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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 고통에서 삶의 치유로

리뷰 총점8.5 리뷰 2건 | 판매지수 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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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top100 2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74g | 112*184*12mm
ISBN13 9791186274910
ISBN10 118627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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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책을 위한 변명

1. 박완서의 마흔

글쓰기를 시작하다
계기가 있었고, 시작했고, 끝까지 했다
자신에 대한 존중

2. 평등, 그리고 연애

개인이 된다는 것
중년 주부를 살아 있는 여자로
자기 마음의 기준

3. 섹스와 임신

딸과 아들
선택적 아들 낳기
무엇을 위한 섹스인가
엄마 될 권리

4. 트라우마

트라우마를 들어줄 귀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 말
쉬운 답을 거부한다

5. 고통

신마저 침묵하는 고통
스스로 이유를 찾고 납득되어야
다시 산 자의 자리로
그의 빈자리

6. 독립

감정적 독립
“틈바구니”에 서다
홀로서기
한 사람의 몫

에필로그
글쓰기는 계속된다

인용한 작품 및 단행본 목록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평등과 연애
남편은 왜 아내의 일을 질투하는가


『서 있는 여자』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서 박완서는, “아내가 한눈파는 게 외간 남자가 아닌 자신의 ‘일’일 때 우리의 미풍양속은 그 여자에게 어떤 벌을 내릴 것이며, 남편은 이 새롭게 대두된 라이벌에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일-가정 양립의 문제를 이렇게 참신하게 표현하다니, 역시 박완서답다.

지금은 남자도 일하는 아내를 원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남편에게 아내의 일은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하는 아내만큼 자신도 가사를 하는 남편이 드문 것을 보면, 역시 아직도 남편은 아내의 일을 라이벌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아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데도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들을 보면, 아내가 한눈파는 ‘자신의 일’이라는 라이벌에 대한 남편의 질투는 제법 거센가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서 있는 여자』(1985)의 연지처럼 “부부간의 대화 속에 남녀평등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매력 없는 여자”들로 살아간다. 연지의 그 매력 없음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오히려 매력적이고 유효하다.

섹스와 임신
거부당한 것은 ‘엄마 될 권리’


박완서는 딸 넷을 낳고 마지막에 아들을 낳았다. 적게 낳아야 하는 시국에 아들을 보겠다고 저렇게 많이 낳았는가 하는 시선을 느꼈음직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성감별 낙태에 유독 민감했다. [해산바가지](1985), [꿈꾸는 인큐베이터](1993), 『아주 오래된 농담』(2000)에는 선택적 아들 낳기라는 ‘신기술’을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이용을 강요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이야 아들딸에 대한 구분을 굳이 두지 않지만, 합법적으로 태아 성별을 확인하여 선택적 아들 낳기가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섹스를 충동적인 본능의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섹스는 매우 계산된 행위이다. 특히 임신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 남자네 집』의 ‘그 여자’는 섹스를 하고 싶은 상대와 하지 못하고, 임신을 해도 괜찮은 상대와 섹스를 했다. 다행히 소설 속 그 여자의 다음다음 세대쯤 되는 여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피임법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낙태죄 폐지 혹은 낙태권이 여성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지만, 박완서의 소설을 읽다보면 낙태의 권리 이전에 우리에게 과연 엄마가 될 권리가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박완서의 소설 속에 비친 대한민국은 적어도 여자들에게 낙태를 거부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오히려 여자들이 거부당한 것은 엄마가 될 권리였다. 그래서 박완서는 뱃속의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하든, 그녀에게 남편이 있든 없든―이 이야기는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를 보라―여자들의 엄마 될 권리를 응원한다. 자신의 흙수저 인생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 출산을 포기하는 요즘 정작 우리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은 낙태의 권리가 아니라 엄마 될 권리인지도 모른다.

