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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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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04g | 140*205*12mm
    ISBN13 9791168342200
    ISBN10 116834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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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꿈에 엄마와 아빠가 나왔다. 다 같이 바다를 보러 가기로 약속해 놓고 엄마는 차를 천천히 몰며 동해로, 아빠는 빠르게 몰고 서해로 사라졌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앞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할머니가 내 등에 업혀 있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서 푸른 바다 앞에 도착했다.
    --- pp.23-24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사랑이 손에 내 손가락을 넣었는데, 사랑이가 반사적으로 내 손가락을 움켜잡았다.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었다. 내가 구해 온 분유를 먹고 이렇게 힘을 내는 구나. 엄청 작은 손인데 너무 따뜻하고 말랑거렸다.
    --- p.105

    다시 선루프가 열리고 한 사람이 나타나 소리를 지르자 아파트 단지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다른 곳으로 가서도 저렇게, 선의인 양 행동하겠지? 주차장에는 이제 좀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분명 오가며 얼굴을 익힌 사람이나 안부를 나누던 가게 사장님이거나 하물며 가족이 감염된 걸 수도 있는데. 저렇게 죽는 걸까. 이미 죽은 존재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진짜 죽음인 걸까. 과연 이게 맞는 걸까. 현동 할아버지도 저런 일을 당한다면? 할머니가…… 당한다면?
    --- p.121

    한 노인 좀비가 정확하게 나를 바라보며 빠르게 뛰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빠른 좀비는 본 적이 없었다. 재빨리 다시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두 칸씩 성큼성큼 올라갔다. 좀비는 나처럼 두 칸씩은 못 오르더라도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 따라오는데 지치지 않아서 그런지 쫓아오는 속도가 일정했다.
    --- p.134

    혹시 이 아이도 그런 걸까. 돌아오지 않는 부모님을 혼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을까. 무서울 텐데도 꿋꿋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서 버틴 게 대단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좀비가 달려오는데도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나를 구해 주다니. 겁에 질렸는데도, 나를 살리기 위해 내 팔을 잡아당기던 작은 손이 아직도 선명했다.
    --- p.137

    옥상으로 올라가는 기분은 좀비를 유인할 때와 완전 달랐다. 산 정상에 오르거나 목적지에 곧 도착한다는 기대감 같은 게 느껴졌다. 문을 열자 강렬한 햇살이 온몸에 쏟아졌다. 바닥에 칠해진 초록색 페인트가 풀밭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베란다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햇살이었다. 안전한 곳에서 평화롭게 온몸으로 느끼는 여름이었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가만히 서 있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p.169

    “도-망-가-”
    할머니도 웃으셨다. 차라리 우셨으면 좋겠는데, 한 줌의 미련도 없다는 듯 웃으면서 나보고 도망가라고 하셨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대로 좀비가 된다고? 나는 맨 아래에서 빠져나오는 대신 팔을 길게 뻗어 두 분을 같이 끌어안았다. 전화로 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숙이 할머니가 내는 소리가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웠다.
    --- p.198

    ‘나를 낳고 키운 것도 엄마에겐 지긋지긋한 삶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습관적으로 들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우울한 생각 대신 은우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우리는 피는 통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같이 밥을 먹는 식구이고 서로를 생각하는 가족이었다. 나에게는 애정을 주고받는 가족이 있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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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일상을 지낼 때보다는 삶이 위기에 놓였을 때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데, 강하다와 함께 살아 있는 식구들은 배제와 혐오가 아닌 연대로 우리에게 답을 알려 준다. 이런 미소가 절로 나오는 아포칼립스라니. 한 도시마다 한 명의 ‘강하다’가 있다면 재난쯤이야 두렵지 않다. 하다는 내가 가장 사귀고 싶은 친구다.
    - 김혜정 (《오백 년째 열다섯》 작가)
    마당발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강하다 덕분에 절망적인 세상에서 구수한 밥 내음이 풍긴다. 어린 시절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가족에 대한 상처는 때때로 튀어나와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지만, 등을 밀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 있기에 강하다는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달려 나간다. 독자는 강하다와 함께 달리고 호흡하면서 유쾌함 속에 깃든 가족의 의미와 사랑, 그리고 연대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 주예지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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