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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 양장 ]
송섬 | 사계절 | 2022년 07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22건 | 판매지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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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08g | 115*188*20mm
ISBN13 9791160949483
ISBN10 1160949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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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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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람들은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기분이 더러워져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실컷 운 다음에는 단팥빵을 사 먹었다.
--- p.10

정체성은 늘, 그리고 항상 상처에 뿌리를 두게 된다. 라캉이었던가?
--- p.34

내겐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곧바로 절망해버리는 습관이 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실패에도 어김없이, 아니 사소한 실패일수록 더 절망한다. 제대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 p.45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들여 웃었다. 각자 가진 비밀의 모서리를 맞춰 서랍에 집어넣는 것처럼 꼼꼼히, 단어마다 라벨을 붙여가며 웃었다.
--- p.110

조는 그곳에 이름을 붙였다. 〈남겨진 골목〉. 초록 지붕의 앤이 붙인 것처럼 황홀하지는 않아도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곳은 아무리 보아도 누구에게나 철저히 버려진 장소였으니까.
--- p.112

나와 밤비를 돌보던 것은 분명히 설리였다. 우리는 그 빈자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아주 오랜 시간을 헤맬 예정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울었다. 어째서 모든 죽음은 이렇게도 일방적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p.133

저녁의 중력은 조금 더 무겁기라도 한 듯 시간은 아주 느릿느릿 움직였다. 기차 안에서 아주 멀리 있는 풍경을 보는 것처럼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느렸다. 그러나 여름 한복판에서조차 우리는 그 계절이 찰나에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잠시라도 여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어느새 아무것도 없는 흉흉한 밤 한복판에 떨어져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 pp.136-137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 p.161

살아간다는 일은 이렇게 두려운데, 남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해보았어야 했어. 둘러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 p.187

매일같이 무언가를 후회했지만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어. 그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슬픔뿐이었어.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나아진다던데, 내겐 그렇지도 않았어. 앞으로도 뒤로도 시간은 흐르지 않았으니까. (…) 언제나 시간이 가만히 흘러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이동하는 것은 나였어. 그리고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아가 되지 않는 것이었고.
--- p.212

조, 너는 그때 골목에 있었지? 바람이 세차게 불던 골목에서 마지막 낮과 밤을 보낸 다음 조용히 나와 선로를 향해 걸었지? 내가 창문을 열어젖힐까 두려워하면서도 창문을 열어주기를 바라면서.
--- p.213

네가 떠난 다음 나는 한 번도 골목에 나가보지 못했어. 빈 골목을 보면 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여전히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건, 사실 네가 아니라 나일지도 몰라.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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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쓸쓸하게 남겨진 작은 골목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 이기호 (소설가, 심사위원)

이 소설은 어떤 절기에 관한 이야기, 죽은 남자와 죽을 남자,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을 고양이와 더불어 한 시절을 보낸 주인공이 마침내 외면해오던 자신의 슬픔과 마주하고 애도를 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 김성중 (소설가, 심사위원)

우리는 『골목의 조』의 위스키, 맥주, 피자의 세속적 장례식을 택했다. 박지리 이후, 이 작은 애도와 생존의 용기를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
- 윤경희 (평론가,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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