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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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414g | 143*218*20mm |
ISBN13 | 9788970125640 |
ISBN10 | 8970125647 |
발행일 | 2023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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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414g | 143*218*20mm |
ISBN13 | 9788970125640 |
ISBN10 | 8970125647 |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 1부 _ 대상 수상작 그리고 작가 최진영 대상 수상작 | 홈 스위트 홈 수상 소감 | 다시 한 걸음 문학적 자서전 | 오늘을 쓰는 삶 작품론 | 우주적 위로의 달콤함 · 안서현 작가론 | 계속, 더 갈 수 없을 때까지 · 김혜진 자선 대표작 | 유진 2부 _ 우수작 김기태 세상 모든 바다 박서련 나, 나, 마들렌 서성란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이장욱 크로캅 최은미 그곳 3부 _ 선정 경위와 심사평 심사 및 선정 경위 심사평 - 예심 총평 권영민, 노태훈, 양윤의, 이경재 · 여전히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 구효서 · 잘 쉬라는 인사 - 김종욱 · 삶과 죽음이라는 옷감, 직조하는 문장들 - 윤대녕 · 죽음에의 뜨거운 응시, 불타오르는 삶 - 전경린 · 손을 뻗는 순간, 사라진 그 자리에서 - 권영민 · 자기만의 공간 혹은 기억되어야 할 것들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
최근에 발표된 소설들을 읽다 보면 예전과 달리 종종 낯선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작품들이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만큼 시대의 흐름에 무감각하다는 말이지 싶다. 문학상 작품집을 통해 주제의 경향이라든지 혹은 작가들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그러한 ‘낯섬’을 이해하기 수월하리란 생각이 든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가능하면 매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이 수상작일 경우 읽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꾸준하게 읽고 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알지 못했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낯선 감정이 아니라 서사가 주는 온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과 우수작 5편이 실려있다. 6명의 수상자 중 알고 있는 작가는 최진영뿐이다. 최진영은 아주 오래전에 발표된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다.
대상 수상작인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은 기억 속에 있는 오래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편적으로 흩어져 공존하지만, 미처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믿는다. 화자는 엄마가 신혼 때 살던 집,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집들을 기억하지만, 엄마는 말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화자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그 까닭은 기억이 자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연인인 어진과 함께 동거하며 살던 중 바쁜 일상에 지쳐갈 무렵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해 삶의 활기를 되찾지만 화자는 암 진단을 받는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끝냈지만 일 년도 안 되어 재발한다. 암이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고통 속에서 화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아본 적은 없으나 자신이 기억하는 집을 짓기로 한다. 폐가를 구해 자신의 미래를 기억하면서 엄마와 함께 자신이 기억하는 집으로 개조한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자신의 기억하는 미래, 스위트 홈을 보면서 이제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래의 희망은 화자에겐 자신이 죽어가는 구체적인 슬픔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꿈꾸면 기억이 되고, 기억이 된 미래는 마침내 나타난다고 수상소감에서 말한다. 작품은 안식처로서의 ‘집’, 그리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 같다.
우수작으로는 케이팝 그룹의 콘서트장에서 일어난 참사와 자신이 전해준 말로 인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된 한 아이와의 관계를 다룬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 불안하고 초조해질 때 자신이 분열되어 복수의 일인칭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 딸이 집필 중인 희곡의 내용을 살펴보다 자신의 마음 깊이 자리한 진실과 마주하면서 상처를 치유 받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인 서성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격투기의 라이벌처럼 사회에서 적이자 동료로 마주했던 윗집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라는 옥타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장욱의 <크로캅>,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대피소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그린 최은미의 <그곳>까지 모두 5편이 실려있다.
작품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의 차이는 크다.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부담없이 읽게 되지만, 아니라면 멈칫거리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읽고 이해하기가 난해하다면 괜히 감정을 소모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수작 중에도 그런 작품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제가 특별히 낯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읽어감으로써 한 사람의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된다는 것, 바로 문학상 작품집을 읽는 또 다른 이유이지 싶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을 같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아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고픈 마음과 한 없이 미운 아버지가 한 마음속에 존재하는 두 마음입니다.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는 한 번도 아이를 미워하지 않았을까요? 생각하기만 해도 그리워지는 어머니는 자녀를 한 번도 미워하지 않았을까요? 양가감정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살면서 익숙해진 그 감정에 스스로 놀라는 모습을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에서도 봅니다. 소설 속의 '나'는 젊은 아이 같은데, 소설을 읽는 '나'는 60이 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내 속을 들킨 듯하여 불편합니다.
고아를 수출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애완동물이 아니니 수출에 품위가 있었을 것 같다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팔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사고파는 일이니 그곳엔 어떤 품위도 없습니다. 거래의 속을 알수록 끔찍한 일들의 연속일 뿐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남기는 것이 후환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걱정으로 그냥 버리는 것이 태반이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보내면서 행정적인 수요를 줄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처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곳에 어떤 모양의 애정이 숨겨져 있을까 의심됩니다. 입양된 아이들의 유기된 신원은 뿌리를 찾고, 버린 사람은 숨어서 아파합니다. 서성란이 아는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완성되길 기다립니다.
