우고 잠깐이라도 삐쩍 마른 엉덩이로 진짜 세상을 느껴 봐. 땅과 흙냄새를 맡아 보고 손가락을 펼쳐서 풀을 만져 봐. 태양 빛처럼 따뜻하고 꽉 찬 노란색의 촉감을 느껴 봐.” --- p.128

그가 말했다.
“휠체어를 탄다고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앤디는 대답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부루퉁하게 다리오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있잖아. 사실은 너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야. 실은 나도 휠체어를 못 벗어나고 있어. 9년째. 아무도 눈치 못 챘겠지만.”
다리오는 몸을 숙여서 앤디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누워서 며칠을 일어나지 못했다면 믿을래?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단걸? 어서 하루가 지나가길 바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뿐이었어.”
다리오는 상체를 일으켜 위에서 앤디를 내려다보았다. 눈물과 분노로 가득 찬 거대한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친구야, 너와 나의 차이점은, 넌 널 도와줄 사람이 있지만 난 없다는 거야.” --- p.152

‘이곳을 떠나야 한다. 여기서 멀리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그건 벌써 시도해 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빌라도 없고 황금 종이 달린 대문도 없는 곳. 그곳엔 심지어 아빠도 없었다. 집을 가장한 승합차 한 대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방에 숨 막히는 빛을 내뿜는 잔인한 태양이 있었다.
--- p.18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9년 전에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는 만큼 자책감과 불만에 싸여 살아온 다리오! 아빠는 왜 가족을 떠났을까? 아들인 다리오가 아빠를 실망시켰나? 아니면 엄마가 아빠한테 잘하지 못했나? 사춘기 반항기에 접어든 다리오는 아빠와 함께했던 옛 추억에 잠긴다. 기억 속의 아빠는 늘 강인하고 다리오를 격려해 준 반면, 다리오와 함께 살아온 엄마는 귀찮기만 한 존재이다.
다리오는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 행동을 했다며 다리오에게 내려진 벌은 ‘중증 장애인 돌보기’였다. 그렇게 다리오는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앤디를 만났다. 앤디는 혼자서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고, 말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으며, 다만 눈알만 굴릴 줄 알았다.
앤디에게는 이미 ‘엘리사’라는 돌보미가 있었는데, 다리오가 보기에 그녀는 한 마디로 자격 미달이었다. 앤디를 그저 인형처럼 다루며 앤디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다리오는 늘 침을 흘리고 셀러리처럼 축 늘어진 앤디를 돌보는 일보다 엘리사가 앤디를 대하는 방식이 더 참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햇볕을 쬐던 앤디가 별안간 ‘트양’ 비슷한 소리를 낸다. 다리오는 앤디가 태양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깨달았다. 유리창을 통과한 햇볕이 아닌 진짜 햇볕을 쬐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사가 불같이 화를 냈지만 다리오는 앤디를 데리고 공원으로 향했다. 상쾌한 바람을 쐬게 하고, 분수대에서 튄 물방울이 얼굴에 흩뿌려지는 느낌도 맛보게 해 주었다.
사실 이 작은 일탈은 마리화나 덕분이라고 할까. 다리오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몰래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대담한 행동을 하거나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깨어날 때면 지독한 어지럼증과 마주해야 했다.
마리화나 기운에 엉겁결에 기차에 올라탄 둘은 한 바닷가 역에서 내린다. 그곳은 다리오와 아빠가 함께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다리오는 앤디가 바닷바람을 쐴 수 있게 티셔츠를 벗기고, 모래를 느낄 수 있게 등 뒤에 모래 둔덕을 쌓아 해변에 앉혀 준다. 다리오는 다시 마리화나를 피우다 깜빡 잠이 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어난 다리오는 앤디가 옆으로 쓰러진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고 있음을 깨닫는다. 바지도 소변으로 흠뻑 젖었다. 다리오는 자신의 바지를 벗어 앤디에게 입힌 뒤, 바닷가에서 알게 된 친구, 락의 집에 하룻밤 머물게 된다.
다리오는 락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앤디를 납치한 셈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다리오는 자신에게 남겨진 열린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그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모든 방황의 시작인 아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그렇게 다리오는 앤디를 데리고 토레 사라체나에 있는 아빠를 찾아 떠난다.
다리오와 앤디는 아빠를 찾아가며 다양한 일을 겪는다. 중증 장애인을 처음 본 온갖 군상들의 다양한 반응들은 물론, 눈에 보이는 장애뿐 아니라 마음의 병도 장애임을 뼈저리게 겪어 낸다. 또한 장애가 더 이상 결핍이 아니라 수많은 아름다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깨달음, 이상이 아닌 진실을 찾아 마주하는 과정의 고통, 그리고 이미 자신 안에 있었던 잠재력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간다.
자기 안의 태양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다리오와 안드레아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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