들어줄 귀를 찾는 ‘트라우마’
치유가 시작되는 순간


트라우마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반복되는 기억을 끝없이 말하도록 한다. 그래서 항상 이야기를 들어줄 귀를 찾는다. 박완서는 1992년에 펴낸 『박완서 문학 앨범』에서 자신이 소설가가 된 것은 결국 전쟁 경험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전쟁 중 사망한 오빠의 망령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가, 나중에는 이 전쟁 경험이 자신의 발꿈치에 붙어 다니며 떨치려야 떨칠 수 없는 기억이 되어 자신의 글쓰기를 지배했다고 했다. 들을 귀를 찾아 그토록 글을 써왔던 박완서였지만 인생 말년 고독감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쉬운 답을 거부하는 트라우마의 속성 때문이다. 누가 더 참혹하게 당했는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트라우마는 타자의 트라우마를 늘 사소하게 만들고, 그렇게 우리의 트라우마는 서로 만날 길을 잃는다. 트라우마는 언제나 스스로 풀어야하는 숙제임을 알게 한다.

트라우마로 글쓰기를 시작한 박완서가 1년가량 붓을 놓았던 시간이 있다. “구원의 가망이 없는 극형”이라 표현했던 극심한 고통은 25세 아들을 사고로 잃은 사건이었다. 신마저 침묵하는 고통은 길기만 했다. 1993년에 발표된 단편집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화자가 한 사람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그 독백은 전화에 대고 하는 독백이다. 공감도 답도 얻을 수 없는 독백은 고통 중에 가장 고독함을 보여준다. 고통은 묘한 성격이 있어서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누구도 내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절망이 공존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타인의 쓰임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절벽 같은 침묵 속에 들리는 흐느낌! 누군가 나와 함께 울어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고통은 비로소 치유로 돌아선다.

트라우마와 고통의 무게로 보자면, 언제나 가장 큰 것은 자신의 것이다. 다만 박완서의 경험과 해법은 출구를 찾은 우리에게 담담한 울림을 건네 힘을 더해준다.

중년 주부를 살아있는 여자로
박완서의 글쓰기는 현재진행형


마흔에 데뷔한 작가에게서 풋풋한 연애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박완서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힘이었다. 아무도 중년 주부에게 관심을 두지 않던 시절, 그들에게 개성을 입히고 목소리를 입혀 살아 있는 여자로 만들어냈다. 비단 자기 일을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에서도 제도에 매이지 않을 것을 과감히 피력하며 지붕 밑을 벗어난 여자의 진정한 독립을 이야기했다.

작가가 표출해온 지붕 안팎의 평등과 연애, 여자들의 엄마 될 권리는 박완서가 1931년 생 여성 작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한반도의 현대사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한 가족이 겪은 트라우마와 고독,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미가 떠안아야 했던 극단의 고통, 그리고 중년여성의 홀로서기는 한 개인의 사유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적 경험이기에 박완서의 글쓰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우리 삶에 등대가 된다.

저자는 독자로 시작하여 박완서 연구자가 되었지만, 박완서를 학술적 연구 대상이 아닌 보다 일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그려내어 항상 우리 곁에 살아있기를 바랐다. 이야기의 효능을 믿었고 자신의 이야기가 다양한 효능을 발휘해 독자를 위로하고 웃기기를 바랐던 박완서의 뜻처럼.

연구자나 소설가는 늘 그들이 알면 더 고통스러운 것들을 파헤친다. 하지만 그 애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별개의 몸으로 존재하는 인간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에 고스란히 담긴 박완서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고통과 조우하고,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받고 서서히 치유로 나아간다.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8.5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박완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생* | 2023.03.2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박완서. 그의 꾸밈없고 담백한 글들이 좋아 뒤늦게 그의 글을 조금 읽었다. (산문집 "두부"로 그녀를 읽기 시작했고, 그 뒤 몇 권의 책을 더 읽었다. 그리고 당근으로 박완서 전집 몇 권을 구해놓았는데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2023년 독서 키워드 중 하나라는 "마흔" 박완서는 평생 주부로 살다가 마흔에 갑자기 글을 써서 작가가 되었다. "우리의 몸은 제법 공평하게 마흔 줄에 이;
리뷰제목

박완서. 그의 꾸밈없고 담백한 글들이 좋아 뒤늦게 그의 글을 조금 읽었다. (산문집 "두부"로 그녀를 읽기 시작했고, 그 뒤 몇 권의 책을 더 읽었다. 그리고 당근으로 박완서 전집 몇 권을 구해놓았는데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2023년 독서 키워드 중 하나라는 "마흔"
박완서는 평생 주부로 살다가 마흔에 갑자기 글을 써서 작가가 되었다.

