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에 죽은 동료, 말리를 만나다]
크리스마스이브 밤, 오래전에 죽은 동료 말리가 스크루지를 찾아온다. 그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덜렁거리는 턱을 천으로 칭칭 감아 고정한 얼굴에, 몸 안은 텅텅 비어 있고, 허리에는 온갖 물건들이 엮인 쇠사슬을 감고 있다. 생전에 스크루지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배푸는 데 인색했던 말리는 스크루지에게 경고를 날린다.
“돈벌이에 사로잡혀 얽매인 탓에, 두 다리에 족쇄가 채워져서도 알지 못했다 네! 인간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서 영생을 얻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선행을 하면서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는 사실을! 뭐든 작은 일이라도 이웃 사 랑의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는 이들에게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사실을! 아무리 후회한들 이승에서 놓친 기회는 만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이 모든 사실 을 하나도 몰랐다네. 그게 나였네!”
--- p.41
[과거를 돌아보다]
말리의 경고대로, 스스로를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라 부르는 존재가 스크루지 앞에 나타난다. 유령은 스크루지를 더 나은 인간을 만들기 위해 찾아왔다고 밝힌다. 과연 스크루지는 자신의 과거에서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
그 말이 끝나자마 자 둘은 벽을 통과하더니 양쪽으로 탁 트인 시골길에 섰다. 도시는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 도시와 함께 어둠과 안개도 말끔히 없어졌다. 그저 맑고 차가운 겨울 날씨가 펼쳐졌다. 땅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었 다. 스크루지는 두 손을 모으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세상에! 여기는 내가 자라난 곳이오.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오!”
유령은 부드러운 눈길로 스크루지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잠깐 스쳤지만, 유령의 온화한 손길은 늙은 스크루지의 감각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공기 속에 떠다니는 수천 가지 향기를 맡자, 각각의 향기들이 아주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수천 가지 생각과 희망, 기쁨, 슬픔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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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를 기다리는 미래]
스크루지는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과의 만남을 거쳐, 마침내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을 마주한다. 과거나 현재와 달리 그가 유일하게 경험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줄 유령에게, 스크루지는 자신이 미래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래의 유령은 대꾸도 없이 자꾸만 자신과 상관도 없어 보이는 장면만을 보여준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예, 그나저나 그 악마가 결국 제 수명을 다했다더군요.”
“들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춥군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날씨지요. 스케이트 안 타세요?”
“네, 다른 볼일이 있어서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른 말은 없었다. 그렇게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누고는 금방 헤어졌다. 유령 이 이렇게 사소한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다니, 스크루지는 처음에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둘의 대화에 분명 숨은 의도가 있을 듯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제이콥 말리의 죽음 얘기는 아닐 터였다. 그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 지금이 유령은 미래의 유령이니까. 그렇다고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딱히 떠오르는 인물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에 관한 얘기 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교훈을 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보고 들은 것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 두기로 했다. 특히 자신의 환영이 나타나면 잘 지켜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자신이 하는 행동을 실마리 삼으면 이 수수께끼를 쉽게 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 문 이었다.
--- p.120~121
[하룻밤의 환상]
스크루지가 붙잡고 애원하던 유령은 서서히 쪼그라들더니 침대 기둥으로 변한다. 스크루지가 마침내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현실로 돌아온 스크루지는 뛸 듯이 기뻐한다. 자, 스크루지는 자신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와 미래를 바꿀 기회를 얻었다. 과연 스크루지는 현실로 돌아왔음에 안도하며 이전과 같은 삶을 살게 될까, 그게 아니라면 다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할까?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천사처럼 행복해. 학교에 입학하는 어린 아이처럼 즐겁구먼. 술에 취한 사람처럼 어질어질하고.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 온 세상 사 람들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게! 와우!”
스크루지는 폴짝폴짝 뛰며 거실로 가더니 숨을 헐떡였다.
“아직 귀리죽이 남았잖아!”
스크루지는 다시 폴짝 뛰며 난롯가를 빙 돌았다.
“저 문으로 제이콥 말리가 들어왔지! 저기 구석은 현재의 유령 이 앉아 있던 자리고! 저 창문으로 떠도는 유령들을 봤어! 이제 괜찮아! 다 진짜였어! 정말 있었던 일이라고. 하하하!”
수년 동안 웃어 보지 않았던 사람의 웃음이라고 하기엔 정말로 화통한 웃음이었다. 오랫동안 대대로 이어질 멋진 웃음 같았다.
“오늘이 며칠이지? 유령들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쏘다닌 거야? 완전 아기가 된 것 같군. 상관없어! 차라리 아기가 되는 편이 낫지. 야호! 만세!”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크루지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금껏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활기찬 종소리였다. 댕! 댕! 쿵! 딩, 동, 댕, 댕! 너무나도 멋진 종소리였다!
--- p.14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