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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

김효정 | 싱긋 | 2023년 01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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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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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78쪽 | 338g | 135*200*20mm
ISBN13 9791192247755
ISBN10 1192247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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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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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플롯과 영화가 끊긴 것은 아닌지 재차 확인하게 만드는 편집, 전형적인 캐릭터 등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한국판 제목 센스만큼이나) 최악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예기치 않은 서프라이즈가 다수 존재해서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박한 매력이 있다. 예컨대 초반부터 시종일관 저예산 B급 영화의 톤을 고수하다가 영화의 후반에서 롤링 스톤스의 〈(I Can’t Get No) Satisfaction〉이 장대하게 흘러나오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폭파 신이 그것이다. (…) 결론적으로 나는 이 영화의 당돌할 만큼의 ‘후짐’을 즐기는 것 같다.
--- pp.37~38

내 안의 ‘하이드 씨’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이 해야 할, 필연적인 일이다. 〈생활의 발견〉이 나에게는 그런 영화였다. 좋든, 좋지 않든, 필연으로 받아들인 영화. 그리고 어쨌거나 숭배하게 된 영화. 기차를 타고 1시간가량을 달려 당도한 춘천에서 막 뽑은 싱그러운 맥주를 마시며 일상의 비루함을 떠올리는 것은 역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이 모든 것이 맥주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맥주는 늘 운명처럼 예기치 않은 공간을, 영화를 소환한다. 그래서 이 둘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 영화와 맥주!
--- p.47

쿠바영화는 완성도로만 평가한다면 부족한 요소들이 명백하다. 산업 자체가 작아서 제작 편수도 적고, (자금 부족으로) 대부분 해외 합작으로 만들어지는데다가 기술력도 세계적인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쿠바라는 나라와 그 문화에 최소한의 호기심이나 애정이 없다면 쿠바영화는 꽤나 지루하거나 수준 이하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총 8편의 영화를 기반으로 본 쿠바영화의 공통점은 장르와 상관없이 (마치 농담처럼) 스치듯 공유하는 예술적, 문화적, 정치적 깊이와 문제의식이 놀라울 정도로 심오하다는 것이었다.
--- pp.57~58

고래는 슬픈 역사 속에서 배태된 문화적 아이콘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나은 세상을 향한 염원이 체화된 신화적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라는 정호승의 시처럼 고래는 청춘들이 누리지 못한 생명력과 리비도의 모체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페일 웨일은 이 세상의 모든 주눅든 청춘에게 바치고 싶다. 그들의 마음속 ‘고래’를 위하여, Cheers!
--- p.82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블랑 전용 잔에 맥주를 따르고, 올리브를 우물우물 씹으며 한 모금을 마셨다. 정확히 그 순간. 모세의 지팡이가 홍해를 가르듯, 내 인생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블랑을 마시기 전 우중충했던 나의 인생과 앞으로 블랑과 함께할 다채롭고 맛있는 인생. 내게 블랑은 그 정도로 강렬했다. 맥주의 맛 자체는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적당한 과실향, 산미, 부드러움, 그리고 전혀 거슬리지 않는 쓴맛 등은 지난 사흘간,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신진대사율로 지탱해오던 나의 심신을 위로해주고도 남는 놀라운 배합이었다.
--- pp.95~97

로저 이버트는 나에게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을 알려준 존재였고, 펜 한 자루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증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좋은 문장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가르쳐준 당대의 명필이었다. 무엇보다 호흡기와 휠체어에 전신을 의지하고도 늘 영화제의 맨 뒷자리에 앉아 영화와 관객을 살피는, 내가 아는 가장 헌신적인 시네필이었다. 영화와 영화 사이를 맛있는 기네스 한 잔으로 기다리는 방법을 발견하게 해준 ‘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 p.122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에는 유독 에일 맥주가 자주 등장한다. 10개의 에피소드를 완주하면서 맥주가 마시고 싶거나, 맥주로 위로받고 싶을 때면 나 역시 골든에일을 꺼내 마셨다. 사이토 상처럼 애정을 듬뿍 담아 맥주를 따라주는 사람 하나 없이 참으로 많은 맥주를 마신 셈이다. 드라마의 결말에서 아키라와 코세이는 각자의 삶에서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드디어 술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재회한다. 물론, 이들의 재회를 돕는 결정적인 존재는… 맥주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 자리한 두 잔의 맥주,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시작에 필요한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 pp.128~129