"우리의 몸은 제법 공평하게 마흔 줄에 이르면 신호를 보낸다. 혹 특별한 신호를 느끼지 못했다 하더라도, 만으로 마흔이면 국가가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안내서를 챙겨서 보내준다. 평균 수명을 여든으로 본다면, 마흔은 인생의 딱 중간 지점이다. 작가 박완서도 딱 여든까지 살았다." (35쪽)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그렇게 인생 전반기와 후반기로 대조되는 인생을 살 필요는 없지만, 인생 전환기에 한 번쯤은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게 무언가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100세 시대가 되었다고. 그렇다면 인생전환기는 마흔이 아니라 쉰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120세가 평균 수명이 될 것이라고. 그렇다면 인생 전환기는 60세가 될 것이다.

그러니 마흔이든, 쉰이든, 예순이든, 언제든지 그 나이쯤 되면 인생 전환기가 될 것인데, 한 번쯤 진지하게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설계해 본다면, 나는 그 방법으로 글쓰기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녹음기를 틀어놓고 담담하게 말해보라. 그리고 그것을 네이버 프로그램인 클로버로 돌리면 자동으로 글자로 바꾸어 준다. 그걸 가지고 다듬어 자신의 삶을 글로 써보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1970년 여성동아에서 신인작가 응모가 있었고, 박완서는 처음에 박수근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다 포기하고 그냥 자신을 글감으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3개월간 쓴 초고로 당선이 되고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뒤 그녀의 삶은 달라진 게 없었다고 했다.

여성동아 기자가 당선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박완서를 찾았을 때, 기자는 그녀를 앞에 두고도 그녀를 찾았다고 했다. 시모 진짓상을 차리고, 남편 출근 시키고, 도시락을 들러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세련된 도시 작가의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었을 박완서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흔에 작가가 되었고, 여성의 삶을 조명하며 숨겨져 있던 문학의 끼를 한을 풀듯 풀어내기 시작했다.

박완서 작가 어머니는 당시 남자아이도 학교에 보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시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완서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고 박완서는 국군과 공산군 사이에서 피난을 가지 못한 채 끔찍한 이데올로기 트라우마, 전쟁 트라우마, 인생 죽음의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박완서의 오빠는 인민군에 의해 죽은 것도 아니고, 북에 동조한 행위로 몰려 죽은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럴 뻔한 위기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군부대에 하룻밤 머물 때 당한 총상으로 피난도 못 가고 고생했지만, 직접적 사인은 총상도 아니었다. 상처는 나중에 아물고 조금씩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1여 년이라는 시간을 끌며 시들시들 죽고 말았다.

오빠는 분명 전쟁의 피해자인데, 어느 쪽에 의해서 죽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도 없고, 직접적 사인조차 전쟁의 상징인 총과 결부시키기 힘든 그런 죽음이었다. 이러한 죽음을 도대체 어떠한 언어로 표현해야 온전한 전쟁 피해자의 이야기로 들려질 수 있을까?

피난이 부럽고 차라리 졸지에 죽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박완서의 경험은 그래서 들어줄 귀를 찾아다니며 반복해서 말하게 되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96쪽)

전쟁 트라우마는 평생 박완서를 따라다녔고, 그는 평생 작품 속에 전쟁 트라우마를 펼쳐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글을 썼지만, 트라우마의 연은 질겼고, 어느 작품에서든 불쑥 튀어 나왔다.

"생사를 넘나든 사람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은 사치다. 그것을 말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일 거다. 전쟁 중 목숨이 오가는 사건을 몇 차례 겪고난 박완서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한 번뿐인 인생을 평범하게 살기로 했다. 너무도 비범한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평범한 것이 간절하다. 그래서 평범하기가 가장 힘들다고도 한다." (32쪽)

그렇게 박완서는 대학을 포기하고 돌연 결혼을 선포하며 인생 주부로 자신의 삶을 숨기고 평범함을 유지하기로 했다. 마흔까지.

