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10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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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98g | 140*210*20mm |
ISBN13 | 9788954638159 |
ISBN10 | 8954638155 |
발행일 | 2015년 10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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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98g | 140*210*20mm |
ISBN13 | 9788954638159 |
ISBN10 | 8954638155 |
서문 · 6 제1부 책벌레 책 주인이 바뀔 때의 표정 · 13 장서인을 찍는 태도 · 23 포쇄曝?하던 날의 풍경 · 30 책벌레 이야기, 두어와 맥망 · 35 고서 속의 은행잎과 운초 · 43 옛 책 속에서 죽은 모기 · 52 투인본, 채색 인쇄된 고서 · 58 빨간 책 이야기 · 66 오징어 먹물 · 75 자네 부친의 편지일세 · 82 용서인, 남 대신 책을 베껴주는 사람 · 92 초서법, 베껴 쓰기의 위력 · 101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 · 110 제2부 메모광 고서 속의 메모 · 123 책 속 메모와의 대화 · 131 책상 옆의 상자들 · 144 항아리에 담긴 감잎 · 150 말 잔등 위의 메모 · 156 냇물에 씻겨 사라진 아까운 책 · 161 다산의 책 속 메모 · 172 다산 필첩 퍼즐 맞추기 · 181 오동잎 이야기 · 192 오동잎은 그리움이다 · 200 출전을 메모하라 · 208 동시다발 독서법 · 212 재빨리 적는 질서법 · 219 사설, 구석에 숨어 있는 의미 · 226 비 오는 날의 책 수선 · 233 나의 취미 생활 · 239 천천히 오래, 그래서 멀리 · 246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때문에 끊임없이 기억하고 보존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네 사회에서는 메모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독서를 하며 메모해놓은 부분과 특히 정약용선생님의 메모 습관을 이야기하며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적절히 메모하고 내 삶에 그 글귀들을 새기는 시간 도 가져봐야겠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가 쓴 "책벌레와 메모광" 은
2012년 7월부터 하버드 옌칭연구소의 방문학자로 머물렀던 그가 1년 동안 매일 연구소 선본실에서 만났던 18세기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책과 메모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담은 책이다.
특히, 옛 사람들에겐 독서와 메모는 일상이자 삶이었는데 이 책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 두었다.
먼저, 1부에는 옛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묶었으며 (책벌레), 2부에선 일기, 편지, 비망록, 책의 여백에 써놓은 단상 등 옛 사람들의 기록과 관련된 이야기 (메모광)를 모았다.
그래서, 독서와 메모는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이며, 옛 사람들의 독서와 메모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 뿐만이 아니라 옛 사람들의 책 사랑과 기록 열정을 느낄 수 있고, 독서와 기록문화를 살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의 특징을 몇가지로 요약해 소개하면
"장서인"(藏書印) "용서"(傭書) 그리고 "메모광 다산" 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먼저 "장서인"(藏書印) 은
책이 귀하던 시절 어렵게 책 한 권을 구하고 나면 자신의 소유임을 밝히기 위해 찍은 것으로 내가 "장서인" 하고 다른 이에게 팔면 그가 또 "장서인" 했다고 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책을 받은 이는 이 책의 "장서인" 으로 거쳐간 주인들의 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책에 각각의 책주인들이 남긴 각주나 메모(장서인)가 있다면 마지막 주인은 앞선 여럿사람들의 생각을 한꺼번에 알 수 있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장서인" 을 찍는 태도가 달랐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 "장서인" 이 지워진 경우가 많았으며, 가문에 누가 될까봐 살림이 궁해 책을 내다 팔 때면 책을 훼손하면서까지 "장서인" 의 흔적을 지웠다고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 소유주의 "장서인" 위에 '소消' 자 말소 인장을 찍고 그 옆에 새 주인인 자신의 "장서인" 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호방하게도 전 소유주들의 "장서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는데 같은 한자 문화권 안에서도 책을 간수하는 태도는 나라마다 달랐음을 알 수 있다.
"고서에 또렷이 찍힌 장서인에는 그 책의 역사가 담겼다. 책은 돌고 돈다. 주인이 늘 바뀐다. 그래도 장서인은 남는다.
