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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 집의 세 식구
유나에게도 단짝이 생겼어 민지가 바라는 것 반가워, 뱅크시 우리 동네도 재개발을 한다고? 화가 아저씨와 동네 한 바퀴 추억과 함께한 엄마 생일 재개발이 대체 뭐라고 변화는 필요하지만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다면 |
글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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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손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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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은 신기했다. 할머니랑 엄마가 집을 비워 유나 혼자 있는 날에도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뭔가 꽉 차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는 엄마와 다르게 버리는 것이 없었다. 집 안은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다. 색이 바랜 소파, 과연 작동을 할까 의심이 갈 정도로 옛날에 만들어진 냉장고, TV, 에어컨. 탁자에는 각종 전단지, 할머니 돋보기, 뜨개질거리, 간식 바구니, 일정이 빼곡하게 적힌 달력이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커다란 벽시계와 함께 어버이날 유나가 그린 할머니 그림이 붙어 있었다. 또 할머니 집에는 여러 가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반듯하게 개킨 빨래에서 나는 냄새, 할머니가 수시로 해 놓는 반찬에서 나는 냄새. 엄마는 옛날 집에 스며든 세월의 때 냄새라고 했다. 유나에게는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였다. --- p.19 “아니야, 우리 집은 근처로 옮길 거래. 엄마가 아파트 짓는 거 보고 싶댔거든. 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싶어. 드디어 나 새 아파트에 산다!” “그럼 학교도 안 옮기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나만 바라보는 정유나 놔두고 어딜 가.” “쳇, 나 없으면 외롭다고 징징댈 거면서.” “흥, 누가 할 소리!” 유나와 민지가 마주 보며 웃었다. 그러다 민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야, 나 우리 동네 재개발 확정되었다고 했을 때 말야. 방에서 엄마 몰래 펑펑 울었어.” “왜? 서운해서?” “아니, 기뻐서.” --- pp.46~48 “아저씨, 아저씨는 왜 여기로 이사 왔어요?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기는. 1백 년 넘은 나무도 있고,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든 집들도 많고, 골목골목도 흥미롭고. 아저씨한테는 그릴 거리가 넘쳐 나는 곳인걸. 아저씨는 옛 동네가 좋아.” 아저씨가 유나를 보며 씽긋 웃었다.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뱅크시는 구석 자리에 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 “뱅크시가 오랜만에 즐거웠나 보다.” 아저씨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동네 구경 잘했어. 유나는 이 동네를 많이 좋아하나 봐.” “제가요?” “응, 그러니까 구석구석 모르는 게 없지. 사랑할수록 많이 보이는 법이거든.” --- p.82 할머니가 소리를 빽 질렀다. “넌 어떻게 네 생각만 하니? 여기가 다 집주인들만 사는 줄 알아? 참기름네처럼 월세 사는 사람들은 생각 안 해? 그 사람들은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도 없어.” 엄마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는 엄마는 친구들 생각밖에 안 해? 나야 괜찮아. 나도 이 집에서 태어났고 이 집에서 자랐어.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이 집 좋아. 하지만 유나 생각을 해 봐. 이 집이 언제까지 온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동네 상황은 어떻고. 여기도 벌써 빈집투성이가 되어 가는데. 유나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 줘야지.” “그만 좀 해!”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할머니와 엄마가 놀란 얼굴로 유나를 바라보았다. --- pp.101~102 |
변화는 필요하지만
그게 꼭 새 아파트여야 할까? 재개발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에요. 재개발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있어도 재개발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정도지요. 《안녕! 팔조로3길》은 초등학교 4학년 유나의 눈높이로 재개발을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재개발은 도로, 전기, 상하수도 등 도시 기반 시설과 낡은 건축물을 정비하고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진행돼요. 재개발을 하면 깨끗한 새 동네가 만들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든 동네는 사라지게 되지요. 특히 고층 건물과 아파트를 짓는 데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작 필요한 것은 만들어지지 않는다거나 생활이 더 불편해지는 난개발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게다가 동네를 정비하는 동안 잠깐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못 돌아오는 경우도 많지요. 어떻게 해야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수찬이, 영주, 미나 그리고 민지까지 학교와 친구들을 두고 이사 가는 아이들 유나는 엄마와 둘이 살 때 여러 번 이사를 다녔어요. 더 살기 좋은 동네를 찾기 위해서였지요. 마침내 파란 대문 집에 이사 온 유나는 할머니와 엄마 곁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느끼기도 했고 새 학교에서 유나를 만나 처음으로 절친도 생겼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유나가 아니라 친구들이 하나둘씩 전학을 갔고, 동네에는 서서히 빈집이 생겼어요. 마침내 민지까지 이사를 가야 한다고 말하자 유나는 애써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감췄어요. 그런데 재개발 예정지에 사는 민지는 오히려 낡은 동네를 어서 떠나고 싶어 했어요. 민지보다 먼저 동네를 떠난 아이들의 마음도 모두 민지 같았을까요? 