저자는 박완서 작가를 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로 삼았다. 그러니까 저자는 박완서 전문가다. 저자는 자신이 왜 박완서에 푹 빠졌는지를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박완서에 빠져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연령과 그 시대의 차림새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을 뒤집는 동시대적 감각 때문이다. 그와 함께 노인 문학이 탄생했다고 할 만큼 그는 나이 들어가는 자기 세대의 이야기들을 풀어냈지만, 그의 소설 속에서 나는 자주 나를 발견하다." (43쪽)

'거리감을 뒤집는' 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자. 박완서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 <그 남자네 집>을 집필했는데, 연애 세포 충만한 이야기를 썼다.

마흔에 주부에서 작가로 변신한 박완서는, 아내가 한눈파는 대상으로 남자가 아닌, 자기 자신만의 일,을 지목하고 <서 있는여자>라는 작품을 썼다. 어쩌면 그 '일'과의 데이트는 결국 자기 자신의 삶이 아닐까. 남자는 일에 한눈파는 여자를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과 다르게 그 시대에는 일과 한눈파는 여자를 곱게보지 않았다.


(고통과 치유에 대하여)

박완서는 둘째를 사산하고 첫째를 잃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완서는 첫째가 25세가 되었을 때 사고로 잃고 만다. 박완서는 1년 동안 글을 쓰지 못했고, 이후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책을 펴내게 된다.

"그래, 나는 주님과 한번 맞붙어보려고 이곳에 이끌렸고, 혼자돼보기를갈망했던 것이다. 주님, 당신은 과연 계신지, 계시다면 내 아들은 왜 죽어야 했는지, 내가 이렇게까지 고통 받아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말씀만 해보라고 애걸하리라.

애걸해서 안 되면 따지고 덤비고 쥐어뜯고 사생결단을 하리라. 나는 방바닥으로 무너져 내렸고 몸부림을 쳤다. 방안을 헤매며 데굴데굴 굴렀다." (117쪽)

저자는 말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신으로부터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깊은 단절의 시간을 경험했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고통을 경험하는 인간의 실존적 상태의 반영이라고.

고통 중의 인간은 그렇게 세상과 그리고 신과 단절되어 있다고.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는 성경 욥기를 떠올리게 한다. 고통 문학이다. 신의 침묵과 세상의 편견 앞에서 홀로 고통을 감당하는 억울한 인간의 항변문학이다.

저자의 이어지는 해석이 놀랍다. 통곡의 벽은 단단한 벽으로 서 있어야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벽이 같이 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곡의 벽은 우는 법이 없어야 한다"고.

"통곡의 벽이 우는 법은 없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통곡의 벽이 나와 함께 운다는 것을 깨달을 때, 치유는 시작된다." (123쪽)

박완서는 중년의 어느날 남편과 성당에 나가 세례를 받고 종교생활을 시작했다. 박완서의 나이 57세가 되었을 때, 그는 남편을 폐암으로 떠나보낸다. 그때가 아들을 사고로 잃기 석 달 전이었다.

박완서는 지금 내 나이에 홀로 되었다. 남편을 잃고 아들도 잃었다. 저자는 중년의 나이는 죽음의 관점에서 삶을 살기 시작해야 하는 때라고 말한다.

중년부터는 죽음의 관점에서 현재를 살기 시작해야 한다고.

이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매우 작은 문고판 책으로 2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완서 작가를 거의 완전히 이해하게 해준다. 그녀의 삶, 그녀의 작품. 그리고 박완서 전문가 양혜원 작가의 삶과 생각까지.