사실 방송을 하는 동안 즐거웠던 시간보다는 자괴감에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더 많았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후회스러웠거나, 더 경쾌하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이 들었거나. 고꼬로오뎅은 늘 패잔병이 되어 돌아오는 내게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곳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위치의 특성상) 영화인들이 꽤 많이 오는 장소였다. 저녁에 지인들과 들르면 늘 아는 얼굴들과 마주친다. 감독, 제작자, 촬영감독 등.
--- p.156

다큐멘터리를 위해 길 시사실을 드나들었던 당시의 영화 홍보실 직원, 영화 배급사 대표, 제작사 대표,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각자가 가진 길 시사실의 추억을 공유해주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동안 충무로의 곳곳을 탐방하며 영화사와 영화인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던 과거의 충무로, 그리고 그 가운데의 길 시사실을 상상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시사실 안에서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보도자료 안에 든 촌지를 세고, 누군가는 숙취에 시달리며 잠을 청했겠지.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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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흰 토끼다. 그 세계는 깊고 어두운 내면으로 이어지거나, 생의 한복판 같은 축제를 경험하게 만든다. 김효정 평론가의 책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은 맥주와 영화의 세계를 넘나들며, 고단한 삶 속에도 무엇인가 대단한 것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일종의 흑마술이다. 읽는 이를 현혹시키는 그 음험한 의도를 첫 장부터 진즉에 눈치채지만, 어느 순간 세이렌의 음악소리를 듣기 위해 기꺼이 돛대에 묶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 저녁 다시 맥주를 마셔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다.
-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술에 대한 열정을 부러워하면서, 그에 도전하듯 김효정은 종횡무진, 사통팔달로 맥주 여행을 한다. 그것도 각종 영화를 보면서 말이다. 그가 말하듯, “맥주는 늘 운명처럼, 예기치 않은 공간을, 영화를 소환한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이중배상〉과 〈서울의 휴일〉, 〈내부자들〉을 비롯한 익숙한 영화와 교류하면서 낯선 맥주 이름과 용어를 만났다. 책 한 권으로 도쿄에서 서울로, 부산에서 칸으로, 그의 유쾌한 맥주 행적에 동참한 셈이다. 이제는 맥주를 거나하게 마시고도 영화의 장면과 찰나의 맥주맛을 기억해내고 직조하는 경지에 오른 그에게 하루키도 동의할 만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몰리! 내가 만든 영화 볼 때 맥주 마시는 거 대환영이다. 그러나 단 하나, 꼭 맨정신으로 다시 봐주시기를!”
- 정지영 (영화감독)
이 책은 세 부류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선 맥주를 좋아하지만 영화는 잘 안 본다는 사람. 다음으로 영화는 좋아하지만 맥주는 잘 모르겠다는 사람. 마지막으로 맥주도 좋아하고 영화도 즐겨보는 사람. 당신이 만약 첫번째나 두번째 부류라면 책을 읽으며 저절로 영화 한 편 틀어놓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럼 세번째 부류는? 장담하건대, “왜 이런 멋진 책이 이제야 세상에 나왔느냐”고 탄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뛸 게 틀림없다. 다름 아닌 내가 바로 그랬으니까. 맥주가 있어 즐거운 세상이다. 영화까지 있으니 더 즐거운 세상 아닌가?
- 조승원 (〈술이 있어 즐거운 세상, 주락이월드〉 주류 탐험가)
좋은 영화를 보면서 혼자 마시는 맥주, 영화가 끝난 후 좋은 분위기의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하는 대화, 좋은 브루어리에서 다양한 맥주를 시음해보며 이국의 정서를 느끼는 호사를 모두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작가의 친절한 비어 맵핑(beer mapping)이 고맙다. 맥주 경력이 길지 않다며 스스로를 비전문가로 칭하는 겸손한 술꾼 포지션도 친근하고 신뢰가 간다. 맥주와 영화의 절묘한 페어링이 매우 돋보이는 실용서이자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 임순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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