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나의 소소한 일상을 기상을 기록해 온 지 햇수로 10년이 더 넘었다. 거의 매일 무언가를 끄적였는데, 지나가다 발견한 예쁜 꽃이나 신기한 곤충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여행지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릴 때도 있었다. 만들어 먹은 음식과 레시피도 지나간 세월만큼 수북이 쌓였다. 사람을 만나면서 즐거웠던 추억, 아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느낀 감정과 생각들도 적었다. 나는 알지만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는 생활의 유용한 팁을 적기도 했다.
이왕이면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을 만큼의 퀄리티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며 음식을 만들고, 집을 정리하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블로그를 하면서 레시피와 관련된 질문 외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미국이라는 재미없는 나라에서 그렇게 재미있게 살 수 있나요?’였다. 그건 ‘무조건 행복을 선택하기’로 결심한 후 삶을 보는 관점과 살아가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지, 나도 처음부터 늘 즐거운 인생을 산 건 아니다.
살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선택에 따라 내 인생이 바뀐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0년 전의 나와 2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으면서도 너무나 다르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지만 남을 의식하거나 비교하지는 않게 되었다. 남과의 비교를 멈추니 오로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밖에 모르는 철부지였는데, 아이 셋을 키우면서 내 아이, 옆집 아이를 넘어 세상 모든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행복 바라기가 되었다.
라면 하나도 제대로 못 끓이는 ‘요린이’(요리 어린이)였는데 푸드 칼럼니스트, 케이크 디자이너, 파티시에Patissier라는 직함이 어색하지 않은 요리 전문가가 되었다. 정리와 청소에는 관심도 재능도 없던, 귀신 나올 것 같은 방의 주인공이 어느새 깔끔한 수납법을 소개하는 정리 전문가가 되었다. 그것 말고도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 이런 변화가 참 좋다.
기본 재료와 정확한 레시피가 있어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듯이 일상에서도 기본 체력과 올바른 삶의 지침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삶을 꾸려 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괜찮은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인생도 인생 선배들의 좋은 레시피를 따라 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삶을 좀 더 재미있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발견할 수 있다면, 책에 소개된 레시피 가운데서 단 한 개의 인생 레시피라도 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들 잘 때 밤에 몰래 노트북을 열고 숨죽인 채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해 내려간 저자로서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달콤한 하루를 맛있게 구울 준비가 되셨나요?
드릉드릉~마음의 예열 버튼 누르고, 출발!
---「Prologue│달콤한 하루를 맛있게 구울 시간」 중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우리 부부가 결혼한 해에, 미국의 유명 팝 가수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발표한 싱글 앨범에 ‘Just the way you are’라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그의 목소리와 노래가 좋았다. 특히 ‘Just the way you are’는 일을 하다가도 노래가 나오면 멈추고 같이 따라 부를 만큼 좋아했는데 듣고 있으면 온몸이 간질간질해지는 달콤한 노래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들려주는 것 같은 내용의 가사는 “그녀의 눈은 별들의 빛이 바래 보일 정도로 반짝이고,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찰랑거리고, 너무 아름답다고 매일 말해주어도 그녀가 믿지 않아 슬프다. 당신이 미소 지으면 온 세상이 멈춰서 한동안 바라볼 정도라고, 당신은 그 모습 그대로 굉장하다.”고 노래한다. 신혼 초라 노랫말이 더 와 닿았는지 모른다.
이 노래를 듣고 “어? 내 남자친구가 이런데? 평생 이럴 것 같은데?”라고 느낀다면 당신이 찾던 그 사람일 확률이 높다. 매일매일 나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고, 얼굴을 볼 때마다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당신이 미소 지으면 온 세상이 잠시 멈춰 그 미소에 화답한다고 해줄 수 있는 사람,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고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아니 진정으로 그렇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 말이다.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다 보니 몸도 얼굴도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남편은 내가 아름답다고 매일 말해준다. 남편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믿음은 조금 서운한 일이 있어도, 힘든 일이 있어도 툴툴 털고 같이 걸어 나가게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는 언제나 나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해줬다. 반면에 욕심이 많은 나는 남편의 좋은 점만을 보지 못하고,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들여다보았다. 살을 좀 뺐으면 좋겠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서 놀았으면 좋겠고, 양말은 아무 데나 벗어놓지 않았으면 좋겠고 등의 작은 불만들이 쌓이고, 이를 겉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남편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그를 사랑하는 것이 나와 우리 부부를 위해서 좋다는 결론을 내린 후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 바꾸려 하지 말고(아무리 애써도 바뀌지는 않을 테니)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왜냐하면 그 모습 그대로 굉장하니까!
취미가 달라도 취향이 달라도 괜찮아
우리 부부는 취미와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 서로 제각각이다. 남편은 시간이 나면 소파에 세상 편한 자세로 앉아서 감자 칩을 먹으며 좀비 영화를 보거나, 좀비를 죽이는 게임을 한다.(전반적으로 좀비를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나면 책을 읽거나 부엌에서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들고, 아니면 블로그에 글을 쓴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아빠이자 나의 남편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대신 늘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하지만 이 말을 한 번도 남편에게 한 적이 없다. 내가 남편의 엄마도 아니고, 다 큰 성인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 집 아이들은 책을 읽고 싶을 때는 내 옆에 앉아 같이 읽고, 영화를 보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아빠한테 이야기해서 같이 한다. 남편이 아이들과 비디오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해주니 고맙고 안심도 된다. 내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봐서 그렇지, 좋은 게임은 전략도 잘 세워야 하고, 두뇌 훈련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하게 맺고 끊기를 할 수만 있다면 TV나 게임도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내 눈에는 하나도 재미없어 보이는 일이 아이에게는 엄청 재미있을 수 있다. 그렇게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쉬는 법을 찾아 나가는 중일 것이다. 나는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을 때 남편은 옆에서 태블릿에 헤드폰을 연결해서 쓰고 영화를 본다. 내가 부엌에서 케이크를 만들 때 남편은 식탁에서 게임을 한다. 그래도 ‘같이’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나는 치약을 쓸 때 중간 부분을 꾹 눌러 짠다. 반면 남편은 치약 밑 부분을 꼭꼭 접어 말아 올리며 쓴다. 그래서 남편이 치약을 쓰고 나면 마치 잘 개어 놓은 셔츠처럼 반듯해 보이는데, 내가 치약을 쓰고 나면 허리 부분을 눌러서 쭈글쭈글 엉망이다. 그렇게 치약을 짜면 묘한 쾌감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남편이 나에게 치약을 왜 이렇게 사용하는지 물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각자 편한 방식대로 써 온 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사람이 미워지면 이런 작은 부분부터 거슬릴 것이다. 그저 쉬는 방식이 다르고, 치약을 짜는 취향이 서로 다른 것뿐이다. 작은 문제로 서로 아웅다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Chapter 01 행복한 가정을 위한 기본 재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