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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청춘

: 지나온 시대와 지나갈 시절의 이야기

구가인 | 모로 | 2023년 03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13건 | 판매지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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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84g | 115*180*20mm
ISBN13 9791198226204
ISBN10 11982262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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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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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망쳐 우울했던 세기말, 내 손에 쥐여진 휴대전화는 적적한 마음에 위로가 돼줬다. 통화량 제한 때문에 음성통화는 가능한 한 아끼느라 문자서비스를 적극 이용했다. 온갖 문장부호를 동원해 조악한 이모티콘((?^O^? (@ㅠ@) (*.~))을 만들어내며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말 그대로 ‘처음 만나는 자유’였다. 그렇게 새천년이 왔다.
--- p.11

즐길 거리가 많아진 세상이라지만 낭만은 좀 적어진 게 아닌가, 그리하여 이제 낭만이 사라진 시대가 됐다고 한탄하려다… 이건 너무 꼰대 같아 보여 고쳐 쓰기로 했다. ‘라떼’의 심야라디오가 알고 보면 그 매체의 최전성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누군가는 지금도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낭만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할 뿐.
--- p.25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시크하게 뉴스 인터뷰를 하는 배꼽티 언니나 〈난 알아요〉를 부르는 서태지에게선 남과 다른 선택을 자부하는,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만이 뿜는 아우라 같은 게 있다. 그들의 움직임에 종종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10대를 보낸 나는 그래서 TV 속 오빠부터 동네 오빠까지, 그 시절 오빠들에 대한 로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p.36

나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IMF 알아요?”라고 묻는다. 회사 인턴이나 신입 등 요즘 내가 만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친구들 대부분은 “이후에 태어났지만 이야기는 들었어요” 혹은 “금 모으기 같은 거?”라고 답한다. 아마 내가 “1987년엔 일곱 살이었지만 길에서 최루탄 냄새는 맡아봤어요”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마음이겠지, 가늠해본다.
--- p.62

가끔 내가 세상이라는 트레드밀에 올라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겨우 40대인 나조차 자꾸만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가 버거울 때가 있다. 오랜 기간 익숙했던 박자로 걷다간 조만간 발이 엉켜 넘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오기도 한다. 남은 선택은 단 두 개다. 새로운 속도에 맞춰 더 열심히 뛰거나 속도가 버겁다면 트레드밀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선택지가 가혹하게 느껴지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 p.121

물론 세상은 타이니팜의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무엇보다 게임처럼 리셋을 할 수도 없다. 자식을 낳은 건 내가 한 가장 생산적인 일이었으나 이 거대한 성취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누가 내게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게 어떤 건지 묻는다면 나는 이미 화려한 비유를 준비해뒀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아주 비싼 여행 같다. 단, 휴양지가 아닌 오지여행.
--- pp.153~154

한 술자리에서 이런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동석했던 50대 인생 선배는 이런 얘길했다. “후배가 인사를 안 하면 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 혹시 무시하나, 그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죠? 그런 생각이 들 때, 그게 바로 늙은 거야.”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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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끝자락에 태어나 지난 세기에 청춘을 두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성! 그냥 딱 우리 얘기다. 우리의 청춘은 세기를 지나온 관계로 어쩐지 더 멀고 애틋하다. 옛 친구의 안부를 묻듯 글은 술술 읽히는데, ‘그래그래, 나도 그랬지’ 못지않은 추억들이 깨알같이 따라와 책장을 붙든 채 아련한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난 세기의 청춘을 등에 업고 제각각 삶의 멱살을 다잡은 채로 신나게 왈츠를 추고 있는 21세기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당신도 당신의 청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잔뜩 떠오를 것이다.
- 정명원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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