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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 양장 ] 트리플-2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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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08g | 116*183*13mm
ISBN13 9788954449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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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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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이교는 손을 등 뒤로 가져가 세 번째 눈을 더듬었다. 눈꼬리 옆으로 찢어진 상처와 꿰맨 흉터. 등 뒤에 달렸으므로 거울에 비추지 않으면 직접 볼 수 없으나, 그것은 분명 눈이었다. 얇은 눈꺼풀 안에, 척추와 등가죽 사이에 동그란 안구가 감춰져 있다. 엄마 말에 의하면 그것은 분명 이교의 눈이라고 한다. 엄마의 눈꼬리와 아빠의 눈동자 색을 가진 이교의 눈.
---「꿰맨 눈의 마을」중에서

삼촌이 램을 버리고 온 그 지점에 미트파이와 콜라 캔이 아직 남아 있는지 직접 확인할 거다. 그대로 남아 있다면, 혹은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 해도 램을 찾아 나설 거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겪어야 한다. 이곳에서 평생을 추방당할까 두려워 떨 바에는,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 그러다 언젠가 램을 만나면 꼭 알려줘야지. 램, 네 말이 맞았어. 타운 밖에는 다른 타운이 있대. 그런데 그거 알아? 우린 사실 타운에 갈 필요가 없어.
---「꿰맨 눈의 마을」중에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니.” 람이 이교를 마주 보았다. 한때 저주의 표식으로 오해했던 아름다운 세 번째 눈이 자비롭게 이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교는 람의 다섯 개의 눈에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 람이 말했다. “이제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가자.” 이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덟 개의 눈을 가진 두 사람이 황야를 걷기 시작했다.
---「꿰맨 눈의 마을」중에서

민소매를 입은 그의 양어깨에는 날개가 자라나 있었다. 고목의 가지 끝에 새로 자라나는 잎처럼, 빼꼼히 모습을 내민 손가락들. 손가락과 손바닥과 앙상한 팔목이 모여 그것은 흡사 반쪽짜리 날개처럼 보였다. 백우는 한 발을 내딛어 히노의 방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날개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를 안았다. 히노에 게서는 달콤한 반죽 냄새가 났다. 히노가 속삭였다. “쿠키 만들어줄게.”
---「히노의 파이」중에서

히노, 나는 그 무수한 별의 수만큼 내가 두고 온 사람들을 생각해. 우리의 손에 묻은 피와 파이를 먹은 사람들을, 그들에게서 빼앗은 시간과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걸 생각해. 우리가 지금껏 믿어온 것에 대해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 오늘은 꼭 파이를 완성하고 싶어. 할 수 있겠지?
---「히노의 파이」중에서

램은 오래된 두 개의 눈을 감고 손을 떼어냈다. 틈이 벌어지자 어둠이 아닌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등 뒤의 풍경. 자신이 쉽게 놓치곤 했던 이미 지나온 길. 램은 자신의 모든 눈을 떴다. 정면을 보고 있음에도 뒤편의 풍경이 겹쳐졌다. 앞과 뒤가 합쳐진 세계는 꼭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눈을 뜻대로 깜빡이기까지는 적응이 필요했지만, 그는 원하는 대로 세 번째 눈을 뜨고 감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그는 이 눈을 이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램」중에서

그는 이교가 있는 꿈으로 향하며 계속해서 타운과 황야를, 끊어진 다리와 그 건너를 곱씹었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것. 우리가 믿었던 것, 우리가 저지른 일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 꿈의 세계로 입장하면 이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꿈속의 이교에게 그 모든 걸 전부 말해주었다. 그곳을 벗어나서야 마주하게 된 타운과 황야의 진실을 말이다. 이교, 황야를 지나면 다리가 나와. 그 다리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있어. 그러니까. “같이 가자.”
---「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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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의 세계는 애틋하다. 무너진 세계에서도 빛바래지 않는 기이한 낭만의 흔적. 고어가 순정과 엮여들고, 죽음은 새로운 관계를 낳는다. 비극이 있어서 비로소 온전해지는 세계를 몇 번이고 경험하게 한다. 일상적인 풍경은 어떤 사건으로 완전히 짓이겨지고, 그 이후에 비로소 만나지는 세게가 주인공을 새롭게 살게 한다. ‘알 수 없음’의 세계를 유머와 낙관으로 그려 보이는 조예은의 방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세계다.
- 이다혜 (작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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