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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이지수)
처음이라는 특별한 의미 - 뭐야, 별거 아니잖아?(서이제) - 어떤 영화는 이런 식으로도 특별해진다(이지수) 두 번째 만남 - 다시는 볼 수 없을 사람에게(서이제) - ‘빨간 맛’은 이제 그만(이지수) 각자 혼자 함께 - 빛과 함께 사라졌다가(서이제) - 우리 이제 파전 먹으러 갈래요?(이지수)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 가본 적 없는 곳에 애정을 갖는 일(서이제) - 사라졌지만 이어지는 것(이지수) 최고로, 제일, 가장 - 추락하는 필모에 날개를……(서이제) - 멀리서 응원봉을 흔드는 마음으로(이지수) 떠올리면 언제든 그 계절로 데려가는 - 수박 껍질 같은 사랑(서이제) - 여름 햇살이 축복처럼(이지수) 오묘하고 깊은 맛 - 매일 먹고 사는 일(서이제) - 50개의 밤껍질을 벗기며(이지수) 좋거나 혹은 별로거나 - 차기작을 기다리며(서이제) - 더 많이 보며 실패하고 성공하기(이지수) 마침내 헤어질 결심 - 영화의 언어를 통해(서이제) - 사랑의 시차(이지수) 당신을 위한 영화 - 그래도 아름다워(서이제) - 내가 지금 뭘 본 건가(이지수) 에필로그_아름다운 시선 하나(서이제) |
저서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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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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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영화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니까 거대한 인류의 역사에 고작 100년에서 200년 정도 잠시 존재했던 예술이 될지도 모른다고. 영화는 정말 이대로 끝인가? 이따금 나는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라짐을 상상한다는 것은 언제나 사랑의 증거가 되었으니까.
--- p.20 우리는 빈틈이 메워지는 짜릿한 순간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삶은 오히려 그 앞과 뒤에 더욱 길게 펼쳐져 있다. 틈을 메워 강렬한 행복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건 우리의 길고 지루한 인생에서 이따금 꼭 필요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틈을 미친놈처럼 일일이 메울 수 없다면, 어떤 틈과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 p.56~57 “혼자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없는 것이다”라고 시작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 극장에서의 경험은 내가 잠시 사라지는 경험이기도 했고, 동시에 수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줄곧 혼자였지만, 그런 방식으로 이따금 혼자가 아닐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잠시 잊거나 지우거나, 또는 각자 혼자 함께하거나. --- p.67~68 사라졌지만 이어지는 것이 있다는 믿음. 나는 어쩌면 나 자신에게는 도통 생기지 않았던 그 낭만적인 믿음을 영화를 통해서나마 간접 체험 하는 게 좋아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편애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이어진다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 p.107 상영관의 암전은 다른 세계로의 진입을 알리는 큐 사인이다. 다시 불이 켜지며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 거기에는 분명 이전과는 미세하게 다른 마음을 갖게 된 내가 있다. --- p.158 영화는 내게 또 다른 언어를 가르쳐주었다. 이미지를 통해 말하는 법을, 시선을 통해 말하는 법을, 침묵을 통해 말하는 법을 말이다. --- p.208 사랑이라는 단어가 빠짐으로 인해 모호하게 풍성해지는 관계. 거기서 서래는 늘 해준보다 몇 걸음 앞서 나아가 나중에 오는 해준을 기다린다. 서래의 중국어를 해준이 통역 앱을 통해 한 박자 늦게 알아듣는 장면은 마치 이들의 이러한 관계를 은유하는 것 같다. 그런 둘의 궤적을 오선지에 옮기면 먼저 출발한 선율에 나중에 출발한 선율이 쌓여 화음을 이루는 돌림노래가 될지도 모른다. --- p.2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미지를 사랑할 때, 그것을 믿을 때, 이미지는 우리 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와주었다. 마치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사코와 바쿠가 창을 넘어온 것처럼. 그들은 마치 스크린 밖으로 나온 사람들처럼 거기에 있었다.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그 창을 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창을 열어두면, 언제나 사랑하는 이미지가 우리에게로 왔다. --- p.236 |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화 속 이미지들
영화의 앞뒤로 길게 펼쳐지는 이야기 두 사람은 먼저 영화에 관한 여러 ‘첫 번째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서이제 소설가는 처음 갔던 극장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의외의 포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처음 본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 이미지를 욕망하게 만든 〈하나와 앨리스〉에 ‘첫 번째’라는 특별한 태그를 붙여주기도 한다. 이지수 번역가는 보다 구체적인 과거의 장면들을 길어 올린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먹던 아이스크림, 혼자 극장으로 달려가던 하굣길, 이성친구와 어깨를 맞대고 영화를 보던 설렘의 순간까지. 그러나 차례차례 떠올린 추억들이 실은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자의적으로 편집한 과거는 영화의 앞뒤에 달라붙어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나는 이 흐름을 복기하는 순간이 좋다. 