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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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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634쪽 | 578g | 128*188*35mm
ISBN13 9791160262865
ISBN10 116026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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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101번을 권한 외로운 북클럽] 『파이 이야기』저자 얀 마텔이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에게 약 4년 간 격주로 보낸 101통의 편지를 묶은 책. 이 편지에는 저자의 일방적인 문학 추천기가 담겨 있다. 문학인으로서의 자긍심 가득한 그의 편지를 읽다 보면 당장 이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문학 읽기가 막막한 사람이라면, 마텔의 편지와 함께 한 권을 시작하자. - 에세이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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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 인식의 언저리에 고요한 순간이 찾아와 “나, 여기에 있는데.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라고 속삭이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곧 우리는 분주해지고 고요함은 사라지지만, 이런 변화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착각에 너무나도 쉽게 빠져들어, 우리를 바쁘게 하는 것일수록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하고 또 일해야 하고,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가끔씩 숨을 헐떡이며 혼잣말로 “아이쿠, 삶이 정신없이 달리고 있군”이라며 투덜대지만 진실은 정반대이다. 삶은 조용한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는 건 우리뿐이다.
---「서문」중에서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이런 부지불식간의 자기점검에서 때때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인정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서 그렇듯이, 때로는 불안감에 싸여 부인하고 싶은 마음에 몸서리를 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더 현명해지고 존재론적으로 더 단단해집니다.
---「BOOK 1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중에서

우리가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고양이보다 더 많은 삶을 살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비교하면 아홉 번을 사는 게 대수겠습니까? 어떤 책이든 한 번 읽을 때마다 한 번의 삶이 더해집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려면 아홉 권의 책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BOOK 15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지닛 윈터슨)」중에서

예술은 내재적으로 개방적입니다. 예술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관대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합니다. 예술은 또 닫힌 문을 열려고 합니다. 가난에 찌들고 인종차별에 억압받고, 무차별적인 잔혹 행위에 시달리는 많은 삶을 그려낸 『가장 푸른 눈』을 읽고 나면 수상님께서도 마음의 문을 더 넓게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수상님과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지만, 그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절실하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BOOK 34 『가장 푸른 눈』(토니 모리슨)」중에서

정치가 타협의 예술이라면, 예술은 타협이 허용되지 않는 정치입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이게 내 지향점이다.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라. 타협은 없다!”라고 소리칩니다. 예술의 세계에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할 의회가 없고, 반드시 참석해야 할 질의응답 시간도 없습니다. 예술은 타협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따라서 수상님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직업을 잘못 선택하신 게 아닙니까? 혹시 수상님께서는 예술가가 되려다가 좌절하신 게 아닙니까?
---「BOOK 93 『시 선집』 (예브게니 옙투셴코)」중에서

『루이 리엘』은 4월 13일, 『오후의 예항』은 4월 27일의 것입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듯한 두 책을 한꺼번에 보낸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저는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볼 때마다 ‘완전히 다른 책들이 책꽂이에서 서로 싸우지 않고 나란히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젖습니다. 문학의 희망이 무엇이고 정적을 바라는 마음이 무엇이겠습니까? 전혀 다른 책들이 평화롭게 나란히 놓인 모습을 보고 우리가 달라져서, 우리도 확연히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요?
---「BOOK 53, 54 『루이 리엘』(체스터 브라운), 『오후의 예항』(미시마 유키오)」중에서

이야기는 요정과도 같습니다. 요정이 병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듯이, 이야기는 자신을 꾸며낸 사람에게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공유된 이야기만이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가족들을 통해서, 또 역사를 통해서 후대에 전해집니다. 이야기를 꾸며낸 사람은 결국 죽지만, 이야기 자체는 오랫동안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좋은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야기,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이야기가 없으면 우리의 상상력이 죽고, 상상력이 없으면 삶의 진정한 공감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BOOK 87 『정다운 고향 시카고』(애슈턴 그레이)」중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처럼 엄청나게 긴 소설은 읽었으면서도 프루스트의 대표작에는 도전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 똑같은 이유에서 읽지 않은 다른 책도 많을 겁니다. 요컨대 두려움과 나태함, 즉 그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과 그 방대한 책을 읽으면서 지적인 에너지를 지나치게 쏟지 않으려는 나태함이 섞인 이유일 겁니다. 그러나 수상님과 저, 아니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두려움과 나태함으로는 어떤 결실도 얻지 못합니다. 용기와 근면을 통해서만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BOOK 10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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