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3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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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364g | 128*188*30mm |
ISBN13 | 9791160409505 |
ISBN10 | 1160409501 |
발행일 | 2023년 03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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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364g | 128*188*30mm |
ISBN13 | 9791160409505 |
ISBN10 | 1160409501 |
그런데 블랙홀 도장 오백 원 매미가 울면 죽은 자 빛나고 빛나는 열 개의 파도 미확인 홀 작가의 말 |
저마다 가슴 한구석에 블랙홀 같은 마음 하나쯤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늪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곳. 우리 스스로 그 늪에 갇혀 침잠하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갇히기도 한다. 언젠가 싱크홀에 빨려 들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었다. 공사 현장이면 위험표지판을 세워놓을 텐데 확인할 틈도 없이 발생한 일이었다. 만약, 돌을 던졌을 때 공중에서 부유하다가 빨려 들어간 것처럼 누군가가 사라졌다면 이건 블랙홀일까. 우주 너머로 사라진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괴롭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블랙홀 언저리에서 각자의 삶에 고달픈 사람들의 이야기다. 희영과 필희, 은정은 은수리의 삼총사다. 필희의 엄마와 은정의 아빠가 도망친 이후 세 사람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비밀을 이야기할 때 주로 찾았던 저수지에서 의자처럼 생긴 바위 뒤로 필희가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그 이후의 삶을 나타내는 소설이다.
50대의 나이가 된 희영과 엄마가 죽으면서 혼자가 된 미정, 수학 여행비가 필요하다는 이든에게 슈퍼에서 알바를 제안한 순옥, 사라진 언니 필희를 찾기 위해 미확인 홀을 찾아다니는 필성, 굴착기 기사 정식, 아파트 건너편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아내를 둔 찬영의 삶은 이름처럼 빛나기만 할까. 인터넷 쇼핑몰을 하다가 사기를 당한 혜윤, 다시 은수리로 돌아온 은정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삶을 본다. 어쩌면 연작 단편 형식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각자의 이야기에서 외로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마다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외로움의 불씨들이 하나씩 피어오른다.
아내가 낸 구멍을 등으로 막고 있다는 생각이 문제인 것 같아 온실을 지킨다는 상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봤지만, 되지 않았다. 따뜻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으로 상상의 내용을 바꾸는 것도 되지 않았다. 찬영의 상상 속에선 늘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나 데일 듯 뜨거운 바람만 불었다. 찬영은 안절부절 못하며 온실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209페이지)
찬영은 아내 희영이 마음속에 저수지를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엄마가 우울증이었던 이유로 아내 또한 그 늪에 갇히자 굳이 물어보지 않는다. 무관심으로 대하는 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느끼기에 어쩐지 가족으로서 잘못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희영이 저녁마다 망원경을 들고 건너편 아파트 발코니를 쳐다보는 일.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한다. 그저 아내의 시린 마음이 자기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몰랐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찾는 사람이 희영이었다. 주변의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앞장서 해결하려고 했다. 오지랖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그것. 반면, 필성은 필희 언니가 블랙홀로 사라졌을 거라 여기고 미확인 홀을 찾는 공무원이 되었다. 필희 언니와 친구였던 희영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었던 것일까. ‘블랙홀’이라는 메모를 건네 희영을 번민하게 만든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살아가기는 하지만 삶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는 듯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순옥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마을에서 다른 여자의 남편과 달아났다. 몇 년 후, 그 남자는 다시 돌아갔지만 순옥이 낳은 아이와 함께 버림을 받았다. 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연락처를 남겼지만, 볼 수 없었다. 중학생인 동네 소녀 이든이 수학 여행비를 마련한다며 노래방 알바를 시작했다가 잘리자 슈퍼에서 일하게 한다. 순옥은 버리고 온 딸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든 또래였던 자기의 딸들에게 속죄하듯 했다. 더 이상 이든을 잃고 싶지 않았다.
미확인 홀은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겠다. 홀 경계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사람들. 좀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삶일지도 모른다.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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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은 그런 것 같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미확인 홀 같은 깊은 심연에 매달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밝은 곳을 찾아 떠다니는 불나방 같은 인생을 사는 아닌지. 열심히 산다고 노력하지만, 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상태. 나는 어느 지점에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희영, 필희, 은정은 은수리의 동갑내기 삼총사다. 어느 날 희영은 필희와 마을 저수지에 올라가고, 그곳에서 새까만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블랙홀처럼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구멍. 구멍을 유심히 쳐다보는 필희. 다음 날 필희가 사라진다. 이후 세월은 30여 년이 흐르고 어느 날 희영에게 A4용지에 ‘블랙홀’이라는 세 글자가 적힌 편지가 도착한다. 이후 희영은 불안해진다. 희영을 필두로 미정, 순옥, 필성, 정식, 찬영, 혜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언니를 잃은 필성, 딸을 버리고 은정 아버지와 도망친 순옥, 엄마의 임종을 마친 미정과 삶을 놓고 싶었던 정식, 평범한 일상의 편안함이 무너진 찬영과, 고용주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어 해고당한 혜윤.
인생이 잘 짜여진,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인 사람. 감사할 줄 알고,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알고, 숨 쉬는 것 자체가 행복인 사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재벌 2세나 3세 혹은 누가 봐도 잘생기고 예쁜, 세상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자살을 선택할 때 나는 의구심을 품는다. 그(녀)는 뭐가 아쉬워서 삶을 포기한 것일까 하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에 다양한 의심을 품는 모양이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돈이 많아도 삶이 무료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돈이 없어 사는 게 고통이다. 사람마다 아프거나 힘든 지점이 다르다. 어떤 포인트에서 힘들고 아픈지가 달라 우리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책표지의 ‘어떤 사람은 삶에 대롱대롱 매달린 기분으로 평생을 살기도 한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내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인물은 순옥이다. 순옥은 자신의 딸 필희와 필성을 버리고 은정의 아버지와 도망가 대구에 정착한다. 필희는 사라졌다고 하고 필성은 자신에게 원망의 말을 해도 부정할 수 없다. 은정의 아버지와 행복할 줄 알았지만, 결국 은정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나이 든 순옥. 그녀는 친손녀 같은 이든이 수학여행비를 모은다는 말에 자신의 슈퍼에서 일하라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든이 담배와 돈을 빼돌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든을 예뻐한 만큼 순옥의 배신감은 크다. 그러면서도 사춘기 소녀의 행동이려니 이해하고 싶어진다. 함부로 속단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기. 그런 순옥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만약 순옥이 그때 은정 아버지와 도망치지 않았다면 현재의 인생과는 다른 삶을 살겠지? 순옥의 그 마음이 100%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든을 바라보는 마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보다 관대해지고 보다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옹졸해지고 잘 삐지고 서운함을 느낀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하지만, 이 마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잘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인생은 다 힘들다. 그 경중이 다름을 인정하고 가능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