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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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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40g | 152*210*9mm
ISBN13 9788952243911
ISBN10 895224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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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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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유별난 아이일까? 왜 사람들과는 충돌만 하고 선생님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낯선 이방인처럼 되는 걸까? 성실하고 평범한 아이들을 보라지. 걔들은 선생님을 우습게 보지도 않고 시도 쓰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하는 생각,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며 같은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렇게 지낸다면 정말 기분 좋을 텐데……. 그런데 나는 이게 뭐야? 앞으로 어떻게 되자는 거지?’
--- p.16

그는 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것으로 여겨지는 ‘힘’에 전적으로 헌신했다. 또한 그것에 봉사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이라고 느꼈을 뿐 아니라 그 힘이 자신을 위대하게 만들어주고 명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여겼다. 바로 무의식적이고 말 없는 삶 위에 미소 지으며 군림하고 있는 ‘정신’과 ‘말’의 힘이었다. 그는 젊음의 정열을 모두 그 힘에 바쳤다. 그리고 그 힘은 그 힘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줌으로써 보상했으며 그 대가로 빼앗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차 없이 빼앗아갔다.
--- p.44

“천직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문학은 천직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그걸 알아야 해요. 문학이 언제부터 자신이 저주인 걸 느끼기 시작했느냐고요? 일찍, 끔찍할 정도로 일찍부터입니다. 인간에게 마땅히 신과 우주와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살 권리가 있었던 때부터입니다.”
--- p.59

“좀 잔인했나요? 필경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판결을 좀 부드럽게 누그러뜨리지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토니오 크뢰거, 당신은 ‘길을 잘못 든 시민’이에요. 길을 잃은 시민이요.”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가 결연히 일어나더니 모자와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고맙습니다,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이제 평온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다. 내 경우는 해결이 되었으니까요.”
--- p.74~75

‘내가 너희들을 잊고 있었던가? 아니다, 결코 그런 적은 없었다. 나는 한스, 너를 잊은 적도 없고, 너, 금발의 잉게를 잊은 적도 없다.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작품을 썼으며 내가 박수갈채를 받을 때면 혹시 너희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주위를 살펴보곤 했다……. 한스 한젠, 너는 네 집 앞에서 약속한 대로 『돈 카를로스』를 읽었느냐? 읽지 말아라! 더 이상 그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외로워서 우는 왕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우울한 시나 생각들로 인해 네가 흔들리거나 네 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너처럼 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시작해서 너처럼 올바르고 명랑하고 단순하고 정상적으로, 규칙과 질서에 맞춰 신과 세계의 동의하에, 아무 걱정 없는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면, 잉게보르크 홀름, 너를 아내로 맞아 한스와 닮은 아들을 낳을 수 있다면, 인식의 저주와 창조의 고통에서 벗어나 지극히 평범한 삶의 축복 속에서 살고 사랑하고 기뻐할 수 있다면!’
--- p.127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나의 선친은 북쪽 지방 기질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청교도 정신에 입각해서 생각이 많고 또한 깊으셨으며 정확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주 우수에 빠지곤 하셨지요. 반대로 어머니는 불확실한 이국적 피를 물려받아 아름답고 관능적이셨으며 순진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사태평에 정열적이었고, 가볍게 충동에 잘 빠지는 분이셨습니다. 그 둘이 혼합되면 아주 예사롭지 않은 가능성, 혹은 예사롭지 않은 위험을 낳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로 예술의 세계로 길을 잘못 든 시민, 건전한 생활 방식에 대한 향수를 지닌 보헤미안,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예술가인 것입니다. 바로 그 시민으로서의 양심이 나의 예술 활동 안에서, 상궤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 안에서, 예술적 천재성 안에서, 뭔가 대단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뭔가 깊이 의심스러운 것이 들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그 양심은 나를 보다 단순하고 순진한 것, 편하고 정상적인 것, 천재성이 결여된 것, 이치에 맞는 것을 향한 사랑으로 온통 흔들리게 만들어버립니다.
--- p.13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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