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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 손현주 장편소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01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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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24g | 140*205*14mm
ISBN13 9791130698267
ISBN10 113069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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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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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투두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빗소리였다. 통풍구 사이로 조금씩 빗방울이 새어 들어 한두 방울씩 툭툭 떨어졌다. 창밖을 내다보니 검은 구름이 하늘늘 뒤덮었다. 조금 전까지 희미하게 보이던 별도 사라졌다. 어두운 하늘에서 뭔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공터의 어둠이 버스를 집어삼킬 것 같이 적막했다. 사람이 살지 않은 곳에 우리 가족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려 옆에 놓인 낡은 베개를 꽉 끌어안았다.

“주디야, 비 온다.”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주디는 그새 잠들었는지 말이 없었다. 버스에서의 첫날인데 벌써부터 두렵고 짜증이 났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느낌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우울했다. 나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 pp.36~37

“이주노, 내 말 잘 들어봐. 넌 세상이 네 뜻대로 될 거라 생각하지? 그렇게 된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쉽겠니?”
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네 말대로 유기견을 돌봐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단다. 세상은 그런 인정이나 선의 따위로 돌아가는 게 아니거든.”
원장은 어려운 말만 골라 쓰며 무료 진료를 거절했다. 논술 문제도 아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늘어놨다. 치사한 인간. 새우만 아니라면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아픈 개 한 마리를 두고 설교나 늘어놓다니.
“그래도 의사는 아픈 개를 고쳐야 하잖아요.”
“동물을 고치는 건 맞지만 무료 진료를 하진 않아. 이것도 어쩌면 장사라고 봐야지. 개는 이제 데려가렴. 모든 개는 자기 수명대로 살다 가는 게 순리야. 그러니 억지로 수명 연장할 필요가 있겠니? 더구나 돈도 없잖아. 넌 개한테 할 만큼 했어.”
--- p.93

눈앞에서 교실이 뱅뱅 돌고 반 아이들의 눈이 세모로 길게 찢어져 보였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어떤 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빙 둘러선 아이들 사이를 헤치며 교실을 나오려는데 누군가 내 등을 톡톡 쳤다. “야, 괜찮아?”

뒤돌아보니 호영이가 날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동정의 눈빛이었다. 호영이의 말을 무시하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와 비상계단 쪽으로 앞만 보며 달렸다. 악을 쓰고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자꾸만 모멸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놈의 학교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 반 아이들이 내가 버스에서 산다는 걸 알아버렸다. 버스에 사는 놈을 처음 본다는 듯 아이들은 날 괴물처럼 쳐다봤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이 괴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괴물은 바로 나였다.
--- pp.141~142

“네가 이길 줄 알았어.”
“진짜요?”
“너한테는 호영이에게 없는 게 있거든.”
“뭔데요.”
“결핍. 때로는 부족한 게 힘이 될 때가 있어. 너도 커보면 알아. 나도 너만 할 땐 부족한 게 나쁜 건 줄 알았어. 근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저 이러다 싸움꾼 되는 거 아니에요?”
“주짓수는 상대를 때리라는 운동이 아냐. 제압하는 거지. 상대를 이기려면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꼭 주먹이 아니라 너만의 방법으로 말이지.”
--- pp.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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