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4월 06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02g | 134*195*17mm |
ISBN13 | 9791155251522 |
ISBN10 | 1155251520 |
발행일 | 2022년 04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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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02g | 134*195*17mm |
ISBN13 | 9791155251522 |
ISBN10 | 1155251520 |
MD 한마디
김중미 작가가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트라우마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성폭력 피해자의 삶을 파고들며, 대신 피 흘리고 죽어간 잊혀진 이름들을 되살린다. 증언은 미래의 죽음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이다. 내가 아닌 너를 위한 용기 있는 증언이 시작된다. - 청소년 MD 김소정
1. 엄마가 왜 그랬는지 2. 살아 있는 게 미안했어 3. 안전하다고 믿는 세계가 무너져도 4. 길고 긴 터널의 끝 5. 함께라면 어디라도 6. 그 괴로움에 가닿을 수 없어서 7. 흉터 또한 나의 한 부분 8. 사라지지 말아요 9. 동생들을 위한 증언 10. 뿌리가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11. 가면을 벗을 용기 12. 나를 지킬 힘 13. 아무도 죽지 않을 거야 14. 서로를 돌보는 일 15. 우리는 다 빛나 작가의 말 |
<괭이부리말 아이들>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다. 제목과 책표지의 그림이 심오하게 다가선 책이었다. 세월호 사건을 상기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오늘은 너무 많은 죽음이 내 가까이에 있다. (12쪽) 그리고 엄마의 자살 시도가 이야기된다. 미투와 동성애, 기독교 집안의 단단한 사회적 벽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환경과 자연, 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놓치지 않고 기억에 남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저어새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는 오랜 시간 함께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동물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는데 우리들의 사랑은 어떠한 사랑들을 그려내는 세상일까? 이 작품에서는 놀랍고 무섭고 경악하면서 소스라치는 성폭력과 성추행, 성폭행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이야기된다.
나는 꿈이 하나 생각났다. 엄마처럼 살지 않는 거다. 232
언니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자 했는지, 그런데도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리고 싶다. 271
당신이 왜 우리를 그렇게 함부로 대했는지... 오랫동안 괴로웠어요. 283
종교활동 중에 성폭행이 어떻게 해결되고 덮어지는지, 모자가정이 되는 사례도 다루어진다. 다른 여성은 출산하고 입양을 보내는 상황에 자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전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여성은 친아버지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이 이루어지면서 어린 나이에 타의에 의해서 멀리 홀로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이 여성들은 그날의 사건들로 자유로워졌을까? 감기처럼 쉽게 잊고 살아갈 수 있었는지 되묻게 한다. 이들은 그날 이후로 혼돈의 시간들로 점철되면서 자책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나날들을 이어가게 된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기독교의 시선도 작품에서 다룬다.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한 사건을 바라보는 친할머니의 모습과 아버지의 태도는 매우 이질적으로 투영된다. 대외적인 활동가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은 상반될 뿐이다. 가부장적이고 억압하며 가정폭력도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모습을 우리는 만나게 된다. 쇼윈도 부부가 있듯이 쇼윈도 가족도 존재한다고 작품은 말한다.
결이 아버지. 기업인. 학생운동. 장학 재단. 기부.
아빠는... 당연히 존경하고, 자기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빠의 위신을 위해서... 57
쇼윈도 부부. 쇼윈도 가족. 진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 덕분에 알게 됐어... 항상 고마워. 57
하나의 사건과 하나의 인물이 피해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러 성폭행 사건과 여러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피해 당시 어린 여성들이었고 그 여성들은 남성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거짓된 언행에 피해를 보는 여성들이었다. 꽤 많은 사건들과 피해 여성들이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대학 입학 선물로 해주라고 하는 고모의 대화 내용에서도 짐작하게 하는 문화도 놓치지 않게 된다. 권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겁먹고 피했던 어머니의 지난날들과 포기하지 않고 진실과 싸우는 현실의 모습은 큰 변화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연대가 존재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안아주고 이해해 주고 있었다.
