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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 어제와 오늘, 그리고 꽤 괜찮을 것 같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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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4g | 124*188*13mm
ISBN13 9791191552065
ISBN10 119155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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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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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슬픈 것이 가득하다. 그러나 속도를 멈춘 모든 것은 슬프면서 또한 아름답다. 그러므로 제목으로 삼은 모호한 슬픔 뒤에 각주처럼 달린 일상의 문장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시면 좋겠다. 우리의 일상이 일상으로 이어지는 순간의 웅숭깊음을 사람을 가까이하기 힘든 이 시기에 사진과 문장으로 매만지려 해보았다. 나는 본래 슬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슬픔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그대의 슬픔도 잘 씻길 수 있도록 속도를 잠시 버려둔 채 오래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삶의 한 시기를 통과하니 이제 나의 친구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일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일상을 껴안고 조르고 비틀고 사랑하는 일은 삶을, 아니 죽음을 대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일상의 열린 틈으로, 또 다른 일상을 발견합니다
--- 「우리는 나란히 앉아」 중에서

일상을 찾겠다며 무작정 거리를 떠돈 건 조금 바보 같은 일이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는 건 여행에 가깝지, 일상은 그 반대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상을 잃어버리기 위해 거리를 떠돈다는 건 어떤가. 나의 일상을 내가 잘 모르는 거리에 슬며시 놓아두고 오는 것이다.
--- 「살며시 두고 온 일상」 중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칠판에 ‘배려’라고 썼다. 첫 만남의 첫인사였으니 제법 강렬한 기억이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부임한 첫 학교의 첫 학생들이었다. 배려란 베푸는 이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소중한 감정이라는 걸 알 만한 나이였다. 하지만 그 단어는 쉽사리 몸에 배지 않았다. 살다 보니 타인에게 배려를 받지 못해 마음 상할 때가 있었고,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나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과 마주해야 했다.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칠판에 흰 분필로 적힌 ‘배려’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 「미소가 먼저 도착하면 좋겠어」 중에서

먼지가 쌓인 선반을 더듬고, 오래된 궤짝을 열어보고, 텅 빈 장독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처마 아래 앉아서, 텃밭 앞에 서서, 돌담 너머를 바라보며 할머니를 생각했다. 어느 날에는 깊은 우물 속에서 간신히 건져 올린 어떤 소리를 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다 내가 부르지 않아도,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그 소리가 어딘가를 통과해 우연히 내게 도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바람이 나를 스쳐 갔고, 해는 저만치 기울어버렸다. 누구도 응답하지 않을 것만 같은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오야, 오야. 내 부름에 답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 「당신이 아직 그곳에 있기를」 중에서

셔터를 누른 순간 당신은 잠시 사라집니다. 제가 당신을 카메라의 작은 암실 속에 가두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당신은 벌써 갑갑해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을 다시 그 자리로 보내줄 마음이 없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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