이 책을 읽고나면, 집에 꽃혀 있는 박완서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그래. 4월은 박완서와 함께 가자.
4월의 작가는 박완서다.
그리고 나도 새롭게 글쓰기를 시작해보자.

~~~~~~

(선한리뷰)

나는 박완서 작가보다 조금 이른 나이인 37에 첫 책을 출간했고, 마흔 하나 때 첫 시집을 펴냈다. 나는 본격적인 작가가 되지 못했는데, 그건 전업작가로 살아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흔에 작가의 삶을 시작하고, 끝내 작가로 삶을 마감한 박완서 작가를 보면서, 나도 작가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은퇴하고 직장을 잃게 되면, 나는 그때서라도 직업으로 '작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컴퓨터 폴더에 쓰다 만 원고들을 꺼내어 하나씩 완성하고 발표하고, 책으로 묶여져 나올 수 있을까.

건강이 안 좋아졌을 수도 있고, 생계 유지를 위해 뭐든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기에, 그도 쉽지 않은 미래임을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박완서 책을 읽으며, 나름 단단하게 나를 단련시켜 본다. 그래. 나가자. 나는 작가가 아니던가.

예순에 다시 시작한 글쓰기, 이런 제목의 책으로 새 시작을 알리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중년의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날마다 한 발 더 깊이 죽음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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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자신으로 살기 위한 글쓰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z******h | 2022.07.17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양원혜글쓴이, 양원혜님은 우치무라 간조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글을 통해 글쓴이를 상상해 보는 일은 꽤나 그럴싸한 일이다. 글이 꼭 글쓴이인가,라는 질문에 매양 예스라고 대답하긴 어렵겠지만, 글이 사람의 개성을 뿜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연구가이면서 학자이고, 작가인 그녀에게 비할 바 아니지만, "박완서"가 이어주는;
리뷰제목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양원혜


글쓴이, 양원혜님은 우치무라 간조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글을 통해 글쓴이를 상상해 보는 일은 꽤나 그럴싸한 일이다. 글이 꼭 글쓴이인가,라는 질문에 매양 예스라고 대답하긴 어렵겠지만, 글이 사람의 개성을 뿜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연구가이면서 학자이고, 작가인 그녀에게 비할 바 아니지만, "박완서"가 이어주는 동질감이 있다. 나 또한 그녀의 작품 읽기를 좋아한다. 집안일을 할 때면 오디오북이라도 틀어놓고 듣거나,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엔 그녀의 단편소설들을 들으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녀는 박완서님을 빌어(?) 중년을 넘긴 여성의 정체성을 '쓰기'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내보인다. 그래서 제목에도 '글쓰기'라는 라벨을 붙였고, 마지막 결언도 "글쓰기는 계속된다"이다.

어제는 생활과 책 읽기를 소재로 한 에세이 세 편을 완성해 출판사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나의 글에 '글'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면구스러워 하는 내가 급기야는 되도 않을 일을 벌였다. 당선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중년도 늦중년이 된 나이다. 늦은 결혼으로 늦게까지 자식들 언저리를 서성이다, 어느새 50이 되어버렸다. 공부도 다시 시작하려면 40대에는 시작해야지 싶다. 취미 이상의 공부 말이다. 50대에 성큼 발들여버린 내게 그나마 손쉽게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일(잘하는 일이 아니다)이 글쓰기이다.

이 책이 더욱 이 일을 부추긴다. 이 책은 40대를 중년의 상징처럼 얘기했지만, 50이야말로 더욱 중년답다.

"정신분석학자 제임스 홀리스는 인생 전반기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때이면서 사회와 문화가 자신에게 부과한 역할에 충실한 시기이지만, 인생 후반기는 주어진 규범과 사회적 인정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 인생을 사는 시기라 했다. 온전한 독립은 이때 비로소 이루어지는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 사는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인생 후반기가 충만하지 못하다고 그는 말한다"(35p)

이 글귀에 완전 동감이다. 내 경우엔 늦은 양육의 세월 때문이었는지 50대에 더욱 분명해졌기에, 50대는 중년의 한복판, 꽃이 아닌가 싶다. '자기 인생을 사는 시기'로서 말이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인생의 단계마다 이루어야 할 과업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사투같은 나날이다.
그래서 알지 못한다.

"연구자이든 소설가든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우주적 비밀은, 알면 운이 와장창 쏟아지는, 혹은 불운이란 불운은 다 피해가는, 그런 비밀이 아니다.…………그럼에도 알고자 하는 그 애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별개의 몸으로 존재하는 인간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없으면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서로의 고통을 알 때 우리는 더 깊이 만나는 것 같다.
박완서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나는 내가 알려고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남긴 많은 글들에 감사했다"(168p)

중년의 글쓰기가 이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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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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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반**라 | 2023.02.19
구매 평점5점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시작하게 될 계기를 만들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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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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