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붉은’ 악마? ‘빨간’ 악마? 붉다 | 빨갛다
여러분은 월드컵 경기 때 “대~ 한 민~국” 을 외쳐 보았을 겁니다. 우리나라 응원단 붉은 악마의 뜨거운 응원전도 기억에 생생할 겁니다. 그런데 ‘붉은 악마’를 왜 ‘빨간 악마’라고 하지 않는 걸까요? 분명히 티셔츠, 머리띠 같은 게 온통 빨간색인데 말입니다.
‘붉다’와 ‘빨갛다’는 모두 색깔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붉다’고 하고 다른 경우에는 ‘빨갛다’고 하는데, 둘을 구별하지 않고 쓰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두 낱말은 아주 똑같이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 뜻이나 느낌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때에 따라 달리 써야 하는 거지요.
붉다: 자연 상태의 색을 나타내고, 붉은 계통의 여러 색을 가리킬 수 있다. 열과 관계가 있어서, 따뜻하거나 뜨거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빨갛다: 붉은 계통의 색들 가운데 하나. 붉은 색 가운데 진한 것으로, 사람이 만든 물건의 색깔에 흔히 쓰인다. 사람의 감정과 느낌을 담을 수 있다.
‘붉다’는 붉은 계통의 여러 가지 색깔을 포함하는 낱말입니다. ‘빨갛다’는 붉은 계통의 색 중에서 진한 것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붉다’는 이 말이 거느리고 있는 붉은 계통의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 있을 때 쓰면 더 어울리고, 한 가지 색깔을 가리킬 때는 ‘빨갛다’가 어울립니다.
그리고 ‘붉다’는 어떤 것을 빗대어 나타내거나 무엇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 자세히 알아봐요
‘붉은 악마’는 뜨거운 열정과 애국심!
그럼 ‘붉은 악마’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빨간 악마’라고 하면, 악마 중에서도 단지 ‘색깔이 빨간’ 한 악마를 뜻하는 것이 되고, ‘붉은 악마’는 ‘붉은 색’을 통해 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솟구치는 애국심까지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빨간 악마’보다는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 대표 응원단의 공식 이름으로 더 어울리고 멋진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붉다’는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에도 쓰입니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 공산주의를 가리키는 ‘붉은 사상’같이 ‘붉다’는 공산주의 사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쓰입니다.
또 ‘적신호’라는 말이 있지요? 쉽게 풀면 ‘붉은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붉은’이라는 말은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만약 “일본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한다면, 일본 팀의 본선 진출이 위태로워졌다는 뜻입니다.
한편 ‘빨갛다’는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느낌을 담을 수 있는 낱말입니다. 예를 들면, “ 네가 지금 얘기하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지?”에서, ‘새빨간 거짓말’은 그냥 거짓말이 아니라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뜻입니다. ‘새빨간’이라는 말이 말하는 사람의 느낌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거지요.
●‘붉은 단풍’이 멋있어요
가을이 깊어 가면 우리나라의 산과 들은 온통 화려한 빛깔로 물이 듭니다. ‘붉게 물든 금수강산’은 바로 ‘단풍’이 든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단풍을 가만히 머릿속에 떠올려 보세요. 단풍잎이 모두 빨간색 한 가지로 되었던가요? 아니지요. 누런 잎, 검붉은 잎, 분홍색 잎, 진한 주황색 잎, 그리고 옅은 주황색 잎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색의 잎들을 모두 함께 일컬어 표현할 때는 ‘붉다’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붉다’는 붉은 계통의 여러 색깔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빨간 단풍’보다 ‘붉은 단풍’이 자연스러운 표현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단풍잎이 모여 있을 때는 ‘붉은 단풍’이 어울리지만, 단풍잎 하나를 가리킬 때는 ‘빨간 단풍잎’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빨갛다’는 한 사물의 색깔을 나타내기 때문이지요.
저녁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노을도 ‘빨간 노을’이라고 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을은 보통 빨간 부분, 노란 부분, 분홍빛 부분, 갈색 부분, 주황빛 부분 등 여러 색깔이 아름답게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도 여러 가지 색을 가리킬 수 있는 ‘붉다’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잘 어울리지요. 그래서 노을도 ‘빨간 노을’보다는 ‘붉은 노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겁니다.
--- 본문중에서