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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순례

목소리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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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에세이 top2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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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30g | 135*205*16mm
ISBN13 9791191716078
ISBN10 1191716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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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행동이나 자연현상처럼 말이 없는 침묵 속에서 번뜩인 무언가를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그런 능력이 내게도 이미 있는 것 아닐까. 사진이 그 능력을 한층 키워주지 않을까.
--- p.91

그들은 결코 강하지 않다. 그렇지만 자신의 슬픔과 약점을 얼버무리지 않고 포용하면서, 나아가 자신의 발로 일어서길 선택한 사람들이다. 약점도 슬픔도 꼴사나움도, 그 너머에 있는 기쁨도, 전부 내가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결의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홀로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홀로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아는 사람일수록 홀로 살아가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 고유한 한 개인으로 대한다. 상대를 신뢰하며 그냥 놓아둘 줄 안다.
--- p.117

시간이란 시곗바늘처럼 일정한 속도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면, 순간이 영원처럼 농밀하게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꼈다.
--- p.137

대화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 끝났어.’ ‘도저히 서로 이해할 수 없어.’ ‘공유할 수 없어.’ ‘전해지지 않아.’ 이런 고통과 괴로움에서 시작되는 것이 대화였다. 서로 다름을 통감할수록 ‘당신’이라는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새로워진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빛이 더해진다. 대화란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다름에도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행위였다.
--- p.138

필담과 수어 통역은 ‘쓸데없는’ 대화를 생략하고 의미만 요약하여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용건을 해결하는 데는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의미 있는 말만으로 마음이 통하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가치 없어 보이는 사소하고 ‘쓸데없는’ 말에 모든 인격이 응축되기도 한다. 그처럼 ‘쓸데없는’ 대화가 대수롭지 않게 쌓인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싹튼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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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말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빈약한가. 제대로 듣는다는 것은 목소리를 듣는 데서 나아가,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데까지 다다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사이토 하루미치는 카메라를 들고 ‘자세히 보려’ 했다. 레슬링을 하며 말로 대화할 수 없는 상대와 ‘몸으로 부딪히려’ 했다.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속아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지금 여기’의 세계는 얼마나 다채로운지. 폭포수처럼 쉼 없이 흘러내리는 감각의 세계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우리일 수도 있겠다는 반전에서 타인을 향한 이해의 발판이 생긴다.

- 김연수 (소설가)
사이토 하루미치가 발견한 ‘목소리들’의 다채롭고 한없이 깊은 대화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될 때, 독자는 넋을 놓고 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눈가에 아른거리는 빛의 감각, 아기와 개와 로봇의 냄새, 프로레슬링 경기의 링 위에서 느끼는 땀과 피의 맛, 말없이 어깨를 두드리는 발달장애인과의 포옹이 어우러지는 이 놀라운 책은,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했던 농인 소년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아무도 듣지 않았던 목소리와 만나는 과정을 묘사한 음악이자, 보이지 않던 이들을 사진으로 그려낸 초상화다.
-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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