어차피 영영 자기 것이 될 수 없을 바에야 장서인은 왜 찍었을까? 장서인을 찍은 것은 책의 소유권을 분명히 하고,
이 책이 천년만년 자기 집안과 인연을 같이 하기를 바라서다. 물론 허망한 꿈이다"
이어서, "용서"(傭書) 는
돈을 받고 남 대신 책을 베껴 써주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출판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까지도 용서로 생계를 꾸린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용서" 를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용서인들의 이야기는 애처롭기 그지 없는데 조선 제일의 책벌레 '이덕무' 역시 그의 편지에는 책을 베껴 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넘쳐나는 책들이 많은 요즘 시대에 책을 베껴 써주는 노고까지 마다하지 않고 책을 읽으려 했던 옛 사람들의 책 사랑을 보며 왠지 부끄러운 마음마저 든다.
"책은 눈으로 볼 때와 손으로 쓸 때가 확연히 다르다. 손으로 또박또박 베껴 쓰면 또박또박 내 것이 된다. 눈으로 대충대충 스쳐 보는 것은 말달리며 하는 꽃구경일 뿐이다. 베껴 쓰면 쓰는 동안에 생각이 일어난다"
끝으로 "메모광 다산" 은
오늘날 남아 있는 다산 '정약용' 의 메모는 하나하나가 소논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학문적 깊이를 갖추고 있으며 그 필치는 예술작품에 가깝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 의 드넓은 학문 세계는 모두 치열한 독서와 끊임없는 메모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 하는데 오동잎을 둘러싼 옛 사람들의 시와 그림과 인장 이야기, 책의 출전을 메모하는 법,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법, 떠오른 생각을 붙잡아 재빨리 적어두는 질서법(疾書法) 등 기록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아무나 적지는 않는다. 적을 때 생각은 기록이 된다. 덮어놓고 적기만 할 게 아니라 계통과 체계를 가지고 적으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다자필무 (多者必無)" 라고 말할 수 있다.
많아 좋을 것이 없다. 지나친 부귀는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고, 견디기 힘든 빈천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환난도 지나치면 사람을 망가뜨린다. 종일 이 일 저 일로 번다하고, 날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 일 만들고 떠들어대면 사람이 붕 떠서 껍데기만 남는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무턱대고 읽는 책은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
독서와 메모는 일상이자 삶이었다
책은 다양한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한 도구이다. 수 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책의 지위는 아주 막강한 힘을 가져왔으며 현대에 이르러 조금씩 위상이 변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책이 가지는 가치와 의의는 엄중하다. 역사 속에서 책을 사랑했던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기에 더하여 책을 좋아하는 것과 뗄 수 없는 것이 메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쓴다는 메모는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메모를 한다는 것이 낯선 모습으로 변해간다. 급하면 목소리를 녹음한다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조금 더 여유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의 기능을 활용한다. 손으로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이 이렇듯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정민 교수의 '책벌레와 메모광'은 책을 유난히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 책 속에 남겨진 흔적들을 찾아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옛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책의 흔적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만난다. 책과 메모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는 흥미로움이 있다. "책을 향한 사랑, 기록에 대한 열정" 이라는 주제로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종이가 없으면 감잎에라도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둔 책에 미치고 메모에 사로잡힌 옛사람들 이야기”인 셈이다.
정민 교수가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책과 관련되어 흥미로운 관심거리 중 하나인 장서인이다. 책에 찍한 책도장이 중국와 조선 그리고 일본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가졌다. 장서인을 대하는 태도가 조선은 소유의 개념으로 책이 자신의 손에서 떠나면 장서인을 지워버리고 일본은 이미 있는 장서인 위에 소자를 덧 찍으며 중국은 기존의 장서인을 그대로 두고 자신의 장서인을 찍었다. 이렇게 장서인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동양 3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작용한다.
‘장서인’, ‘책벌레’, ‘쇄서’, ‘운초’, ‘용서’ 등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단어와의 만남을 통해 책과 관련된 문화를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정민 교수가 이 책에서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한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보인다. 여전히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인문학이 주목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지기에 이 책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책의 여백에 메모를 남기든 따로 메모장을 만들어 사용하든 아니면 일상을 함께하는 휴대폰 메모장을 활용하든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도구’로 메모가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옛사람들의 독서문화와 기록문화를 살펴 달라진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유용한 방법을 찾아 사용하면 될 것이다. 옛사람들의 독사와 기록문화를 통해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는 독서와 메모의 가치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