절대로 누군가의 말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이 되지 말라고 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라고. 210
꼭 미래를 꿈꾸고, 성공을 꿈꿔야만 하는 걸까? 가족이 화목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갖고 싶은 꿈은 한심한 걸까?... 내가 원하는 건... 나는 ... 가면을 쓴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아무도 진짜 나를 모르는 것. 210
진정한 성공과 꿈을 무엇인지 작품은 질문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자란다. 이 작품의 아이들은 독백처럼 말한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이 아이들을 만나보아야 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란 무엇일까? 든든한 버팀목이고 안전망이 되어야 하는데 두 어른은 괴물이 되어 자신의 힘을 더 소중하게 다룬 왜곡된 어른이었지 않은가. 살고자 힘썼던 하늘이가 왜 자살을 했는지 안타까움으로 만났던 작품이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작품이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와 안아주고 힘주는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남녀 차별. 할머니
하늘이가 내는 구조 신호를 계속 무시한 사람... 엄마가 어쩌면 그렇게 모질 수 있죠? 206
숨기고 덮고 화목한 가정처럼 연기하는 괴물 같은 가족은 없는지, 이기적인 어른들은 없는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한 아이의 죽음에 냉대하고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는 이 가족을 바라보면서 경악하였던 작품이었다. 왜 남겨진 동생들에게 유언을 남겼는지 만나보아야 하는 작품이었다. 이 유언에 변화하는 엄마의 모습에도 안타까웠다. 너무 늦은 행동이 아니기를, 모두가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연대자로 살고 싶어 했어. 187
사람들은 알까? 숨을 쉬는 것도 고통이라는 것을. 195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것을 방치한 존재가 아버지고 어머니 201
이제 더는 죽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게 누구든. 205
울고 싶으면 울어. 넌 왜 항상 참기만 해. 141
깜빡깜빡 피해자들은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신호를 감지해야 하는 것은 주변인들이다. 진취적으로 삶을 이어가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죽음이라는 순간으로 발을 내딛기도 하기 때문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열거해 보게 한다. 이겨내야 하는 이유들도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자책하는 늪에 빠지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법으로 무장하겠다는 희망찬 계획을 펼치는 한 친구의 움직임도 의미 깊은 발자취가 된다. 보호받아야 하는 피해 여성들이 더 이상 죽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당신의 불온한 시선보다 차라리 차별적인 그 시선이 나았습니다. 170
죽어서 자유롭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내 죽음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내게 한 짓, 그 행동을 가능케 한 세상을 고발합니다. 174
그들의 기득권과 한국 사회의 가부장 문화와 전통이 ... 공범입니다. 176
당신은 내 살갗에, 내 핏줄에, 내 질에 악마의 흔적을 새기고 나를 온전히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176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고, 때로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그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가해자는 그러한 행태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처신’이나 ‘옷차림’ 운운하며 당사자들의 탓으로 여기면서 피해자를 비난했던 행태는 바로 남성중심의 그릇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다. 시대가 변해 ‘성평등’의 인식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남성중심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단죄하기 위한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주목을 이끌어내었다. 이후 SNS와 회견 등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엄연히 벌어졌던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그것을 은폐하려고 하는 이들이 존재했으며, 피해자가 오히려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현실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특히 친부에 의해 자행된 ‘친족 성폭행’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남편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아내는 서둘러 딸을 외국에 유학을 보내야만 했고, 둘째 딸(결)을 일찍부터 기숙학교에 보내야만 하는 사연이 작품의 중심에 놓여져 있다. 외국 유학 중인 딸(하늘)이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실을 선택하게 되고, 그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할머니와 아버지의 행동은 철저히 가부장적인 면모에 다름이 아니라고 하겠다. 그 딸의 죽음을 ‘동성애’로 인한 것이라고 죄악시하는 그들의 후안무치한 행태는 후에 아버지의 행태를 고발하는 딸(하늘)의 유서가 알려짐으로써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동생이 이를 알게 되고, 딸들을 아버지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자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족들로부터 언니의 동성애 상대로 지목되었던 지원을 먼나서 언나거 넘간 유서를 읽고 동생(결)은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꿈이라고 여겻던 과거의 기억이 바로 아버지의 언니에 대한 성폭력이었고, 엄마가 자신을 기숙학교에 보낸 것도 그러한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조치였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 상황을 제대라 인식하고 이제라도 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는 이혼을 결심하고, 동생(결)은 아버지의 추악한 모습을 밝히고자 언니의 유언과 함께 편지를 보내는 것이 소설의 결말에 배치되어 있다. 만약 실재 상황이라면, 아마도 이후의 상황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몸부림으로 주인공은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연과 함께 결혼 전에 성폭력을 당해 태어난 아이를 억지로 입양시키고, 결혼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딸(결)의 친구(가온) 어머니가 등장한다. 가온의 어머니 역시 과거의 성폭력으로 생긴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며, 결혼 이후에도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 사랑으로 감싸는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각각의 인물들을 둘러싼 상황과 감정들을 작가는 일기 혹은 편지 등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작품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기나 편지에서는 1인칭의 진술로 이뤄져 당사자들의 심정이나 상황을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 때문에 작품의 내용이 더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이 소설은 허구’이며 이 작품의 ‘등장인물 역시 상상력으로 빚어낸 허구의 존재’라고 밝히고 있지만, 작품 속의 상황은 현실에 엄존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가해자를 부도덕한 존재로 만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목도할 수 있었다. 때로는 SNS를 동원해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언론과 권력 집단을 동원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행태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도 가해자 주변인들은 여전히 피해자를 괴롭히는 행태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하고 싶었’지만,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처음에는 ‘죽은 이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산 자들의 이야기’로 형상화한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진실의 속과 겉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한계에 절망하기도’ 했다고 밝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은폐되어 있던 ‘친족 성폭력’의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