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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여행

: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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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46g | 128*188*20mm
ISBN13 9788925576404
ISBN10 892557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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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여행이 고파지는 여름 앞에서] 양주안의 첫 산문집. 여행지에서의 사적이고 다채로운 모습들을 써낸 이야기들에는 여행의 순간들이 느리게 멈춰 있다. 오래도록 여행을 기다려온 우리에게 그가 마주한 순간들이 펼쳐지는 순간, 찬란한 기억들을 다시 꺼내게 된다. 저마다의 여행에 가까워지는 책.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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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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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기로 했다. 그것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짓는 사람에게 필요한 믿음이자, 내가 살아낸 시간이 누군가의 오늘과 맞닿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다. 위대한 역사는 찬란하지만 지나간 것이고, 개인의 삶은 어떤 모양으로든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들여다본 사람부터 관찰해야 했다. 그는 다름 아닌 나였다.
---「시작하며」중에서

“날씨도 풍경도 모두 아름다워요. 그런데 영어 진짜 잘하네요!” 그러자 그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영국 사람이니까요.” 그는 스페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런던에서 자랐다고 했다. 남자에게 바르셀로나의 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이유에 관하여 물었다. “세계를 여행하고 있어요. 잠은 주로 터미널에서 자고 히치하이크를 하죠. 행색은 신경 쓰지 않아요. 뭐 어때요, 날 아는 사람도 없는데.”
---「아무도 모르는 사람」중에서

기대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는 일. 위기의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주는 긴박함. 벼랑 끝에 몰려야만 드러나는 가장 나다운 행동들. 어쩌면 나는 나를 관찰하기 위해 배낭을 다시 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처 기대하지 못한 이야기」중에서

“만약에 말이야, 내가 수어를 할 줄 알았으면 우리가 지금보다 더 일찍 친해질 수 있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야. 옆방에 있는 A라는 녀석을 정말 싫어하거든. 너도 한국말 하는 모든 사람과 친하지 않을 거 아냐?” “아!” “오히려 언어가 다른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중요한 이야기만 할 수 있잖아. 나쁜 말을 하기에는 우리가 거쳐야 할 과정이 너무 많으니까.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만나서 반갑다는 거야.”
---「만약 우리의 언어가 같았더라면」중에서

“이곳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물어요. 비가 와서 유채꽃이 잘 자라죠. 노르망디 카놀라유가 유명하다는 거 알고 있나요?” “오, 몰랐습니다. 그저 노르망디 상륙작전만 머릿속에 채워 넣고 왔죠.” “많이들 그렇죠. 워낙 유명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진짜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오고 유채꽃이 피는 곳이에요. 이건 수십 년 전 일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죠. 사람들은 지나간 일에 의미 부여해요. 마치 더 대단한 일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안심하세요. 지금 이곳에 나치는 없어요.”
---「발아래서 빛나는 별」중에서

아즈텍 전사들의 춤사위는 동전통이 무거워질수록 격렬해졌다. 이 춤사위는 어떤 문명의 시체이자, 광장에서 되살아난 좀비는 아닐까. 멈춰버린 춤은 동전통에서 딸그락거리며 울리는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탔다. 전사는 여전히 살아남기라는 이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 제아무리 휘둘러도 아무도 죽지 않을 무기가 허공을 갈랐다. 끝끝내 살아남은 인간의 강인함이 전사의 칼끝에 드리웠다.
---「살기로 마음먹은 춤」중에서

구메지마섬에 다다르자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그늘진 길에는 벚꽃이 떨어져 있었다. 꽃을 사랑했다면 바닥에 떨어진 꽃의 시체를 두고 눈물을 지었을까. (…) 해초 시체는 바다를 지키고, 떨어진 꽃잎은 콘크리트 도로를 분홍으로 물들였다. 나는 시체 위에서 헤엄치고 산책했다. 섬뜩하지 않았다. 컴컴한 바닷속에서 하얀빛을 보았고, 회색 도로에서 분홍빛을 따라 걸었다. 이처럼 찬란한 죽음을 본 적이 없었다.
---「이토록 찬란한 죽음」중에서

옆자리에 앉은 한국 기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순간에도 일하는 것이다. 그는 나보다 한참 선배인 기자였는데, 역시 다르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마주하기 힘들 장면이었다. 여행을 하고 싶었지 여행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찬란한 죽음」중에서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건 백 년 뒤에는 호명되지 않을 이들의 기억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을 내는 일이다. 누군가 읽지 않고 오르지 않으면 금세 숲이 되어 사람이 더는 지나지 않을 길을 내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역사, 당신의 역사, 언젠가 묻혀버릴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세상에 던져놓는 일이다.
---「사라질 이름들을 위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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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 사실 저는 이 책을 십여 년에 걸쳐 읽었습니다. 집필을 하기도 전에 옆에서 삶으로 읽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잘 쓰이길 바랐습니다. 그가 겪어낸 삶이 잘 담기길 바랐습니다. 허무맹랑한 교훈이나 멋있어 보이는 문장들이 현란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책을 덮고, ‘아 참 양주안이다’ 싶어 고마웠습니다. (…) 책을 읽고 보니 제가 주안이에게 진 빚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에게 진 빚이나 다름없더군요. 이 책 또한 보시는 분들에게 아주 약간의 빚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은 빚진 마음을 주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마주하는, 마주해야 할 세상 속에서 그 빚이 이어지고 이어져 빛을 발하는 작은 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주 아주 아주 사소한 순간이라도. 허무맹랑한 교훈이나 현란한 문장을 쓰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진짜로 그 빚들 덕에 살았으니까요.
- 이승윤 (음악인)
(…) 그가 부여잡은 지난 시간은 읽는 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놓치고 지나친 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그의 물음이 “가느다란 실타래”가 되어 가본 적 없는 도시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나와 이어주었다. 여행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 또한 그러할 것이다. “조그만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많은 이가 작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작은 사람’의 기록이 있다. 그가 “마주한 사람, 지나온 시간, 슬픈 기억, 기쁜 순간, 언젠가 사라질 모든 하루”가 있다. 그의 그리움이 당신에게 닿아 사랑받기를.
- 최지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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