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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우리 시대의 소설' 선정 「갑을고시원 체류기」 수록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6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496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9926
ISBN10 898281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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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3박자를 고루 갖춘 작가의 첫 단편집
이경혁(http://blog.yes24.com/redder)
소설가 지망생이자 열렬한 문학도였던 나의 선배 한 사람이 글쓰기 문하생 과정이 얼마나 고된 것인가를 내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문열 밑에서 글쓰기를 배운다고 하자, 그럼 그 문하생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것은 이문열의 단편부터 장편까지의 소설들을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라고 했다. 워드로 따라치든 원고지에 그대로 베껴쓰든 원문의 마침표 하나, 따옴표 하나까지 따라 쓰다 보면 원작가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왜 거기서 쉼표가 나오는지, 왜 거기서 주인공이 탄식을 하는지, 어째서 그 순간이면 사고의 흐름이 그렇게 뒤집히는지가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가 되어야 한 수업이 끝난다는 이야기.


글쟁이에게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표현을 구사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100%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만은 없었던 것은 글쟁이에게 필요한 것은 글쓰기 능력만이 아니라는 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작가란 자기가 머무는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사고로 받아들인 자료를 재구성하고 자신만의 문체로 새롭게 글을 구성해 뽑아내는 사람이고, 글쓰기에 관한 여러 기교나 호흡과 같은 것은 작가의 역량 중 1/3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와 사조에 따라 조금씩 그 비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던 시대는 없었다.


박민규 소설이 찬사를 받고 또 재미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그가 그 3박자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유격수와 같은 소설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들은 기상천외한 문체와 독자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노리는 위트로 긴장감 놓치지 않는 기교를 구사하면서도 기교에 매몰되지 않는다. 단순한 말장난의 연속만 가득한 책이었다면 그의 히트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언어기교가 생략된 영화로까지 제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기교에 탄복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게 그가 가진 작가적 능력의 전부는 아니다.


넘쳐나는 다채로운 기교와 문학적 테크닉의 홍수 속에서도 그가 유달리 돋보일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그의 시선과 사고 때문이다. 그는 그 나름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매우 확고히 정립하고 있으며, 그 시각으로 받아들인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들이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동일한 논리의 새로운 세계를 판타지 속에 구현한다. 그리고 그 판타지를 현실에서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공간에 세우고 발판을 던져 놓음으로써 자신의 소설을 완성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지녔다. 장편이었던 전작들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그 놀라운 가능성들은 이번 단편집 "카스테라"에서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함축성과 절제를 만나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


수록된 단편 전편을 통해 그는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오리배를 타고 임노동자들이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속에서는 유동적 투기자본의 움직임과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의한 임노동자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고시원'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이젠 하루살이 인생들의 숙소가 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호스티스, 실직자, 진짜 고시준비생 등을 바라보며 현대화의 그늘을 우울한 웃음으로 그려낸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코리안 스탠더즈'의 경우는 아마도 실제 그랬을성 싶은 80년대 학번들의 이야기를 다른 후일담 문학류와는 달리 외계인과 크롭서클 등을 연계시키면서 풀어가고, 마지막 장면에 외롭고도 웃긴 한 장면을 통해 세상의 심장을 뚫는 통렬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발하지만 그 기발함이 일상의 궤를 벗어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의 깊이와 성찰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같은 농담이지만 유치한 게 있고 뼈있는 한방이 있듯이, 세상을 벗어나는 듯 하면서도 절대 세상을 놓지 않는 그의 소설들은 대개 뼈있는 개그다. 뼈대를 세우고 치는 개그는 지구가 사실 둥글지 않은 개복치 모양이란 황당한 소리를 해도 웃기고, 그러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한번 웃고 말 일회성 슬랩스틱이 아닌 상황과 구조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지를 보여주는 환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작가 박민규를 '비범한' 소설가로 꼽는 비범한 케이스이다.


12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손꼽을만한 작품 '코리언 스탠더즈'에는 80년대 한참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던졌지만, 정치권에 나가지 않아 제 살길조차 막막해져 버린 어느 농민운동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게다가 그 농민운동가 선배의 여자친구와 결혼해버린 남자이고, 심지어는 그 '빼앗음'을 상상하며 아내와 관계를 맺기도 하는 개인주의자이다. 그러면서도 선배의 후원회에 기부금을 내고, 농장이 어렵다는 소식에 직접 내려가 일을 돕는 과정은 읽는이에게 공감할만한 죄-속죄 메커니즘의 심리학적 과제를 던져준다. 농장에 UFO가 출현한다는 소식에 황당해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진짜 UFO가 논에 새겨놓은 거대한 KS마크를 보고 경악하는 장면은 마치 혹성탈출에서 탈출자들이 느꼈을 법한 공포와 충격을 산업사회의 그것에 그대로 옮겨온 느낌. 산업사회의 굴레 속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UFO가 찍어준 거대한 낙인은 KS였다. 그 자체로 심판이며, 그 자체로 선언인 현실이 그렇게 환상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경악 그 자체.


중학교때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도 문학의 사회성을 신봉한다. 억지로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사회로부터 감성과 이성을 충전받기 때문에 결국 그 내뱉어내는 지적, 감성적 산물도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신봉한다. 그리고 그 내뱉음이 독자로서의 내게 이러한 찬사를 바칠 수 있도록 만든 작가 - 박민규, 이제 겨우 첫 단편집이 나온 그이기에 더욱 기대가 가고, 그렇기에 나는 그의 단편집을 또 한번 파고든다. 아마 그를 이해한다면 21세기 초엽의 팍팍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제 6의 감각을 열고 시대를 다시한번 느끼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그게 왜 즐거웁냐고? 인생은 그렇게 즐기는 거다. 작가가 이미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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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이 <아버지>란 것은 무척이나 복잡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소중하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세상의 해악이다. 세상에 뭐 이딴 게 다 있지?

일단은, 이란 생각에 나는 그대로의 절차를 따랐다. 그대로의 절차라 함은 말 그대로 1. 문을 연다 2. 아버지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 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아버지를 냉장고에 넣는 데 성공했다.

꽤나 시끄러울 줄 알았던 그날 밤은 의외로 조용했다. 혹시 얼었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아버지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온도는 맞으세요? 라고 물으니 이 안에 좋은 책들이 많구나, 라며 딴청이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 본문 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보트라고는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오리배>다. 오리배를 타고 저토록 멀리 나가는 인간의 심보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꼭, 저런 인간이 있다. 이건 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 오리배야 오리배, 마음 같아선 머리통을 몇 번 물 속에 넣었다 뺐다 하고 싶지만, 참는다. 대신 나는, 호루라기를 꺼내 분다. 삐익 삐이이익~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정말, 원자력인가?

유원지라고는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저수지>다. 내가 볼 땐, 그렇다. 유원지의 근거를 들라치면 열세 척의 오리배와 경품크레인, 게다가 고장난 두더지잡기가 있다. 그것이 전부다. 경품크레인 속에는 바퀴가 돌아다니고, 올라오는 두더지의 머리는 하나뿐이다. 뿅 쿵딱 뿅 쿵딱. 행여 모르고 그걸 두들기다보면, 누구라도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꼴에 두더지는 윙크까지 하고 있다. 처음엔 모르고 오 분 동안 그 짓을 했다. 뿅 쿵딱 뿅 쿵딱. 인생에서 가장 심란했던 오 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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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 이외수(소설가)

박민규에게서 뭔가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가 창안하여 우리에게 덥석 안겨준,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올 것이다. 김영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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