예나 지금이나(1980년대 직장을 살았던 ‘예’와 2022년을 사는 ‘지금’을 말합니다) 같습니다. 단지 무대가 사각의 링에서 팔각형의 옥타곤으로 바뀐 것뿐입니다. 크로캅은 2007년의 패배 후, 2015년 재경기를 합니다. 2007년 이미 기억이 되고, 기록이 되었으며, 역사가 된 경기에서 당신은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40이 넘어 다시 선 옥타곤에서 당신은 재경기를 치릅니다. 이 시대를 사는 크로캅 여러분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이장욱이 ‘크로캅’의 기억과 기록 그리고 역사를 소환한 이유도 저의 기도와 같은 마음으로 보였습니다.
강한 바람이 부는 곳, 강릉의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대피한 곳이 강릉 아레나경기장입니다. 뜨거운 불을 피해 간 곳이 아이스링크로 사용하는 곳이라니 온탕과 냉탕을 왕복하는 피해주민들은 아이러니를 느낄 것 같습니다. 가평의 계곡 어디를 가나 시원한 물이 넘칩니다. 여름 한철이면 어느 계곡이나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들이 타고 와 주차한 차량들 사이에 경고문이 제자리를 지킵니다. 비가 올 경우 대피를 하라는 내용입니다. 잠깐의 비에도 깊은 산 계곡에서 모인 물은 금방 넘치기 때문입니다. 위험과 오락이 상존하는 ‘그곳’을 최은미가 잊지 않도록 알려줍니다. 주관식이라면 답을 하기 어렵지만, 이런 객관식 문항에 모두가 아는 듯 정답을 떠들어대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갑자기 씨랜드가 기억나고, 세월호가 떠오르고, 이태원 거리, ‘그곳’이 떠오릅니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더 힘들었을 겁니다.
문학의 창을 통한 세상 보기가 문명비판이나 문화비판까지 끌고 갈 능력과 시간이 애초에 없습니다. 단지 민감한 안테나를 장착한 작가들의 시선을 통하여 2022년을 잠깐 둘러보았습니다. 저는 소설을 그렇게 읽습니다. 내년 작품집을 기다립니다.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문학이라는 좁은 창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매년 빠지지 않고 작품집을 읽습니다. 호구지책을 큰 어려움 없이도 해내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매일의 삶을 큰 무리 없이 살아내려면 제갈량의 책략이라도 빌려야 하는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환경 밖을 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일상의 업무라는 것이 서류를 보고 정리하고 집계하여 전체의 모습을 쉽게 보이게 하는 일이지만 정리를 한다고 해도 전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를 선명하게 노출시키고, 효과적인 대책을 쌈빡하게 표현하려는 기호와 단어의 선택이 모호하기만 합니다. 능력을 탓하고 오지 않을 행운을 기대하지만, 제갈량을 찾을 기업이 없는 월급쟁이로서는 지치기만 합니다. 한 해 동안 지쳐 늘어질 때, 마치 지친 일상을 피해 운동을 하듯, 늘 쓰던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근육을 쓰는 것이 운동이듯, 선정된 작가들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읽어보는 것입니다. 어떨 땐 위로를 받고, 어떤 경우에는 읽기에 힘이 들어 책에서 시선을 떼고 싶기도 하지만 운동이란 것이 그렇듯 삶의 근육을 단단히 해주기도 하니 큰 비용 드는 것도 아니고 책을 폅니다.
암치료는 아직도 어려운가 봅니다. 암의 완치라는 말이 생존기간 5년을 목표로 설정된 개념이라는 것을 오래전 들었습니다. 암이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건강할 때의 생존방식을 회복하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계속되는 치료과정에 지친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이 연명치료에 대한 걱정입니다. 마음이야 육체와 정신을 남에게 의존하여 생존하기 싫지만,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병원 침상에서 고민하는 것보다 꿈꿔왔던 삶을 현실화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가 봅니다. 대상작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의 주인공을 응원하였습니다.
한때 티아라를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있고, 티아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히트곡을 모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과거의 흥과는 달리 심드렁합니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 돈을 버는 세상에는 팬들도 있지만, 안티도 많습니다. 티아라가 깨진 것은 팀원들 간의 불화였습니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했고 패거리를 지어 공격했다는 말들이 모여 무대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팬들 때문에 흥했으니, 팬들이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칼처럼 화살처럼 날아다녔습니다. 이제 대중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음악 그룹이 ‘세상 모든 바다’로 연결되어 선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미’가 표방하는 것도 그런 것 같았지요. 그럼에도 세상 모든 것들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실망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가 공연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