유나와 민지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사 생각에 속 시끄러운 김약국 할머니 장마철만 되면 물이 차는 샤론 할머니 집 유나 할머니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어요. 할머니 친구들인 참기름 할머니, 김약국 할머니, 샤론 할머니도 마찬가지였지요. 요즘 김약국 할머니는 고민이 많았어요. 김약국 할머니가 사는 구역의 재개발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에요. 새 집으로 가는 것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살던 곳을 정리하고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특히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정든 동네, 집이라는 이유로 오래된 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었어요. 샤론 할머니 집은 장마철만 되면 물이 들어차고, 골목골목이 좁은 팔조로3길은 불이 나도 소방차가 들어오기 어려웠어요. 유나 엄마가 할머니와 다투면서까지 재개발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여러 이유 중 하나였지요.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서 재개발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가자 유나도 결국 울컥하고 말았지요. 재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사람들과 동네를 그냥 두자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파란 대문 집 정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 유나 할머니에게 팔조로3길 파란 대문 집의 의미는 남달랐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마련한 집이자 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이었기 때문이에요. 이곳에서 유나 엄마를 낳았고, 할아버지도 이곳에서 살다 돌아가셨지요. 오래된 가구들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인생이 곳곳에 묻어 자리 잡은 집이었어요. 그 기억이 가득 찬 집이라서인지 유나는 이 집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어요. 군데군데 묻어 있는 세월의 때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졌지요. 오랫동안 여러 곳을 떠돌아다닌 유나에게는 고향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팔조로3길 파란 대문 집이 유나의 고향이고 진짜 집이었어요. 재개발을 하면 추억이 깃든 집도, 민지를 처음 만났던 담벼락도 사라지는데, 모두가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래된 동네가 좋아서 뱅크시와 함께 팔조로3길을 찾아온 아저씨 동네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과 동네에 남고 싶은 사람들 틈에 동네를 새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유나와 민지의 첫 만남을 이어 준 화가 아저씨였지요. 귀여운 강아지 뱅크시를 데리고 온 아저씨는 오래된 가게를 쓸 만하게 고치고 낡고 고장 난 의자를 수리해 카페를 차렸어요. 카페 벽에는 오래된 동네 풍경 그림을 붙였고, 유나네 동네의 낡은 담벼락에도 그림을 그렸지요. 오래된 거리와 이야기를 사랑하고, 잠깐 머물더라도 동네를 예쁘게 가꾸고 싶은 아저씨 같은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재개발을 해야 하는 곳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재개발을 늦춘다는 목소리도 있지요. 재개발을 하지 않아도, 아파트를 짓지 않아도 오래된 동네를 변화시킬 방법이 있을까요? 청어람주니어의 ‘더 나은 세상’ 세 번째 시리즈 《안녕! 팔조로3길》은 다정하면서도 예리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강성은 작가의 글에 일러스트와 컷 만화를 넘나들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손수정 작가의 그림을 더해 재개발의 이모저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에요. 이야기를 따라가며 재개발은 무엇인지, 왜 하게 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편리하고 안전하며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어람주니어 블로그(https://blog.naver.com/juniorbook)에서 《안녕! 팔조로3길》 독후 활동지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 그물, 재개발 관련 배경 지식 쌓기, 가로세로 낱말 퍼즐, 독서 퀴즈, 생각 나누기, 생각 펼치기 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으니 독후 활동 시 활용해 보세요. ■ 작가의 말 추억이 깃든 헌 집 vs 설레게 하는 새 집 저는 우리나라 남쪽의 작은 동네에서 자랐어요. 골목마다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고, 구멍가게라 불리는 작은 가게들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는 아담한 동네였지요. 놀이터나 공원은 따로 없어서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골목에서 숨바꼭질을 하곤 했어요. 그러다가 동네 어른들께 시끄럽다고 혼이 날 때면 우르르 도망을 갔지요. 이 책을 쓰면서 저는 그 옛날 동네가 그리워졌어요. 그래서 다시 찾아 보았어요. 요즘은 인터넷 지도로 동네의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요. 예상은 했지만, 예전 모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좁은 골목은 넓은 도로로, 낮은 주택은 높은 아파트로 바뀌어 있었어요. 친구들과 종종 가던 분식집 자리에는 커다란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었고요. 아, 한쪽에는 예쁜 공원도 생겼더군요. 멋지게 변한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왠지 서운했어요. 제가 뛰어놀던 장소들이 이제는 다 사라졌으니까요. 그래요. 제가 살던 동네는 ‘재개발’되었어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제가 동화책을 읽던 아이에서 동화책을 쓰는 어른이 된 시간만큼 제가 살던 동네도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요. 새 집은 어느새 헌 집이 되었을 테고, 골목길은 점점 더 다니기 불편해졌겠지요. 그런데 동네를 통째로 부수고 다시 짓는 재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네 사람들의 마음일 거예요. 설레는 마음으로 새 집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추억이 깃든 헌 집을 버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요. 2024년 여름 강성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