거기에는 대체로 무채색인 인생에서 특정 장면만 선명하게 채색되어 떠오르는 작은 기적이 있다. ―34쪽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도 진진하다. 두 사람 모두 ‘최고, 가장’이라는 말 앞에서 결백해지고 싶다며 ‘최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한다. 그러면서도 데인 드한을 좋아하다 못해 그의 가족까지 ‘덕질’하거나 샤이아 라보프를 보기 위해 비를 쫄딱 맞으며 기다린 일(서이제)을 고백하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반복해서 보던 마음이 이누도 잇신이라는 감독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갔던 일(이지수)을 털어놓는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던 대상의 기행이나 비윤리적 스캔들, 기대에 어긋나는 필모그래피에 실망도 하면서 애증의 존재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 것인가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렇듯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가 보내온 시절을 회고하는 일과도 닮아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로는 제목이나 내용보다, 배우나 감독보다 영화 바깥에 펼쳐진 삶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과 보고 난 후의 감정,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 시대의 풍경 등은 영화와 함께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며 우리 삶 곳곳에 똬리를 튼다.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사랑을 말하는 영화 두 사람이 쓰는 〈헤어질 결심〉 하나의 ‘주제’에 대해 주고받은 글을 엮은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에서 하나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글이 딱 한 편 있다. 바로 한동안 수많은 밈을 생성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헤어질 결심〉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영화를 관람한 후, 상대방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영화를 본다. 이지수 번역가는 사건도 사랑도 늘 먼저 알아채고 앞서 나아가는 서래와, 형사로서 살인 용의자를 사랑하는 일에 끝없이 갈등하는 늦된 해준이 그려나가는 궤적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를 영원히 만나지 못할 ‘돌림노래’에 비유하며, 해준처럼 사랑의 신호를 뒤늦게 해석한 자신의 시절인연을 회상한다. 한편, 서이제 소설가는 “영화의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래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번역기를, 서래를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하며 “사랑하는 대상 쪽으로 한없이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해준을 부각하기 위해 ‘줌zoom’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혼자 봤던 영화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나 혼자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 영화는 우리가 함께 본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화를 함께 본다는 건, 단순히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을 함께 경험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65쪽 이렇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일 또한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영화를 혼자 보는 것에 익숙하고 타인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주고받는 일에 서툰 사람이라면, 영화 바깥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좋겠다. 돌이킬 수 없는 시절을 다시 마주하고, 가본 적 없는 곳에도 애정을 갖게 되고, 견고한 취향의 벽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를 테니까. 저자의 말 나는 그의 시선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영화를 볼 수 있었고, 가본 적 없는 곳에 이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서로를 모르던 때 각자 다른 곳에서 맞이했던 영화적인 순간들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이지수 번역가가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던 시간과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로 향하던 시간을 알게 되었다. 그가 삶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때마다 느꼈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 하나를 더 발견한 느낌이었다. - 서이제 우리가 1년여에 걸쳐 나눈 이야기를 이제 당신에게 건넨다. 이 안에는 영화에 관한 기억, 영화관에 관한 기억, 영화와 얽힌 사람들에 관한 기억이 있다. 우리의 기억들이 당신 안의 영화와 관련된 기억과 이어져 확장되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언젠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를 상상해본다. 그 또한 우리가 언제까지고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 이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